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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사립대가 성공한 이유는?
독일의 사립대가 성공한 이유는?
  • 김상무 한독교육학회 회장/동국대(경주)·교직부
  • 승인 2018.11.12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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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고등교육 ⑦ 독일의 사립대

주 정부가 교육과 문화에 관한 한 거의 전권을 행사하는 연방제적 특성에 따라 독일의 대학은 근본적으로 각 주정부의 기관이다. 각 주가 대학을 설립하고 재정을 지원하며 예산과 인력을 통제해왔다. 연방정부는 함부르크와 뮌헨의 사관학교와 몇 곳의 전문대만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 대학교육은 주 정부가 독점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때문에 오랫동안 독일의 고등교육체제에서 사립대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이후 사립대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이후 계속 제기됐던 대학에 대한 엄격한 국가통제, 만성적 재정부족, 높은 중도탈락률, 장기간의 수학기간 등 다양한 문제점들은 주 정부가 운영하는 주립대학들에 대한 불만을 고조시켰다. 이런 배경 하에 목표 지향적이고 빠른 졸업을 홍보하는 사립대가 증가했다. 1995/96학년도 사립 전문대 20개교, 종합대학 5개교에서, 2014/15학년도에는 전문대 97개교, 종합대학 20개교로 거의 5배 정도 증가했다. 학생 수는 1995년 약 만 6천명에서 2016년 약 21만 명으로 13배 이상 증가했다. 

2014/15학년도 전체 대학 400개 중 약 62%가 주립대학, 약 29%가 사립대, 그리고 약 9%가 교회에서 운영하는 대학들이었다. 249개 주립대 중 종합대가 93개교, 전문대가 104개교, 예술대학이 52개교이다. 117개 사립대 중 종합대는 20개교, 전문대는 97개교이다. 주립대는 종합대와 전문대의 수에 있어서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은데 비해, 사립대는 전문대가 종합대학 수의 거의 5배에 달한다.

대학 수로 보면 주립대가 사립대 수의 2배가 조금 넘는 수준인데, 학생 수는 주립대가 압도적이다. 2016년 등록 학생 수를 보면, 전체 약 280만 명의 대학생 중 약 256만 명(약 91%)의 학생이 주립대를 다니고 있다. 사립대 학생 수는 약 21만 명으로 7.5%의 비중을 차지한다. 주립대의 학생 수가 사립대 보다 12배 이상 많다. 이것은 사립대의 학교 당 학생 수가 주립대에 비해 현저하게 적기 때문이다. 대학 당 평균 학생 수에 있어서 주립 종합대는 사립에 비해 거의 20배가 넘고, 전문대의 경우 주립대학이 사립대의 거의 5배에 달한다. 전공을 기준으로 보면, 사립대는 경제 관련 전공의 비중이 약 61%로 압도적이다. 주립대는 경제 관련 전공은 12%에 지나지 않고, 자연과학/공학이 35%로 가장 많다.

급격하게 늘어난 사립대는 전공 폭의 범위, 졸업 스팩트럼, 자기이해에 따라 크게 5개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이전에 개설한 전공들이 도제적 직업교육 수준이었는데, 이를 대학의 기초교육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한 평가절상형 대학들이 있다. 대개 보건, IT, 미디어, 상업계 직업 등을 전공으로 하고 있다. 두 번째, 원격교육, 직업병행교육 등 유연형 대학들이 있다. 이들은 대학기초교육 수준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세 번째, 직업지향형 대학이 있다. 이들은 대개 지역에 기반을 두고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전문대들로 기초교육 수준에서부터 석사과정까지 개설하고 있다.

네 번째, 연구와 교육을 종합대학 수준으로 수행하려는 전문가형 대학들이 있다. 경제, 법학, 공공정책 전공에 중점을 두고 있고, 박사학위 수여권한을 가지고 있거나 추구하고 있다. 다섯 번째, 전문가형처럼 아카데미 수준을 추구하지만, 연구와 교육에 있어서 다학문적이고 학문 간의 교류를 통한 범학문적 역량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훔볼트형 대학들이 있다. 사립대의 약 10% 가량은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치는 전문가형이나 훔볼트형, 약 55% 정도는 평가절상형이나 유연형, 그리고 나머지 약 36%의 대학은 직업지향형 대학에 해당된다.

이러한 사립대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성공의 비결은 주립대들이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던 전공을 개설하는 시장지향, 명확하게 취업준비교육을 표방하는 현장 지향, 대학교육의 투자가치를 명확히 제시하는 목표 지향, 주립대학보다 현저하게 적은 규모로 학생서비스와 책임을 강조하는 학생 지향, 원격교육, 시간제 수업, 직업병행 수업 등 학생개인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요구지향의 5가지였다.

이 성공비결들은 현재 재정부족과 학생 수 격감의 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의 대학들, 특히 지방 사립대들이 어떤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지를 잘 안내해주는 듯하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수요자 중심, 특성화 등 많은 대학들이 추구해온 대안들이기도 하다. 다른 한 편으로는 취업준비기관화하고 있는 많은 한국 대학들의 착잡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주는 대안들이기도 하다. 이들로 대학의 존재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는 없지 않은가?

 

김상무 한독교육학회 회장/동국대(경주)·교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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