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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음식_음식문화사 26. 섭생(攝生)과 철학
욕망의 음식_음식문화사 26. 섭생(攝生)과 철학
  • 편집국
  • 승인 2018.11.1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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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象체질에서 五象체질까지...과일의 황제, 귤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前소크라테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기원전 460년 무렵 출생 ~ 기원전 380년 무렵 사망)는 만물이 다수의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원자론을 주창했다. 이 시기 전후하여 그리스에는 어떻게 해서 그토록 똑똑한 사람들이 넘쳐났을까? 데모크리토스의 철학 사상을 형이상학적 결정론이라고 하는데,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조차도 이미 오래전에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물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그렇다니 그리스인의 운명론 내지 숙명론은 페르시아의 세밀 화법만큼이나 정치하거나 상당히 비관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데모크리토스와는 또 달리 똑똑했던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아르케(arche), 즉 만물의 근원에 대해 생각이 달랐다. 탈레스는 ‘물’, 헤라클레이토스는 ‘불’, 아낙시메네스는 ‘공기’, 아낙시만드로스는 “물, 불, 공기, 흙”의 4원소라고 주장했다.

한편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으나 고대 인도에서는 서양보다 앞선 기원전 8세기경 우파니샤드(Upanishad) 시대부터 인간 존재와 자연계의 사물을 구성하는 기본 원소를 地, 水, 火, 風의 네 가지로 분류하는 四大說이 유행했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周易』이라는 철학서에 입각하여 만물의 근원을 ‘太極’이라고 보고 태극에서 음과 양이 비롯된다는 음양설이 득세했다. 또한 이와는 달리 삼라만상의 구성요소를 목, 화, 토, 금, 수 五行으로 나누고 여기에 음양론을 접목해 사람의 건강이나 명운을 음양과 오행의 속성과 결부시켜 해석하게 됐다.


五行 다이어트

五行論을 섭생에 접목할 만큼 인류는 지혜롭다. 물질적 삶이 풍요로워지고, 물산 또한 다양하고 풍부해지자 과거와 달리 사람들은 식품을 골라 먹는 즐거움까지 누리게 되었다. 그 결과는 지방 풍부한 살집이다. 여기저기 폭식, 과식, 탐식, 그리고 간식의 후손들이 왜곡된 몸매로 느린 삶을 산다. 이제 살찐 몸이 건강의 적이라 간주하고 살을 내리는 각종 다이어트 비법이 성행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황제 다이어트라는 호사스러운 살깎기 운동이 있는가 하면 한 때는 간헐적 단식이라는 독특한 살빼기 전술이 유행했다.

음양오행도
음양오행도

21세기 지구인의 삶은 그야말로 코미디다. 음식을 탐한 결과 몸에 이상이 온다. 그래서 지난날의 맛있는 식사의 추억을 되새기며 전혀 즐겁지 않은 운동을 한다. 먹어서 찌우고 찌운 뒤에는 인정머리 없이 덜어내려고 한다. 근래에는 오행 식사법이라는 별난 섭생법이 일시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다. 골라 먹기의 대표 격인 오행 식사법은 과일이나 채소를 색깔에 따라 오행으로 분류하고 개인의 체질도 오행 중의 하나로 나누고, 오행 체질에 적합한 색을 띤 채소와 과일을 비교적 많이 먹는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자신에게 맞지 않는 혹은 해로운 색상의 채소와 과일을 회피하기도 하는 것이다. 일례를 들어, 일주의 일간이 壬水인 사람은 포도, 가지, 라즈베리와 같은 흑색 또는 검붉은 색을 띤 식품을 섭취할 것을 권한다. 水는 방위로는 북방, 색상으로는 검은색에 해당한다.

일주가 戊戌인 나는 壬申 月에 태어났다. 일간 戊土는 月令으로 申金을 만나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고, 그래서 아낌없이 주는 비호세력 戊土의 은덕을 입은 申金은 월간 壬水를 만나 상생의 원리에 따라 조건 없는 사랑을 베푼다. 결국 戊土는 申金에게 모든 것을 바치지만 큰소리치고 통제나 지배하기는커녕 오히려 부모의 마음으로 기꺼운 施惠者가 된다. 그리고 무토 덕분에 강력해진 신금은 자식 같은 임수에게 헌신한다. 그 덕분에 무토가 임수를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내 경우 水는 財에 해당한다. 그리고 재에 시달린다. 허허실실 모자란 듯, 무리하지 않고 살아야 한다. 건강도, 인생행로에 있어 대인관계도.
 
