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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안전등급은 높은데 사고는 늘어⋯ 예체능 분야는 책임소재 불분명  
실험실 안전등급은 높은데 사고는 늘어⋯ 예체능 분야는 책임소재 불분명  
  • 문광호 기자
  • 승인 2018.11.12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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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대교협, 2018년 10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 발표

부실한 대학 실험·실습 안전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2018 대학정보공시 결과’에 따르면 과학기술분야 실험·실습실 사고 건수가 지난해 대비 22.7%(35건) 늘었고 예체능 및 기타분야 실험·실습실 안전 1등급 비율도 낮아졌다. 안전등급의 전반적인 하락에도 구체적인 안전진단 기준과 안전등급 관리는 부실한 상태다.

지난달 31일 교육부(사회부총리 겸 장관 유은혜)와 대학교육협의회(회장 장호성)은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안전 1등급과 2등급을 받은 실험·실습실의 수는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사고 건수는 오히려 늘었다. 신태연 교육부 교육통계과 사무관은 “안전등급이 4,5등급이 되면 개선에 필요한 조치를 3개월 이내에 실행해야 한다. 1년이 넘어도 시정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4등급 이하 판정을 받은 실험실습실은 2곳에 불과했다.

대학이 안전등급 평가?⋯ 실효성에 의문

일각에서는 안전등급 무용론이 제기된다. 안전등급을 평가하는 주체가 대학이기 때문이다.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이하 연구실안전법) 제2조 6항에 따르면 ‘정밀안전진단’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 또는 자격을 갖춘 자가 실시하는 조사·평가”를 말한다. 그런데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이 바로 ‘정밀안전진단의 직접 실시 요건을 갖춘 연구주체의 장’이나 ‘정밀안전진단 대행기관’이다. 대학은 이들을 고용하고 관련 예산을 집행한다. 안전등급 평가가 사실상 대학의 영향력 아래 놓인 셈이다. 실제로 평가를 받은 실험·실습실 3만7천841곳 중 2곳만 4등급이었고 나머지는 제재를 받지 않는 1,2,3등급에 해당됐다. 

이에 지난 4월 김수민 의원(바른미래당)은 안전관리기준에 관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발의 이유에 대해 “시설과 설비 등에 관한 사항을 학교의 자체평가에 맡김에 따라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학생들이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교육부장관이 학교시설 및 설비의 안전관리에 필요한 기준을 정해 고시하도록 하고, 학교의 장은 안전점검 전문기관에 위탁해 연 1회 이상 학교시설 및 설비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현재 교육위에 접수된 상태다.

지난 7일 서울 시내 한 사립대 조형과 실습실. 위험한 실습 기구가 방치돼 있다.
지난 7일 서울 시내 한 사립대 조형과 실습실. 위험한 실습 기구가 방치돼 있다.

예체능 실습실 안전 관리에도 관심 필요

안전등급 관리 체계도 복잡하다. 과학기술분야 실험실습실은 연구실안전법에 따라 과학기술정통부가 안전관리지침을 만들어 고시한다. 예체능분야 실험실습실은 산업안전보건법과 화학물질안전관리법에 따라 안전등급이 매겨지는데 각각 고용노동부와 환경부가 관리하고 있다. 교육부는 실험실습실 이외에 대학의 전반적인 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를 담당하며 낮은 안전등급을 받을 시 제재를 가한다.

예체능 실험·실습실 안전관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상대적으로 일원화된 과학기술 실험실과 달리 예체능 실험·실습실 안전관리는 법적 근거와 주무 부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홀한 예체능 실험·실습실의 안전관리 현황은 지표상으로도 드러난다. 2016년 1천373개의 예체능 실험·실습실이 1등급을 받았지만 2017년에는 152개 감소한 1천221개만이 1등급을 받았다. 2등급 시설도 2016년 1천388개에서 2017년 1천309개로 그 수가 줄었다. 반면, 3등급 시설은 그 수가 135개 더 늘었다. 

예체능 실험·실습실이라고 해서 위험도가 낮은 것도 아니다. 지난해 6월 열린 ‘제8회 전국 연구실안전환경관리자 협의회 정기 세미나’에서 송종호 교육시설재난공제회 선임연구원은 “판화실(질산·용매), 석조실(크레인·절단기) 등 위험 물질 및 위험기계류를 빈번히 사용하는 예체능계 실험실습실은 연구실안전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안전관리가 취약하고 사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이승수 교육부 교육시설과 주무관은 “정보공시에 관련된 자료는 학교에서 안전관리현황 어떻게 돼있는지 결과치를 조사한 것”이라며 “예체능 분야도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각 주무부처에서 등급을 매겨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부가 안전관리 기준을 일원화해 관리하도록 하는 김수민 의원 발의 법안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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