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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년간의 일기'에 기록된 우리의 '울릉도 수토' 역사 
'118년간의 일기'에 기록된 우리의 '울릉도 수토' 역사 
  • 양도웅
  • 승인 2018.10.2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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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70년부터 1904년까지 기록된 강릉 김씨 감찰공파 일기에서 울릉도 수토 역사 확인
- 강릉 김씨 ‘항길고택’ 소장 자료 유일본, 동북아역사재단에 기증

“돌아가신 선친께서 이 고서들을 굉장히 아끼셨어요. 한번은 동해시에서 박물관을 지어 보관해주겠다고 해 기증하려고 하셨죠. 하지만 박물관 사업이 중단돼 끝내 기증하시지 못하고 돌아가셨어요. 시간이 좀 흘렀지만, 국가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에 기증하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강릉 김씨 감찰공파 19세손 故 김남용씨 첫째 딸 김상래 여사)

“총 13책 118권 분량입니다. 한 권당 1년을 가리키니, 무려 118년의 역사가 담겼습니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에 기록되지 않은 9번의 울릉도 수토(守土) 기록을 확인하게 됐습니다.”(이원택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지난 25일 강릉 김씨 ‘항길고택’서 118년의 역사를 기록한 자료의 유일본이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도형)에 기증됐다. 강릉 김씨 감찰공파의 김상래 여사가 소장하던 자료를 기증한 것.

김 여사가 기증한 자료 가운데 주요 자료는 총 13책 118권 분량의 일기로 『항길고택일기』로 불린다. 이 자료를 학계에 처음 소개한 배재홍 강원대 교수(교양학부)는 『한길댁생활일기』로 이름 지었는데, 동북아역사재단은 항길댁이 한길댁으로 잘못 알려진 점을 바로 잡기 위해 이 자료들을 『항길고택일기』로 부를 예정이다. 

『항길고택일기』의 저자는 강릉 김씨 감찰공파인 매암(梅庵) 김치련(1720~1794), 죽헌(竹軒) 김응조(1755~1817), 구봉(九峯) 김구혁(?~?) 등으로, 저자들은 1770년부터 1904년까지 매년 그해의 책력(冊曆)에 중요한 일을 해당 날짜 아래 또는 위 여백에 기록했다. 

책력은 날짜(당시의 중국력)가 적힌 책으로, 일기의 내용을 소개한 이원택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쉽게 말해, 주인들이 118년 동안 꼼꼼히 기록한 다이어리(diary)라고 보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원택 위원은 『항길고택일기』의 의의로 울릉도 수토 기록을 꼽았다. “기존 관찬(官撰) 사료에 없는 9번의 울릉도 수토 기록이 이 일기에 기록돼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19세기 세도정치기에 정치가 문란해 울릉도 수토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있었으나, 이 일기에 따르면 수토가 2년마다 매우 규칙적으로 실시됐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도 울릉도 수토는 주목해야 할 사건이었던 것이죠.”

[왼쪽 사진] 김상래 여사(왼쪽에서 두 번째)와 김도형 이사장(가운데),
이원택 연구위원(가장 오른쪽)이 기증된 일기의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 일기의 저자들은 책력의 여백에 그날의 일들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울릉도 수토는 『항길고택일기』 이전에 3년 주기로 실시됐는데 2년 주기로 실시된 것으로 기록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좀 더 연구를 해봐야 알겠지만, 울릉도를 침범하는 세력들이 늘어났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17~18세기부터 울릉도와 그 해역에는 왜선(倭船)뿐만 아니라 서양의 이양선들도 출몰했습니다.” 이원택 위원의 설명이다. 

『항길고택일기』에는 수토 연월일 외에도 수토 관련 세금, 수토선의 도착을 탐지하기 위한 후망군(候望軍)의 운용 등까지 기록돼 있어 향후 수토제도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일기의 특성상 사소한 일상들도 꼼꼼하게 기록돼 있는데, 이원택 위원은 “결혼식 축의금으로 얼마를 받았다,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소나무가 뿌리째 뽑혔다, 대관령 인근에 가뭄이 일었다 등의 기록이 있어 생활사 연구에도 유용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고 밝혔다. 기증된 자료에는 일기뿐만 아니라 강릉 김씨 감찰공파의 족보, 공문서 등도 포함돼 있다. 

글·사진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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