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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근대문학의 기원으로서의 구니키다 돗포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으로서의 구니키다 돗포
  • 조영일 문학평론가
  • 승인 2018.11.05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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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문학의 대표적 존재는 누구일까?

사상은 물론 사상가도 유행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혹자는 그것을 시대적 변화로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를 권할지 모르지만, 마냥 탐탁지 않은 것만큼은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것도 따지고 보면 과거의 변주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과거와 완전히 단절된 어떤 것으로만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얼마 전 어떤 분에게서 가라타니 고진을 신형철 평론가의 책을 통해 알게 됐다는 말을 듣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한때 문학도의 필독서였던 『일본근대문학의 기원』도 흔한 문학연구서 중 한권으로 취급받는 형국이니 딱히 이상할 것도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기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한 적이 있긴 한 걸까.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은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과 더불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인구에 회자된 문학이론서이다. 하지만 『소설의 이론』만큼이나 제대로 이해된 적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참 읽히던 시기도 그러했을 진데, 지금 와서 이것을 문제 삼는 것은 과욕일 수 있다. 

흔히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은 우회적으로 써진 나쓰메 소세키론으로 간주된다. 그도 그럴 것이 소세키 이야기로 시작해 소세키로 끝나고 있다. 그리고 저자 스스로 그렇게 읽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현재 한국에서도 입수할 수 있는 판본(도서출판b)은 수정판(2010)을 번역한 것으로 원래의 판본(1980)을 대폭 수정한 것이다. 이 판본에는 소세키를 다루고 있는 「장르의 소멸」이라는 장이 추가돼 있는데, 이 글을 함께 읽으면 확실히 소세키론으로 읽힌다. 물론 이것은 영어판(1993)에서부터 첨부된 것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번역본(민음사)도 정확히 이 체제를 따르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이 책이 소세키론으로 이해돼 온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그것이 빠진 원래의 판본을 읽으면 책에 대한 인상이 크게 달라진다. 즉 그것은 일종의 구니키다 돗포론이 된다. 현재 일본에서는 두 가지 판본이 모두 유통되고 있다. 원래의 판본은 <원본>이라는 표제를 달고 다시 나왔고, 수정본은 <정본>판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이는 매우 특이한 경우라 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대부분은 수정판이 나오면 기존 판본은 절판시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왜 두 판본의 유통을 허락한 것일까? 세상에는 두 판본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책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일본문학의 대표적 존재가 누구냐고 한다면, 너나 할 것 없이 나쓰메 소세키를 이야기할 것이다. 그 때문인지 국내에도 소세키를 찬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며 소설 전집이 나온 것은 물론 같은 작품이 중복해서 번역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근대문학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소세키는 예외적인 존재로, 지금의 일본문학이란 어떤 의미에서 소세키가 아닌 돗포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은 소세키가 아닌 돗포인 셈이다.

따라서 돗포에 대한 이해 없이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을 읽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거기서 사용된 개념(풍경, 내면, 고백, 전도)을 한국소설에 적용하는 것 역시 골계일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그런 개념들이 큰 무리 없이 한국 근대소설에 잘 적용된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근대 초기 문학가들이 일본에서 배운 일본문학이란 실은 돗포의 문학이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돗포의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한국근대문학의 기원’을 살펴본다는 말이며, 바로 그렇게 읽었을 때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실제 돗포의 소설들을 읽으면 한국의 근대소설들이 많이 연상되는데, 그런 기시감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행히 국내에 두 권의 돗포 작품집이 번역되어 매우 큰 참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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