그러나 日支에 戌土가 있어 天干日柱에 힘을 보태니 신약한 듯 신강한 운세다. 음양오행론에 근거해서 사주 상의 체질을 논하자면 수에 해당하는 신장, 방광이 실하고 토에 해당하는 비장, 위장이 허한 수실인, 좀 더 정확하게는 수실토허인이다. 사상체질로는 흔히 소음인으로 분류된다.
 
四方의 중심인 中央土는 四神圖의 동 청룡, 남 주작, 서 백호, 북 현무를 품고 아우른다. 이런 성품의 만물을 포용하는 土의 빛깔은 黃色이다. 중국인의 시조도 黃帝요, 대륙을 관류하는 중국인의 젖줄도 黃河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쇠는 누런 쇠, 黃金이다. 오장육부의 인체 장부 중 脾胃가 土에 해당한다.
 
보사법(補瀉法)에 따르면, 과도한 것은 덜어내고, 모자란 것은 채워야 한다. 체질이 수실인인 사람은 실한 수를 사하고 허한 토를 보해야 한다. 그러므로 토를 상징하는 색상인 황색, 갈색이 몸에 이롭다. 보석은 황금이 좋듯, 과일은 귤, 오렌지, 바나나, 레몬 등이 몸에 유익하다. 그래서인지 나는 레몬을 무척 좋아하며 오늘도 레몬 홍차에 갈색 설탕을 넣어 달달 새콤한 맛을 즐기고 있다.
 
황색 과일의 대표 귤(橘)

五方色의 으뜸인 중앙토를 상징하는 황색을 띤 노란 과일은 土의 성질이 필요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심지어 황금을 복용하기까지 한다. 일본사람들은 말차를 탈 때 차완(茶碗, 찻주발) 속 거품 위에 황금가루를 뿌려 먹기도 한다. 황금 아이스크림이 있는가하면, 황금 화장품도 있다. 후금의 시조 누르하치의 이름은 누르와 가치가 만나서 생긴 이름이다. ‘누르’는 황금(씨족)인 ‘愛新覺羅’와 의미상 동일하다. 그리고 ‘가치’는 다루가치, 양아치, 타부가치에서 보는 인칭접사다. 

 

 
形聲은 상형, 지사, 회의, 전주, 가차와 더불어 한자의 구조 및 사용에 관한 여섯 방식(六書)의 명칭 중 하나다. 두 글자를 합해 새 글자를 만드는 방식을 따른 形聲漢字 ‘橘’에서 ‘木’은 뜻을 ‘矞(율)’은 음을 나타낸다. 그런데 矞은 꽃구름 즉 색채가 있는 상서로운 구름을 뜻하는가 하면, ‘과시(誇示: 자랑해 보이기)하다’라는 의미도 지닌다. 그래서 귤나무는 示威的 가시가 있는 나무를 뜻한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액션 첩보 스릴러 영화(an action spy thriller film) 중에 맷 데이먼(Matt Damon) 주연의 본 시리즈가 있다. 그 중 4부가 <본 얼티메이텀(The Bourne Ultimatum)>이다. 제목의 의미는 시리즈의 ‘최종 결론’이거나 주인공 본의 ‘최후’라거나 둘 중의 어떤 의미로 해석해도 좋을듯하다. 이 영화의 압권은 북서 아프리카 국가 모로코의 탕헤르(Tangier)에서 벌어지는 격투 씬이다. 그런데 지명 탕헤르에서 지중해산 귤의 이름이 만들어졌다. 탠저린 오렌지(Tangerine orange)가 그것으로 우리가 흔히 먹는 제주산 귤과 대립되는 유럽산 귤이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제주 밀감 즉 감귤은 영어로 Mandarine orange(紅橘)라고 부른다. 표준 중국어인 베이징 官話를 뜻하기도 하는 ‘Mandarine’이라는 이름에서 짐작이 가듯 중국이 원산지인 귤이다. 고대부터 히말라야 동부와 중국의 양쯔강 상류 지방에서 재배했다. 서양 귤은 맛과 당도가 동양의 것과 판이하다. 지중해 일대 특히 Valencia 지역에서 재배되는 발렌시아(Valencia) 오렌지 탄제린(Tangerine)의 이름은 영어로는 ‘탠지어’라고 읽는 도시 탕헤르(Tangier)에서 비롯되었다.
 
