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0호 새로 나온 책
940호 새로 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8.10.2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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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말말

‘그들’이 결정한다

집중되고 제도화된 권력의 세계에서 조종간과 줄을 당기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이다. 보이지 않는 손들의 뒤에 있는 수많은 얼굴 또한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거대기업과 거대정부 둘 다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그들’은 대중매체, 초국적 기업, 군대와 정보기관, 복잡한 관료기구 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권력을 점점 불려간다. 그러는 동안,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 일터, 학교, 동네, 도시, 국가,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에 거의 참여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업경영자나 정치지도자,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수많은 기관들이 내놓는 수사적인 화법이나 이미지를 점점 더 신뢰하지 못한다.

민주주의의 약점에 대한 치료약은 더 많은 민주주의라는 오랜 격언이 있다. 이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민주주의’가 ‘파시즘’만큼이나 다양하고 상충되는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공식적인 대의제도를 뜻하는 것으로만 이해한다면 이 격언은 의미 없는 클리셰가 된다. 그런 식으로 민주적 제도와 장치만 만지작거리는 것은 ‘예속의 길’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권력을 탈중심화하고 분산시키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민주주의는 사회 자체를 재구성해낼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버트럼 그로스 뉴욕시립대 교수(1912~1997), 『친절한 파시즘: 민주주의적 폭력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김승진 옮김, 현암사, 2018.10) 중에서

 

새로 나온 책

■ 말, 살, 흙: 페미니즘과 환경정의 | 스테이시 앨러이모 지음 | 윤준·김종갑 옮김 | 그린비 | 424쪽

우리의 몸을 환경 ‘바깥’이 아닌 환경 ‘속’에 위치 짓고 이를 통해 생태학과 페미니즘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책이다. 이를 위해 신유물론과 생태학, 페미니즘을 결합함으로써 몸이 과학, 기후, 환경과 맺는 관계를 ‘횡단-신체성’(transcorporeality) 개념을 중심으로 탐구한다. 이런 관점에서 문화(말)-신체(살)-환경(흙) 사이의 상호연결, 상호교환, 그리고 이동을 추상적 이론에 그치지 않고, 여러 사례를 다양한 문학 작품에서 끌어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 지구를 구하는 열 가지 생각 | 존 B. 캅 주니어 지음 | 한윤정 엮고 옮김 | 지구와사람 | 276쪽

지구환경이 끝없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인류는 이 절박한 위기마저 외면하고 있다. 저자는 화이트헤드 철학을 계승한 과정철학을 바탕으로 근대 철학의 실체적 세계관을 인간과 다른 존재들 사이의 연속성, 상호의존성을 인정하는 생태적 세계관으로 대체하지 않는 한 생태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역설한다. 이 책에는 철학, 신학은 물론 윤리학, 교육학, 경제학, 생물학, 도시공학 등 다양한 학문을 가로지르는 저자의 생태적 사유가 10개의 명제로 잘 정리되어 있다. 

 

■ 미술사 입문자를 위한 대화 | 최열·홍지석 지음 | 혜화1117 | 300쪽

미술사가 근대 서구 학문으로 우리에게 수용된 지 백 년, 우리 학자들이 서술한 ‘미술사’에 관한 최초 저작이다. 미술사를 공부하려는 이들이 알아야 할 기본적인 개념을 종(縱)으로 삼고, 한국 근대미술사학의 성취와 한계에 관한 객관적인 성찰을 횡(橫)으로 삼아, 미술사에 관한 기본적인 개념에서부터 미술사를 접하는 데 필요한 주요 키워드, 그리고 우리 미술사의 지난 100년을 이해하는 다양한 주제와 이론들의 설명을 매우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 민중신학, 고통의 시대를 읽다 (아시아 신학 총서 11) | 이정희 외 지음 | 분도출판사 | 352쪽

민중을 외면하면서 참된 종교를 주장할 수 없으며, 시대의 고통에 눈감고 대세에 편승하면서 양심적 지성을 주장할 수도 없다. 한국의 그리스도교가 전체적으로 보수화된 상황에서 국내 가톨릭 출판계에서는 처음 펴내는 민중신학 책이다. 1부 ‘민중을 말하다’는 오늘날 특별히 부각되는 민중 현상에 대해 다루었고, ‘시대를 말하다’라는 제목의 2부는 오늘의 사회적 쟁점에 대한 민중신학적 문화비평이다. 3부에서는 민중신학의 중요 개념들을 현대적으로 풀이했다.

