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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 학진을 점검한다(5)- 전문인력 문제
[연재기획] 학진을 점검한다(5)- 전문인력 문제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06.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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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끄는 신설' 전문위원회'... 실질적 권한 부여해야
 한국학술진흥재단과 학계의 관계에는 묘한 구석이 있다. 공생의 관계에 있지만, 조금씩 삐걱거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학계와 학진의 의견 대립이 가장 많은 부분은 바로 ‘공정성의 확보’ 여부다. 학계는 학진의 평가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학진은 그런 평가를 피하기 위해  행정적인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그 사이가 가까워지지 않고 있다. 이에 학진 내부에 전문인력을 보충해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은 바로 학진과 학계가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기 위해서다.

우선 전문인력문제는 두 종류로 생각해야 한다. 하나는 평가과정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연구자 출신의 전문인력의 참여이고, 다른 하나는 전문적인 행정인력의 양성이다. 전자가 학진 외부인력의 활용을 뜻한다면, 후자는 내부 인력의 전문화를 의미한다.

직원 83명, 심사가능인력 2만여명

현재 학진에는 이사장 1명과 사무총장1명의 임원진과 이사장 직속의 이사 11인(상근임원 2명 포함), 감사 1인 및 책임전문위원 3인과 전문위원2인이 있다. 기능직까지 포함한 직원수는 총 83명. 직원을 제외한 이들의 대부분 현직 교수이거나 학계와 관련 있는 사람으로, ‘파견’형식으로 학진에서 몇 년씩 일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밖에도 연구업적평가를 위해 심사가능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풀이 5월9일 기준으로 2만2천8백26명이 등록돼 있다. 이 인원들 중에서 심사평가위원회 및 평가 패널이 구성되고 있다. 결국 연구자 출신 인력 대부분은 잠시 머물다 가는 ‘임시직’으로, 또는 심사평가를 위한 ‘레퍼런스 그룹’으로 학진과 관계를 맺고 있다. 실질적인 업무 수행은 대부분 학진 직원들의 몫이다. 연구자들의 입장에서는 학문적인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염려가 나올 만하다.

절대적인 행정인력 부족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2001년 기준으로 미국 과학재단과 학진을 비교해 보면, 직원 1인당 담당하는 과제수가 미국의 경우 7.8건인데 반해, 학진은 56.2건이었다. 8배에 육박하는 업무량의 차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개별 연구자들을 고루 배려하면서 유동성을 발휘할 수 있는 행정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종욱 기획실장은 “현재 학진의 인원으로 모든 업무를 관장하기 그 수가 너무 적다”라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다른 기관들은 그 형식이 조금 다르다. 2001년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립과학재단의 경우 순수한 직원 수만 1천2백70명이다. 여기에 심사자, 패널리스트, 자문위원회 등으로 활용하고 있는 외부인력은 6만명. 내부 직원에게는 해마다 전문교육을 실시해, 담당분야의 전문가로 육성하고 있다. 심사평가과정에 ‘직원평가’가 따로 있을 만큼 행정인력에 대한 신뢰가 남다르다. 미국의 상황과 우리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많은 수의 행정인력을 확보하고 있고,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연구자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진도 작년부터 책임전문위원제도를 도입했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에 1명씩 현직교수를 책임전문위원으로 임명해, 심사평가단 선정 과정에 참여토록 한 것이다. 그러나 얼마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인중 책임전문위원은 책임전문위원제도가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혀 파문이 일기도 했다. 현재 학진에 책임전문위원에게 제공하는 것은 매달 70만원의 수당과 작은 공간이다. 책임전문위원의 역할을 강제하지도 않기 때문에, 제 역할을 하지 않아도 문제되지 않는다. 학술평가 과정에 전문성을 꾀하겠다는 의도가 현실화되지 않았다.

실패한 책임전문위원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이런 비판에 대해 학진은 최근 ‘전문위원회’를 설립하겠다는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위원회는 책임전문위원제를 확대한 모습인데, 어문학․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공학․의치약학․농수해양학․예체육학․복합학․정책담당․평가담당으로 분야를 나눠, 학계 전반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각 학문에 대한 분과위원회도 같이 운영할 계획이다. 오는 9월부터 이 제도를 실행하려는 준비가 한창이다.

 현재로서는 전문위원회제도가 학계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로써, 또 전문성과 공정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문제는 이런 제도 개혁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제도개혁과 더불어 논의해야 할 것은 전문위원회의 위상 확립 방안이다. 정책 및 평가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문기구가 아닌 실무기구로서의 위상을 고려하고, 독자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행정적 뒷받침을 지원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연구원제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지금처럼 여럿이 거쳐가는 ‘계약제’ 인력으로는 업무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신설될 예정인 ‘학술정책자문위원회’와 ‘전문위원회’ 그리고 기존의 행정조직과의 업무 분담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위상에 세워줘야 그에 따른 책임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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