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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부활한 한국사회포럼… 대학 신뢰 회복할 키워드는?
7년 만에 부활한 한국사회포럼… 대학 신뢰 회복할 키워드는?
  • 문광호 기자
  • 승인 2018.10.22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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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국사회포럼,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 후퇴와 향후 과제‘ 토론회 개최
지난 16일 서강대에서 2018 한국사회포럼이 열렸다. 사진제공=노동과세계

“문재인 정부의 교육 개혁 정책이 실종됐다.” 고등교육계 시민단체들은 김상곤 前 교육부 장관 체제를 되돌아보며 다소 비관적인 진단을 내놨다. 대학이 시민들의 신뢰를 잃은 것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대안 제시도 쏟아졌다. 포럼의 키워드인 ‘성찰, 교차, 전환’은 고등교육 토론을 정확히 꿰뚫었다.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양일간 2018 한국사회포럼이 개최됐다. 이 포럼은 지난 2011년 2월 9회 포럼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가 이번에 다시 부활했다. 양대 노총, 참여연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 등 36개 시민단체가 참여했으며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전환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경의선공유지와 서강대에서 이틀간 진행된 포럼은 총 6개의 개별세션과 17개의 토론으로 구성됐다. 13일에는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 후퇴와 향후과제’를 주제로 고등교육 문제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에는 김귀옥 민교협 상임공동의장,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실장, 배문정 우석대 교수(인지과학), 이현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 김명연 상지대 교수(법학과) 등이 참여했다. 김귀옥 민교협 상임공동의장은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지 못하는 논제들을 정책적, 실천적으로 풀어나가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토론회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추락한 대학,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이날 토론회에서는 고등교육계와 시민의 인식 차이를 어떻게 좁힐 것인가를 놓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김병국 정책실장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주제로 토론의 포문을 열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사립대 재원의 전부 혹은 일부를 국가가 교부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그는 “어제 참여연대 회의에 참석했는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가 많았다”며 “부실대학과 부정?비리에 연루된 사립대에 세금을 지원해줘야겠냐고 되물어왔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 간에도 대학 재정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다는 것이다.

시민들을 설득할 대안으로는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사회 문제에 참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내희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학장(前 중앙대 교수·영어영문학과)는 “외국에는 학계에서 내놓는 보고서가 파장이 크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며 “우리 내부의 보고서가 파장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길을 어떻게 만들까를 생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무성 前 광주대 교수(산업기술경영학부)는 “대학에는 스스로 개혁을 할 만한 정치력이 없다. 교수 사회를 혁명적으로 해체해야 한다”고 교수사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배문정 우석대 교수(사진 가운데)가 학문기본법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제공=노동과세계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배문정 교수는 ‘학문기본법’이라는 새로운 담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배 교수가 제안하는 학문기본법은 학문의 자율성과 공공성 그리고 다양성을 보장하는 연구정책의 기본 원칙이다. 배 교수는 학문기본법의 핵심으로 “연구자들이 기자재와 자료에 자유롭게 접근 가능해야 한다”며 “교수라는 지위 없이도 박사과정생, 일반인도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학문 주체의 광범위한 확대를 촉구했다. 이어 그는 “대학 교육 문제는 시민들이 공감하고 시민사회에서 동의해주지 않으면 힘을 가질 수 없다”며 “그게 가능하려면 교수들이 자신의 이해를 내려놓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배 교수의 주장이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학문기본법 제정 관련해서는 법률적인 내용이나 세부적 근거가 없어 추상적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시간강사들의 사례를 예로 들며 교수들의 절박함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쓴소리를 던졌다.

“교육정책, 이제는 정치적 부담됐다”

후반부 토론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성토가 주를 이뤘다. 교육정책의 구체적 비전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 이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올해 교육부 업무보고를 보면 대부분의 개혁과제가 사라졌다”며 “관료들이 교육정책을 주도하면서 근시안적인 개혁과 정치적 이해득실에만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단체들과의 정책 협조도 부족했다는 평도 나왔다. 강명숙 배재대 교수(유아교육과)는 “협치를 안 했다고는 못하지만 편파되고 왜곡된 협치를 했다”며 “각종 위원회의 구성이나 운영방식도 민주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병국 정책실장은 “민주당에서는 20년 정권 내다본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과거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정권을 잃었던 경험을 되새긴다. 여기에 힌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육문제는 대선을  앞두고 급조됐다. 때문에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는 상황이 오면 추진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발제는 김명연 교수가 맡아 공영형 사립대 정책의 현황과 전망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공영형 사립대가 단위 대학 문제로 담론 형성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향후 추진될 공영형 사립대는 권역별로 시범지역을 설정해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순광 위원장은 “프레임을 전환해 공유대학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지적 자산과 물적 자산을 대학 밖에 있는 사람과 공유하는 대학공유제를 제안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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