모로코 북서부 탕헤르테두앙 주의 주도인 탕헤르는 지브랄타르(Gibraltar) 해협의 서부 마그레브 해안에 위치해 있다. 주민의 숫자는 700,000명으로 스페인에서 27km 떨어져 있다. 페니키아의 항구였으며, 예로부터 아프리카와 유럽을 연결하는 주요 교역지로 중요시되던 곳이다. 5세기까지 로마 제국의 영토였으며, 이 일대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고, 그 후 반달족의 침임을 받고 쇠락해진 상태에서 잇따라 비잔틴 제국과 아랍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Tangier [tænˈdʒɪər] 혹은 Tangiers라는 영어 명칭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과거 이 지역은 로마의 식민지였다. 페니키아인들의 교역 지점이었던 때도 있었다. 원주민은 잘생긴 베르베르인이었다. 이들이 이곳을 고대 베르베르어로 Tingi, ⵜⵉⵏⴳⵉ라고 불렀다. 식민지 지배자인 로마인들이 이를 Tingis로 받아들였다. 베르베르인들은 오래전부터 Tanja라고 부르고 있다. 그리고 7세기 후반 이후 이 일대를 지배한 아랍어를 쓰는 사라센 이슬람들은 현지인인 베르베르인들이 쓰는 Tanja를 طنجة‎‎ /Ṭanjah/로 음사해 사용하고 있다. 
 
한편, 베르베르족과 그리스의 신화에 보면 Tinjis라는 이름의 포세이돈과 그의 부인인 가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안타에우스(Antaeus)의 부인이 있는데, Tinga로도 불리고, Tingis라고도 표기한다.  
 
사실 탠저린 오렌지(Tangerine orange)는 오렌지이고, 귤은 시트론(citron)이라고 하는데, 귤속 과일 중 하나인 citron이 유대인을 통해서 지중해와 유럽으로 퍼져나갔고 레몬과 오렌지는 이베리아반도에 정착한 우마이야 왕조의 무슬림을 통해서 8세기 이후 처음으로 유럽에 알려졌다. 그래서 오렌지와 레몬은 오랫동안 무슬림과 결부되는 이국적인 과일이었다.
 
귤속(citrus) 나무는 연평균 기온이 15℃ 이상 되는 난대지역에서 자라기에 알맞으며, 물 빠짐이 잘 되고 겉흙이 깊은 모래 참흙이 생육에 좋다. 한국에 있는 재래 귤 품종은 당유자, 진귤, 병귤, 유자, 청귤, 동정귤, 홍귤, 빈귤, 사두감이 있다.
 
앞서 말했듯 귤은 원산지가 인도와 중국이다. 히말라야 동부 지역과 중국 양쯔강 상류 지역에서 고대부터 재배했다. 흔치 않은 귀한 과일로 왕족의 식단에나 오를 선택받은 몸이었다. ‘회귤유친(懷橘遺親)’이라 하여 “귤을 품어가 어버이께 드린다”는 유명한 중국 고사성어가 있다. 고사의 주인공 육적(陸績)의 이름을 붙여 ‘육적회귤(陸績懷橘)’이라고도 한다.

황색과일. 생각보다 다양하다.
황색과일. 생각보다 다양하다.

철학은 과학이 아니다. 인체의 장기를 간장·심장·비장·폐장·신장의 오장(五臟)으로 나누고 각 기관의 질환에 따라 시술을 하고 약을 복용케 하는 것은 과학이다. 그러나 동양의 이분법적 사고의 산물인 음양과 우주만물의 기를 설명하는 방식인 오행의 이치는 철학이다. 이를 일상의 건강법에 적용하는 것은 절대 무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신하지 않고 즐긴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바야흐로 홍시의 계절이다. 여자 중에는 홍시가 변비를 일으킨다고 그 맛있는 홍시 먹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러나 홍시를 먹는다고 누구나 다 변비에 걸리는 게 아니며, 홍시를 백 개쯤 먹고 변비 안 걸릴 사람 단 한 명도 없다. 무엇이든 적당하고 알맞은 건 문제 없지만, 과다하거나 지나친 건 없는 병도 만든다. 메밀이 살 빼는 식품이라지만, 체질에 따라 메밀 먹고 살찌는 경우도 있다. 매일 메밀 음식을 석 달 열흘을 먹었는데 살이 빠지지 않았다면 그때의 절망감 내지 배신감은 얼마나 크겠는가?
 
다음에는 붉은색, 검은색, 푸른색, 검은색과 관련된 식품과 건강, 숨겨진 인간의 욕망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연호택 가톨릭관동대·영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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