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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혐오의 시대
교수 혐오의 시대
  • 김영석 편집기획위원/경상대?일반사회교육
  • 승인 2018.11.0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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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김영석 편집기획위원/경상대?일반사회교육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읽는 시대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특정한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게 된다. 댓글이 객관적인 여론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정보기관이 나서서 조직적으로 댓글을 달고 심지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조작을 가하는 등의 일탈이 행해졌던 것을 보면 댓글이 가진 위상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대학 교수 관련 기사들을 읽을 때면 꼭 챙겨서 댓글들을 읽어보곤 한다. 기사 자체가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학 교수들의 현실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에서 작성된 기사에도 끔찍하리만큼 혐오스러운 반응들이 댓글로 달린다. 댓글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대학 교수의 이미지는 갑질, 성희롱, 연구비 유용의 대명사로 희화화 된지 오래이다. 아주 오래전에 종영된 ‘아줌마’라는 드라마에서 장진구라는 교수 캐릭터가 국민의 공분을 크게 샀던 점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의 교수 혐오는 이미 오래된 현상이라고 본다. 최근 어느 인터넷 진보 언론 매체에는 공공연하게 교수 연봉을 반으로 깎자는 주장이 게재되었다. 교수들이 돈이나 밝히기 때문에 노벨상을 못 받는다는 것이다. 하는 일 없이 시간강사보다 돈을 많이 받는 등 그밖에도 교수들의 연봉을 깎아야 할 이유는 많다는 것이다. 

댓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모르겠지만, 국회의원, 관료 등 위정자들이 가진 교수들에 대한 인식 역시 댓글부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부분의 교수들이 연구원이나 시간강사 등 비정규직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 최초 임용되는 연령이 타 직군보다 높다는 점, 고교교사보다 강의시수가 많다는 점, 업적평가를 통한 연봉책정과 승진으로 성과 스트레스가 많다는 점을 설명해 보지만 내가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는 것을 상대방의 표정에서 쉽게 읽을 수 있다. 

과거 정부들의 고등교육 정책들 중에서도 사실상 교수혐오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국립대 정책을 예로 들면 상대방 연봉을 빼앗아 다른 사람에게 주는 누적식 성과연봉제, 교수들의 대학 운영 참여를 가로막는 총장직선제 폐지, 교비 재원의 급여보조를 사업비로 바꾸어 버린 재정회계법 등이 모두 교수 혐오로부터 비롯된 정책들이라 할 수 있다. 사립대의 경우도 10여년  간의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임금 하락이 지속되어 왔다. 한정된 재원 내에서 교내 장학금 부담, 전임교원충원 등과 같은 제 살 깎기 경영이 강요되는 가운데 초중등학교 교사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는 교수들도 상당수가 된다. 교수들이 ‘돈을 밝혀서’ 노벨상을 못 받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로 진지하게 학문에 매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은 타 직종에 종사하다 교수가 되신 분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교수들에 대한 질시와 혐오가 지속되는 이유는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교수는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비싼 돈 들여 외국에 유학까지 가서 교수가 되려는 것은 좋은 직업이기 때문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과연 교수가 좋은 직업인지 아닌지는 머지않은 미래에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전후 베이비 붐 세대가 조만간 대거 학계에서 은퇴하고 난 후 그 자리를 메워 줄 학문후속세대가 얼마나 충원되는지를 보면 교수가 여전히 사회적으로 좋은 직업인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직업의 불안정성이라는 위험 요인을 감내하면서도 오랜 기간의 수련을 거쳐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려는 사람들이 많다면 교수는 여전히 좋은 직업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학문후속세대 절벽 현상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서울대학교에서도 대학원생 모집에서 미달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공계 실험실에서는 한국인 대학원생보다 영어가 가능한 지역 출신의 대학원생들이 선호된다는 게 공공연하게 거론된다.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대학이 사라진다고 하는데 그 전에 교수요원이 부족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해본다. 이 땅에서 교수가 사라진다면 미운 존재가 없어져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겠지만, 그럼 국가 경쟁력은 어떻게 될 것인가? 참고로 핀란드는 인구 대비 대학원생 수가 우리의 두 배가 넘는다. 그리고 세계경제포럼(WEF) 국가 경쟁력 순위는 핀란드 4위, 한국 26위이다.

 

김영석 편집기획위원/경상대?일반사회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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