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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1호 새로 나온 책 + 저자의 말말말
941호 새로 나온 책 + 저자의 말말말
  • 교수신문
  • 승인 2018.10.2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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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말말

‘아픔’은 권력의 문제

아픔이란 단어는 질병, 질환, 혹은 고통이란 명칭과 사뭇 다르다. 그건 “아프지 말고! 알았지?”라는 흔한 당부 속 ‘아픔’이다. 누군가에게 아프지 않기를 바랐던 바로 그 소중한 이들의 아픔 말이다. 그 속에는 화자의 애정 어린 감정이 오롯이 충전되어 있다. 한편, 이 아픔은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을 법한 ‘말 못할 아픔’이다. 타인에게 이해를 구하기 어려운, 구할 수 없는, 혹은 구해서는 안 되는 그런 감춰둔 아픔 말이다. 

이 ‘아픔’은 학습과 탐구의 영역이 아니라 공감과 이해의 영역이다. 학위 따윈 필요 없다. 하지만 모두가 이 아픔을 내 부모처럼 공감하기를 기대하는 건 무모하다. 아픔이 사적인 공간을 넘어 공적인 영역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삶은 막막해진다. 세상은 아픔을 ‘말하지 못하게’ 한다. 행여 말이라도 하면 최대치가 찰나의 동정이며, 최악의 상황에는 약자로 낙인찍힐지도 모은다. 기쁨은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약점’이 되는 세상이라지 않은가.

이런 세상에서 위로라도 받으려면, 아픔의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약자의 ‘증거’는 진위와 상관없이 무기력하기 일쑤다. 그래서 ‘아픔’은 실제 증명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다. 힘의 문제고, 도덕과 윤리의 문제다. 고로 정치의 영역이다.

김관욱 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감각한 사회의 공감 인류학』(인물과사상사, 2018.10) 중에서

새로 나온 책

■ 리시아스와 안티스테네스: 소크라테스 추종의 행동 및 사유와 희랍 정치철학의 발전 | 양승태 지음 | 이화여대대학교출판문화원 | 496쪽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대표적 추종자인 ‘행동하는 지식인’ 리시아스와 ‘사변적 지식인’ 안티스테네스를 중심으로 소크라테스 이후 전개된 정치철학 사유의 발전과정을 짚고 있다. 특히 이들의 행동과 사유를 면밀히 고찰함으로써 소크라테스에 의해 태동된 정치철학적 사유가 그의 추종자들을 통해 좀 더 실천적이고 이론적인 내용을 형성해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저자는 이들의 사유가 플라톤에게서 완성되는 정치철학사 및 지성사의 흐름에 일조했음을 밝히고 있다.

 

 

■ 헤겔의 신화와 전설-헤겔 총서 7 | 존 스튜어트 엮음 | 신재성 옮김 | 도서출판 b | 540쪽

우리가 아는 헤겔은 진짜 헤겔의 모습일까? 헤겔 철학과 관련하여 인식론, 형이상학, 정치철학, 역사철학 등 각 영역에서 쟁점이 되어 온 주제들을 묶어 헤겔과 관련된 각종 신화와 전설이 어떻게 탄생·확대·견고화되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 주는 책이다. 오해와 오독은 신화와 전설을 만든다. 헤겔 신화와 전설의 뿌리는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헤겔 원전에서 추출한 경구와 도식들의 강렬함이며, 또 다른 이유는 그가 대표적인 변증법적 사상가라는 점에 있다. 

 

 

■ 토지공개념, 행복한 세상의 기초: 지공주의의 이론과 실천 | 김윤상 지음 | 한티재 | 180쪽

현 정부의 헌법 개정안을 통해 ‘토지공개념’이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쟁 주제가 되었다. 이 책은 특권과 차별 없는 경제를 위한 토지공개념을 통해 부동산 문제에 관한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음을 주장한다. 1장에서는 정의로운 사회제도가 어떤 것인지를 다루며, 2장에서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소개한다. 3장에서는 토지는 공유, 자본은 사유로 하는 ‘지공주의’(地公主義)를 기초로 행복한 세상을 설계한다.

 

 

■ 기초정보학: 생명에서 사회로 | 니시가키 도루 지음 | 이원규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 286쪽

기초정보학은 정보학 분야에 관한 참조기준의 기저인 정보의 원리를 탐구한다. 정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토대로 사회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저자는 정보, 정보의 의미해석과 의미전달에 대한 논의를 통해 정보의 실체적 개념을 제공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IT를 기반으로 하는 정보 사회에 대해 정보에 대한 편향된 시선을 거두고 정보의 근원을 토대로 의미작용에 주목하여 생명, 마음, 사회를 둘러싼 정보 현상을 통일적인 일관된 시스템 모델로 설명하고 있다. 

