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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연구 성과를 교육의 현장으로
고전문학, 연구 성과를 교육의 현장으로
  • 교수신문
  • 승인 2018.11.0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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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 《한국 고전문학 작품론 1-6》(민족문학사연구소 편, 휴머니스트, 2018.09)

1922년 안확의 <조선문학사>가 등장한 이래 한국 고전문학 연구가 100년이란 역사를 코앞에 두고 있다. 그 동안 고전문학의 전통 계승과 연속성 문제를 화두로 삼고, 외국 문학과 그 이론에 대응하는 한편, 고전문학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일련의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이제 고전문학은 주제론, 수용론, 반영론, 문학사론, 문학사회사론 등 다면적인 방법으로 현대 담론과 마주하고, 시공간적 거리감을 극복하는 작품론을 개진할 만한 역량과 다양한 연구 성과가 축적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고전문학은 현대 생활과 단절되고 무관심의 영역으로 벗어나 있다. 형식적으론 국어·문학 교육에서 여전히 비중이 크지만, 정작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에게는 오래된 유물이나 수험용 교과서 속 박제된 내용으로 기억될 뿐이다. 더 이상 고전문학은 그 자체로 현대인에게 공감과 치유의 능력을 상실해버렸다.

따라서 고전문학과 교육의 공생은 불가피해졌다. 이제라도 고전문학은 교육과 현장, 그리고 현대인과 치열하게 만나야 한다. 고전문학 작품이 그 자체로 가치 있고 존재 의의가 있는 대상이 아니라, 지혜의 축적과 문화 기록으로서의 문학작품이자 창의적 언어활동으로서의 문학작품, 더 나아가 삶의 반영과 표현으로서의 문학작품으로 다시금 자리매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대다수의 고전문학 작품 교육은 시중의 참고서나 문제집, 또는 인터넷에 올려진  정체불명의 글에 의지해 이루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 그 폐해와 왜곡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제 해당 작품의 전공자들이 나서서 작품을 읽는 새로운 안목과 사고력을 키워주고, 고전 작품에서 길어 올릴 수 있는 지혜와 상상력의 바다를 맛보게 할 필요가 있다. 현대에 고전 작품을 왜 읽고 이야기해야 하는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고전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바로 이런 일련의 고민에서 기획된 <한국 고전문학 작품론>은 민족문학사연구소를 중심으로 100여 명의 전문 연구자가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의 결실로 완간까지 4년이 걸렸다고 한다. 고전소설 68항목, 고전시가 50여 항목, 한문학 100여 항목, 구비문학 40여 항목 등 전체 260여 항목의 작품론을 담았으며, 다루어진 작품의 편수가 1000여 편에 이른다. 중·고교 교과서에 실린 작품뿐 아니라 새롭게 주목해야 할 작품을 영역별로 수록했으며 교육 현장의 오류를 바로잡고, 부족한 부분을 메운다는 목표로 ‘작품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이해와 해석’의 제공에 초점을 두었다. 무엇보다도 책 내용을 보면 그동안 널리 알려진 해석을 벗어나 작품이 나온 시대상을 넓게 조망하고 현대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한 견해들이 눈에 띈다.

《한국 고전문학 작품론》 시리즈는 모두 6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01 한문소설-천년 동안 이어진 불온과 도전의 서사》는 전기(傳奇)소설, 전계소설, 몽유록계 소설, 의인체 소설, 몽자류 소설, 야담계 소설 등 나말여초에서 19세기 말까지 창작된 한문소설 가운데 주요한 작품 33편을 다룬다. 《02 한글소설-여성과 대중이 사랑한 폭넓고 다채로운 서사》는 영웅군담소설, 가정소설, 세태소설, 우화소설, 판소리계 소설, 국문장편소설 등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17세기 이후 널리 창작되고 읽혔던 한글소설 35편에 대한 작품론을 담았다. 

《03 고전시가-우리 말글을 뿌리 삼은 노래와 시의 향연》은 고대가요와 향가에서부터 고려속요, 경기체가, 악장, 조선시대 시조와 가사, 계몽기 시조와 가사·잡가에 이르기까지 대략 100여 편의 작품을 다룬다.

《04 한시와 한문산문-사회 현실과 개인 정감의 사이》와 《05 한문고전-문사철이 망라된 문예의 향연》은 ‘한문학’에 속한다. 《04 한시와 한문산문》은 개인 정감에서부터 사회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채로운 내용을 담은 120여 편의 작품을 다루었다. 《05 한문고전》은 《삼국유사》, 《삼국사기》 등 한국 문학사와 학술사에서 비중이 높은 저작들을 가려 뽑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문학뿐 아니라 역사, 철학, 지리 등 전통시대의 학술과 문예를 담은 저작 50여 편을 다룬다. 

《06 구비문학-가장 오래된, 여전히 재현되는 말의 예술》은 설화와 실화, 민요, 무가, 판소리, 민속극 등 구비문학 작품들을 40여 항목의 작품론을 통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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