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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와 공화주의, 개인과 공동체
자유주의와 공화주의, 개인과 공동체
  • 이홍종 부경대·국제지역학부
  • 승인 2018.11.0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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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위원을 맡은 전원책 변호사가 “공화주의는 민주주의와 같은 개념”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특히 미국에서의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공화주의의 합작품이다. 

필자는 미국에 가서 미국정치를 공부하면서 여러 가지 조화와 균형들을 보고 새삼 놀랐다. 자유주의와 공화주의, 연방주의와 반연방주의, 연방정부와 주(州)정부, 대통령과 의회, 양원제로 상징되는 큰 주들과 작은 주들의 ‘대타협’ 등이다. 이러한 조화들 때문에 미국은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한 국가로 유지되고 번창할 수 있었다.

논란이 된 공화주의는 고대 아테네에서 실험했던, 민주주의의 변질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공화정이 최초이다. 공화정은 일종의 포퓰리즘인 중우(衆愚)정치로 변질된 민주정치에 대한 보완재 같은 것이었다. 

한편, 자유주의는 미국 혁명기의 지배적인 사상이었다. 자유주의자 존 로크(John Locke)가 18세기 미국의 정치사상을 지배한 유일한 정치이론가라는 것이 '정설'로 자리 잡고 있다. 루이스 하츠(Louis Hartz)에 의하면, 미국의 사상은 다른 어떤 정치이론도 살아남을 수 없을 만큼 처음부터 로크의 자유주의 사상에 의해 지배됐다고 한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부터 '공화주의적 수정론자'로 불리는 학자들이 18세기의 미국의 정치사상을 근본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소위 '정설'은 무너지고 말았다. 이 수정론자들은 자유주의 대신에 공화주의를 강조하고 나섰다. 즉, 존 로크로 대변되는 자유주의가 아니라 공화주의가 미국 혁명의 사상적 뿌리라는 것이다. 

이들 수정론자들에 의하면,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 미국인들은 공적(公的) 미덕, 즉 개인이 사적(私的)인 이해관계를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종속시키는 것을 강조하는 신념 체계, 다시 말해 공화주의를 고수했다. 

필자는 미국에서 정치심리학에 관한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미국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은 개인적인 출세(지위 향상이나 부의 축적)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의 기여도(시간이나 기부금)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가브리엘 알몬드(Gabriel Almond)에 의하면, 바람직한 시민문화(civic culture)는 전면적으로 정치적 지향성이 높은 참여형 정치문화와 신민(臣民)형 정치문화가 합친 것이라고 한다. 그저 “참여형 정치문화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가 아니었다.

미국 역사를 전체적으로 보면, 물론 자유주의가 지배적인 사상이지만, 건국 초기와 대공황 시절 등에는 공화주의적인 전통이 더 강했다고 여러 학자들은 주장한다. 여하튼 자본주의의 위기인 세계 대공황을 수정자본주의로 이겨냈듯이, 미국은 자유주의와 공화주의의 조화로서 발전하고 번창한 것이다, 

로마의 공화제, 프랑스대혁명 이후의 공화제 등에 뿌리를 두면서도 미국은 나름대로 공화주의를 정립해 자유주의와 함께 미국식 민주주의를 완성했다. ‘계급’이 아닌 ‘개인과 공동체’를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를 미국은 자랑한다. 프랑스 학자 알렉시스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도 미국을 여행한 후, 미국을 찬양한 책 『American Democracy』(vol. 1. 1835, vol. 2. 1840)를 썼다, 이 책에서 토크빌은 미국 사람들은 소위 “자발적 결사체”인 단체를 만들기 좋아한다고 했다.

최근 한국 정치에서 “공화주의가 사회주의가 아니냐?”는 비판이 등장했는데,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자본주의 등의 기본적인 출발점은 “생산방식(mode of production)을 어떻게 하느냐?”에 있다. 그러나 공화주의는 ‘공동체’을 강조하고 자유주의는 ‘개인’을 강조한다. 한국 정치의 발전도 자유주의와 공화주의의 조화와 균형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홍종 부경대·국제지역학부
미 신시내티대에서 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제정치와 미국정치가 연구 분야다. 한국세계지역학회장과 21세기정치학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정책연구원풀울림 원장도 맡고 있다. 저서로 『영화 속의 국제관계』, 『미국의 이해』, 『국제기구와 글로벌거버넌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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