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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정치철학 담론을 주도한 롤즈의 한국적 적용
현대 정치철학 담론을 주도한 롤즈의 한국적 적용
  • 교수신문
  • 승인 2018.10.1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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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 특별강연 _ 장동진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과)의 「자유주의, 롤즈, 그리고 한국민주정치」

정의론과 현대 자유주의 정치철학 분야의 대표적인 학자 중 한 사람인 장동진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과)가 지난 달 15일, 연세대 연희관에서 개최된 한국정치사상학회 정기학술회의에서 “자유주의, 롤즈, 그리고 한국민주정치”라는 주제로 정년퇴임 특별강연을 했다. 한국정치사상학회장과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장 및 행정대학원장을 역임한 그는 『현대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이해』, 『심의민주주의: 공적 이성과 공동선』 외 다수의 공저를 남겼다. 특히 <정의론>과 더불어 존 롤즈의 대표적인 저작으로 꼽히는 <정치적 자유주의>와 <만민법>을 우리말로 옮겨 ‘정의’라는 가치에 목마른 우리 사회에서 롤즈 정치사상의 이해와 그것의 한국적 적용 문제에 천착해 왔다. 장동진 교수의 강연 중 주요 부분을 소개한다.
 

▲ 장동진 연세대 교수
▲ 장동진 연세대 교수

롤즈의 자유주의적인 정치적 정의관은 그 내용 및 형식에 있어 정치철학적 작업의 하나의 표본을 보여준다. 특히 『정의론』(A Theory of Justice, 1971)은 현대에서 정치철학의 부활(the revival of political philosophy)에 중심적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롤즈의 작업은, 킴리카(Will Kymlicka)가 지적하듯이, 그의 이론에 동조하건 동조하지 않건 많은 현대의 이론가들이 그의 정의론의 철학적 방법론, 주요 개념 및 주장을 비판하여 자신의 이론적 입장을 확립하려 했다는 점에서, 현대 정치철학 논의의 담론을 주도해 왔다.

우선 롤즈의 정의론은 정치철학적 작업으로서 상당한 수준의 일관성 있는 형식과 체계를 통해 구체적 내용과 주장을 담지해 내고 있는 강력한 정치이론(political theory)이다. 정치철학은 보다 나은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정치원칙 규명을 목표로 ‘정치’의 본질과 관련한 인간성, 권력, 공동체, 정의, 평등 등등의 개념 등을 심도 있게 규명해 나가는 지적 작업이다. 이러한 정치철학적 작업이, 형식적 일관성을 유지하여 구체적 주장을 체계적으로 구성해 낸다면, 정치이론이 될 것이다. 롤즈의 정치이론은 제도로 구현될 수 있는 정치원칙 탐색을 목표로 하는 구성의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 as construction of political principles)의 성격을 지닌다. 이것은 정치행위 및 현상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주는 이해의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 as understanding)과 대비된다. 이해의 정치철학은 광범위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정치에 대해 보다 광범위하고 풍부한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정치적인 것’ 또는 ‘정치적 행위’의 본질은 ‘공통의 규칙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특정한 인간 공동체를 운영해 가는 것’에 있다. 특정한 공통의 규칙에 의해 운영되는 특정한 사람들의 집단적 삶의 형태를 정치공동체 또는 국가라 할 수 있다. 롤즈의 정치철학은 이 공통의 규칙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공통의 규칙은 특정 공동체 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지위 및 상대적 관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또 ‘정치권력’의 강제적 행사를 내포하게 되기 때문에, 어떠한 공통의 규칙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첨예한 관심의 초점이 된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규범적 타당성을 고려하게 만들고, 그래서 정의(justice) 문제가 대두된다. 이처럼, 정치철학은 정치도덕(political morality)을 규명 대상으로 하는데, 그 내용은 공동체에 적용될 정의원칙 모색에 있고 이를 위한 사유과정의 특징은 종합적 및 균형적 판단에 있다. 정치철학의 사유과정은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지식 또는 진리의 획득을 지향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사유의 결실을  언제나 또다시 비판 및 반성을 해야 하는 철학적 사유의 이중성을 그대로 내포한다. 정치철학적 사유의 결실은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귀납법 및 연역법에 의한 결론적 주장을 넘어서는 종합적 판단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능력은 주로 인간의 이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롤즈의 정치철학적 사유의 구체성은 ‘반성적 평형’(reflective equilibrium)으로 표현된다. 반성적 평형은 우리의 일상적인 직관적 판단을 토대로 하여 보다 타당한 원칙(정의원칙 또는 도덕원칙)을 모색하는 것이다. 특히 롤즈의 광의의 반성적 평형의 방법은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세 가지 체계를 연결하여 하나의 일관성을 도출해 내는 시도이다: a) 숙고된 도덕적 판단들(a set of considered moral judgments), b) 도덕적 원칙들(a set of moral principles), c) 적절한 배경적 이론(a set of relevant background theories). 반성적 평형과정을 지배하는 원칙은 없지만, 종합적이고 균형적인 판단을 지향한다. 이러한 반성적 평형은 주로 증명(prove)의 과정보다는 보다 나은 설득력 있는 주장을 정당화(argumentation or justification)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롤즈 정치철학은 광범위한 반성적 평형의 사유과정을 통해 사회의 기본구조에 적용될 수 있는 정의원칙을 도출해 낸다.

