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4:20 (토)
전문대 유아교육과에 대한 소고 
전문대 유아교육과에 대한 소고 
  • 이연규 대전과학기술대·유아교육과
  • 승인 2018.11.12 1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시 전문대를 생각한다

대졸 학력을 가진 인구 중 인문계 출신들의 취업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명문대에 진학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학 기간 내내 취업을 위한 여러 스펙을 쌓느라 대학 생활의 여유는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에 전문대 유아교육과 학생들의 대학 생활은 매우 대조적이다. 이들에게서는 남보다 더 많은 정보와 기술을 습득해 좁은 문을 뚫고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이 보이지 않으며, 3년간의 대학 생활 동안 별다른 취업 걱정을 하지 않는다. 어떤 기관에 취업할 것인가의 문제만 있을 뿐, 취업 의지만 있으면 100퍼센트 취업이 보장되고, 국가가 정한 호봉표에 준해 엇비슷한 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몸담은 대학의 유아교육과는 2015년 교육개발원(KEDI) 통계 취업률 100%를 달성한 이후, 줄곧 90퍼센트 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다른 전문대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취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전문대의 설립 취지와 잘 맞아떨어지는 전공이 아닐 수 없고,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가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독야청청하는 학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이후에도 쉽게 없어지지 않을 직종에 영유아 교사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문제는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가 돼가고 있는 현실이다. 

유아기 경험의 중요성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미국의 보건인간서비스부(The U.S. Department of Health & Human Service)의 후원 하에 진행돼, 유아교육의 효과를 27세까지 추적한 연구는, 유아교육 경험 집단이 유아교육을 받지 않은 집단에 비해 사회적 책무성, 수입과 경제적 지위, 교육적 수행도 측면에서 월등함을 보여줬고, 한 유아 당 1달러의 투자가 7.16달러의 효율성을 가진다고 했다. 세상에 어떤 투자가 700퍼센트 이상의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전문대는 학과를 막론하고 입학의 문턱이 낮아졌다. 고등학교 졸업생 대비 대학입학 정원의 초과현상 탓이다. 이는 입학하는 학생의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유아의 인지발달 수준이 낮고 어리다고 해서 수준이 낮은 어른이 가르칠 수 있다는 논리는 옳지 않다. 학습자의 능력이 떨어질수록 교사의 능력과 도전정신이 요구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출산율이 낮고 어린아이가 귀한 세상이 될수록, 양질의 보호와 교육에 대한 수요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전문대는 양질의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유아교육기관의 원장들은 바람직한 교사의 조건으로 교직 전문성보다 ‘영유아에 대한 사랑’, ‘책임감’, ‘성실함’, 원만한 대인관계‘와 같은 인성 관련 자질을 우선으로 꼽는다. 전문성의 부족은 현장에서 재교육이 가능하지만 인성이 제대로 자리하지 않은 교사는 성인이 된 시점에서 바로잡기 어렵다는 말이다. 

필자는 유아교육과에서 십여년 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습 성과는 학습동기와 전공 적합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경험적으로 깨달았다. 대학 입학 전까지 학습동기가 없었던 학생들도, 자신이 꿈꿔왔던 진로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학습이 제공되면, 매우 능동적인 학습자로 변화한다. 전공적합성은 자기효능감, 긍정적 자아개념에 영향을 끼치며 학생들을 전혀 다른 자아로 이끌어 준다. 전문대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에서의 도약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딘가 모르게 성숙해지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영화 「미 비포 유(Me Before You)」에서 주인공 루이자가 사랑을 통해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이 오버랩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유아교사는 이직률이 높고 세대교체가 빠른 직업적 특성을 갖는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유아 교사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아직 만족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직으로 인정받기에 부족한 교육 연한이나 자격증 취득 과정의 수월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교육의 미래를 생각할 때, 유아 교사의 빠른 대체의 문제는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의 사립유치원 사태를 보며, 유아교육기관과 교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 부재가 유아교육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감을 느낀다. 유치원의 교육과정 운영에서부터 교사양성, 유아교육기관 장학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일관되고 합리적인 원칙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불합리한 정책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연규 대전과학기술대·유아교육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