 

 

■ 신자유주의의 부상과 미래 | 데이비드 M. 코츠 지음 | 곽세호 옮김 | 나름북스 | 424쪽

왜 규제 자본주의는 그 자리를 신자유주의에 내어주게 됐을까? ‘좌파 버전 현대 미국 경제사’라 부를 만한 이 책은 ‘사회적 축적 구조론’의 관점에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어떠한 역사적 과정을 거쳐 탄생하고, 작동했는지를 구체적 경제 데이터를 토대로 밀도 있게 분석한 다. 저자는 대부분의 측면에서 신자유주의 시대 미국 경제는 규제 자본주의 시대보다 나은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음을 논증한 뒤 향후 등장할 정치·경제적 변화와 경로들을 제시한다.

 

■ 무신론자와 교수: 데이비드 흄과 애덤 스미스, 상반된 두 거장의 남다른 우정 | 데니스 C. 라스무센 지음 | 조미현 옮김 | 에코리브르 | 424쪽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의 두 거장, 데이비드 흄과 애덤 스미스의 오랜 철학적 우정을 탐구한 책이다. 1749년 그들의 첫 만남부터 1776년 흄이 사망할 때까지 그들 우정의 추이를 따라가면서 개인적 상호작용은 물론 각자가 상대방의 세계관에 끼친 영향을 검토한다. 둘 사이의 종교관은 상당히 근접했으며, 흄은 많이들 알고 있는 것보다 경제학에, 스미스는 철학에 더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 등을 밝혀 흄과 스미스 사이의 지적 친화성이 넓고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 한반도 화교사: 근대의 초석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경제사 | 이정희 지음 | 동아시아 | 760쪽

이 책은 188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화교 60년의 역사를 한·중·일의 방대한 자료로 분석한 역작이다. 대량의 1차 사료를 활용하여 화교사의 큰 공백을 메웠을 뿐 아니라 한반도화교의 존재를 문헌자료와 체계적인 구술조사를 바탕으로 새롭게 그려냈다. 화교의 생태 발전 이외에도 한·중·일 경제의 공업, 무역발전의 실태 그리고 민족, 정치, 이민의 사실 및 사상 관념, 한·중·일의 관계영향 등을 밝혀내어 중국근대사, 동아시아사에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한국의 들꽃: 우리 들에 사는 꽃들의 모든 것 | 김진석·김종환·김중현 지음 | 돌베개 | 660쪽

우리나라의 들에서 볼 수 있는 초본류 1,140종을 생태 사진 4,600여 장으로 수록한 식물도감으로 염생식물, 사구식물, 습지식물과 논밭 잡초에 관한 정확한 기록이다. 12종의 한반도 미기록식물을 국내 최초로 발견하여, 이들 미기록식물의 국명을 이 책에서 최초로 부여하는 학술적 성과를 거두었다. 아울러 일부 분류군에서는 국명을 새로 명명했고 다른 학명을 사용하기도 했으며, 기존의 여러 식물도감에서 반복 재생산된 오류를 최대한 바로잡고자 노력했다. 

 

 

■ 카이스트 미래전략 2019 | K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미래전략연구센터 지음 | 김영사 | 620쪽

기술변화에서 국제정세까지 2019년의 메가트렌드와 핵심 전략을 담은 미래전략 보고서로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를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2019년에 본격화될 디지털 전환과 한반도 정세의 변화로 산업체제, 사회구조, 삶의 양식에서 일어나는 파괴적 혁신에 주목하여, 사회, 기술, 환경, 인구, 정치, 경제, 자원 7개 분야에서 기회와 위기를 구체적으로 전망하고 실천 전략을 제시한다. 모든 논의와 전략의 기본 정신은 ‘사람 중심의 관점’이 특징이다.

 

■ 100년 전 살인사건: 검안을 통해 본 조선의 일상사 | 김호 지음 | 휴머니스트 | 400쪽

100년 전 조선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사람을 죽였을까? 그리고 그에 관한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이를 생생하게 기록한 것이 바로 조선시대의 살인사건 보고서, ‘검안(檢案)’이다. 이 책은 ‘검안’을 통해 조선 법의학의 실상을 살피는 것은 물론, 조선사회의 범죄와 그에 따른 처벌에 주목하여 법치와 덕치, 정치와 윤리의 상관관계를 읽어냄으로써 살인이라는 사회적 일탈의 틈새에 묻어 있는 100년 전 조선 민중의 삶을 역사로 재구성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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