롤즈의 정의론은 자유주의 정치철학을 대표한다.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핵심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본질적 성격을 자유에서 찾고 있다. 인간은 이 자유의 능력을 행사하여 이 세상을 자신의 능력으로 재해석하여 인간의 지식을 쌓아 올리고, 공동체의 운영원리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주의 정치철학에 따른다면, 정치는 인간이 신과 자연의 법칙을 넘어 자신의 자율적 판단 능력을 행사하여 스스로 정치공동체를 운영해 가는 것에 그 본질이 있다. 이러한 입장은 정치는 곧 ‘가능한 것의 예술’(the art of the possible)이라는 생각과 일치한다. 롤즈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은 인간이 두 가지 자율성, 즉 개인의 가치관 및 인생관을 설정할 수 있는 사적 자율성과 함께, 집단적으로 정치사회의 운영원칙을 모색하여 합의할 수 있는 공적 자율성의 능력을 지닌 것으로 이해한다. 이 두 가지 능력을 행사하여 정의로운 원칙을 구성 합의하여 사회의 기본구조에 적용하여 정치공동체를 스스로 운영해 나가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원칙에 의해 운영되는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는 생각과 신념체계가 다른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질서정연한 사회가 해당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이득을 가져온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사람들은 정의감(a sense of justice)을 행사하여 이러한 사회를 유지하려 할 것이고, 자신의 개인적인 포괄적 신념들을 넘어 공적인 정치관에 대한 중첩적 합의를 이루게 되고, 공적 정치관에 입각한 공적 이성(public reason)을 행사하게 되면, 정치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롤즈의 『정의론』(A Theory of Justice, 1971)이 한국에 도입된 지 거의 46년이 지나고, 『정치적 자유주의』(Political Liberalism, 1993)가 한국에 소개된 지도 거의 24년이 지났다. 롤즈의 논의들은 전체적으로는 한국사회의 기본구조와 구체적 정책을 평가하여 반성해 볼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첫째, 반성적 평형의 개념을 심의민주주의 방식과 결부하여, 한국의 민주정체에 적용될 수 있는 정의원칙들과 기본구조 및 정치문화에 대한 광범위한 반성을 근본적으로 해 볼 수 있다. 여태까지 알려진 주요한 정치이념과 원칙을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종합적으로 진단 평가하여 우리 사회의 기본구조에 적용되는 기본적 정의원칙을 탐색해 볼 수 있다. 둘째, 롤즈의 정치적 정의관은 우리사회에 분명하게 자유 민주정체의 기본구조에 대한 강력한 하나의 대안을 제시해 주고 있다. 특히 기본적 자유의 평등한 보장이 왜 중요한지, 왜 우선성을 지녀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공해 주고 있다. 셋째, 원초적 입장, 정의감 및 공적 이성의 개념은 우리의 정치문화를 반성해 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정치문화에 대한 반성은 시민 일반의 민주적 의식의 향상뿐만 아니라, 공직을 담당하고 있는 정치지도자 및 국민의 대표, 그리고 공적 업무를 관리하는 국가공무원의 공적 문화의 향상을 포함한다. 롤즈의 ‘공적 이성’은 공적 문제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관점뿐만 아니라 특히 공적 업무를 담당하는 정치인 및 관리들이 지향해야 할 관점을 보여준다. 반성적 평형, 원초적 입장 및 공적 이성에 내재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원리는 상호성(reciprocity)의 원칙이다. 우리는 상호성의 기준을 통해 특정 주장의 타당성을 확인 검증해 볼 수 있다.

한국 민주정치 역시 우리사회의 기본구조에 적용되고 있는 자유민주정치의 근본적 정치원칙에 대한 끊임없는 정치철학적 반성적 숙고와 함께, 일반 시민들이 이러한 자유민주정치의 가치와 원리에 대한 이해의 수준이 높아지게 되면, 시민 상호간에 우애가 발생하여 정치적 화합과 안정성을 달성할 가능성은 점차 확대될 것이다. 롤즈의 정치철학은 인간이성의 원천적 한계를 인정하고, 인간의 제한된 이성을 활용하여, 인간자신의 운명의 환경인 정치공동체의 조건을 스스로 고안해 내는 의식적, 창조적인 인위적 행위라는 점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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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린 2019-04-23 15:03:38
롤즈의 이론이 어렵다지만, 이리도 어렵게 정리해 놓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