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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갑질로 어긋난 국악과⋯ 독주회 참석 강요 등으로 갈등
교수 갑질로 어긋난 국악과⋯ 독주회 참석 강요 등으로 갈등
  • 문광호 기자
  • 승인 2018.11.12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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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공연 쥐고 불이익 주기도

일부 국악과 교수들의 갑질로 학생들이 신음하고 있다. 국악계 자체가 좁은 데다 정기적인 공연과 학업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교수에게 과도한 권한이 몰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달 17일 서울지역 A사립대 음악관 내부 벽면에는 교수들의 성차별적 발언과 권위적인 태도를 고발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에서 국악과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예술이라는 꿈을 가졌다는 이유로, 국악계라는 좁은 분야의 특성 때문에 학생들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와 대학에서의 수업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며 “교수와 학생이라는 권력적인 상하관계로 인해 학과 내에서 수년간 썩고 있었던 일련의 일들을, 아직도 진행형인 참상을 여러분께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공연 의무 참석 불참하면 학점 불이익

국악과 학생들은 교수들이 학점과 공연을 빌미로 학생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연 의무 참석이다. 수도권지역 B사립대 국악과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공연을 보고 과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과제 점수에 포함되는 공연이 따로 지정돼 있다. 바로 교수들의 독주회. 특정 교수는 독주회 티켓값을 사비로 지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A사립대의 경우 매 학기 학과의 모든 학생들은 교내 공연을 12번 관람해야 한다. 관람 횟수로 인정되는 공연은 A사립대 학사·석사·박사 졸업연주회다. 학생들은 “12번의 관람 횟수를 채우지 못할 시 전공 점수에서 불이익이 있다”고 주장한다. 

정기연주회 등 공연에 설 사람을 정하는 오디션 과정에서도 교수의 영향력은 크다. C국립대 ㄴ학생은 "정기연주회에 참가할 학생은 한명씩 오디션으로 뽑아야하는데 교수님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내보내는 일이 있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뒷돈이 오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교수 간식비 25만원도 학생이 부담

상황이 이렇다보니 강제적인 합숙 참여, 공연비 부담 등 부당한 요구가 교수의 직간접적인 동의 아래 자행된다. B사립대 ㄱ학생은 “졸업연주회 예산이 필요하다고 학교에서 공지가 오면 학생들이 그 비용을 내야하는데 내용이 너무 터무니없다”며 “교수님 간식비가 25만원이 책정돼 있고, 간식을 사러 다니기 위한 주유비도 5만원이 책정돼 있다”고 말했다. ㄱ학생은 “예산안 집행내역이 공지가 되긴 하지만 영수증은 본 적이 없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A사립대 국악과 학생들은 음악캠프 참석을 강요받고 있다. 음악캠프는 주로 방학 중에 이뤄지는 합숙형 교육 캠프다. 학생들은 음악캠프에 참가하는 데 작년까지는 1인당 20만원, 올해는 6만원의 비용을 부담했다. 캠프를 불참 할 시에도 참가비 제출은 의무다. A사립대 대자보에 따르면 한 교수는 “음악캠프에 하루 결석할 때마다 돌아오는 학기의 전공 실기 점수를 감점하겠다”고 말했다. 

막강한 교수 권위에 문제제기 힘들어

이런 문제에도 국악과 학생들의 상황은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ㄱ학생은 “교수님들한테 문제제기를 하기가 어렵다. 국악계가 좁다보니 교수님들 귀에 들어가면 학생들한테 불이익 올 것 같아서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ㄱ학생은 “오히려 강의평가 등을 통해 교수의 권위적인 태도를 지적하자 누가 강의평가를 적었는지 조회할 수 있다는 협박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A사립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대자보에 따르면 A교수는 “성폭력 같은 건 똑바로 허리를 곧추세우고 다니지 못하거나, 당당하게 다니지 못하는 애들이나 노려져서 당하는 거야”, “짧은 치마를 입고 다리를 오므리지 않으면 나도 눈이 가는데, 남자들은 어떻겠니?” 등의 성차별적 발언을 일삼았다. 그러나 학생들은 보복과 신상 조회에 대한 걱정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이오규 전 용인대 교수(국악과)의 성폭력 사건 당시에도 피해자들은 “국악과의 큰 선생이셨던 교수에게 찍히고 싶지 않았다”며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없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일부 대학선 자발적 소통 분위기도

물론 모든 대학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올 초 미투 운동 이후 일부 대학들에선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C국립대 ㄷ학생은 “저희도 학생들이 이야기하기 힘든 구조긴 했는데 약간씩 말을 하기 시작했다”며 “2년 전부터 학교에서 방학마다 수업과 관련해서도 시스템 개선사항들을 논의하고 워크숍에서 교수들과도 회의를 했다. 최근 미투운동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D사립대 ㄹ학생은 “지금은 강압적인 분위기 없다”며 “국악판이 좁아 인맥이 없으면 못한다는 것 옛날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한편, 현재 A사립대는 해당 문제를 놓고 대학과 총학생회 측이 내부적으로 협의 중이다. 교수들은 전화에 응답하지 않았다. B사립대 국악과 교수는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교육부, 신고센터 운영하지만 한계 분명

교육부는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를 운영해 이와 같은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갑질 신고센터도 생겼다. 김지연 교육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지원팀 담당과장은 “신고센터로 제보하거나 신고해주시면 그걸 바탕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 신고를 안 해주시면 먼저 알고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악과처럼 작은 규모의 학과는 신원 유출에 대한 두려움으로 공식적인 신고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김지연 과장은 “원칙적으로 제보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는다”며 “다만 교수들의 지위가 신고센터 직원들보다 높아 신원 유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한계를 분명히 지적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9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사무국장 이승준)은 “지난 8월 13일 교육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개선 권고안의 주요 권고 사항이었던 ‘대학 내 성폭력 전담기구의 인력 및 예산 확보’, ‘심의·조사위원회 구성 시 학생 참여’,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전담기구의 처리 절차 개선 및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한 방책 마련’ 등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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