 

■ 러시아 소비하기: 포스트소비에트 러시아의 사회와 대중문화 | 아델 마리 바커 엮음 | 정하경 옮김 | 그린비 | 704쪽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의 급변하는 사회상과 대중문화를 폭넓게 조망하는 책이다. 자본주의의 물결 앞에서 러시아인들이 어떻게 ‘소비자’가 되어 갔는지, 그 흐름 속에서 어떠한 의미와 구조가 생산되었는지를 문화연구의 이론적 틀과 현장조사를 결합하여 밝히고 있다. 그리하여 소비에트 문화가 새로운 시대에 전용되고 서구 문화에 반응하는 방식을, 공산주의가 전복되고 금기시되던 것들이 해방되는 방식을, 소비에트의 기억과 관습이 변화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 프로이트와 볼셰비키: 제정러시아와 소비에트연방에서의 정신분석 | 마틴 밀러 지음 | 전혜진 옮김 | 그린비 | 360쪽

이 책은 제정러시아에서부터 구소련까지 러시아 정신의학의 역사에 프로이트주의가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러시아에서의 정신분석의 생성·전개·몰락·부흥 과정을 살펴본다.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본 근현대 러시아사이면서 러시아의 맥락에서 본 정신분석사이기도 하다. 러시아 정신의학은 국가적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시장논리로부터는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지만, 가장 강력한 스폰서인 국가권력의 변화 양상에 따라 프로이트주의 역시 부침을 반복했다.

■ 인류학자 말리노브스키: 인류학에서 미래를 위한 공생주의의 길을 모색하다 | 전경수 지음 | 눌민 | 228쪽

이 책은 말리노브스키의 재발견, 그가 남긴 저서의 재해석, 그리고 한국 인류학 개념어의 재번역/재정립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전파주의적, 진화론적 사고에 저항하고, 허무주의와 극단주의 그리고 식민지적이고 종속적인 학문의 극복을 위해 노력한다. 말리노브스키에서 사회주의적 완력과 자본주의적 착취를 거부하는 공생이란 모델을 발견하는 저자는 한국 사회에 팽배한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논리와 주변부적 진화론이 지배하는 삶의 형태를 거부한다. 

■ 철학, 혁명을 말하다: 68혁명 50주년 | 한국프랑스철학회 엮음 | 이학사 | 420쪽

올해로 발발 50주년을 맞는 68혁명은 전 세계적인 저항운동으로 이어져 한 시대를 새롭게 구성하였고, 당대의 프랑스 철학자들은 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철학을 직조해나갔다. 사르트르부터 라캉, 푸코, 알튀세르, 데리다, 들뢰즈를 거쳐 바디우에 이르기까지,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에게 68혁명은 무엇인가? 이 책은 혁명의 단순한 전개와 철학자들의 사상에 대한 추상적·평면적인 분석보다는 그 흐름과 관련된 역동적인 변화의 과정을 추적한다.

 

■ 청일전쟁, 국민의 탄생: 근대 일본의 첫 대외 전쟁의 실상 | 오타니 다다시 지음 | 이재우 옮김 | 오월의봄 | 396쪽

청일전쟁은 근대 일본이 치른 첫 대외 전쟁이었다. 청일전쟁 이후 일본은 경제의 근대화와 함께 군국주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책은 청일전쟁 전 과정을 충실하게 담은 통사로서 언론과 민중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청일전쟁이 일본의 ‘국민’을 탄생시켰다고 말한다. 정치인, 지식인, 민간인이 하나가 되어 근대적인 의미의 국민이 이 시기에 형성되었다. 민중은 국민이 되어 국가와 함께 싸웠고, 언론과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전쟁에 협력했다.

■ 인문학의 성찰과 전망: 인문학, 현재의 위기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묻다 | 김현진 외 7명 지음 | 사회평론 | 216쪽

이 책은 ‘인문학의 위기’라는 현실을 맞이하여 인문학의 기원과 과거를 ‘성찰’하고, 한국 인문학의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근자에 우리는 인문학 열풍 속에 인문학과들이 사라지는 모순적인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인문학이 미래 세계에 어떤 임무를 맡아야 하는지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다. 저자들은 인문학이 유용성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인문학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서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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