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8:15 (금)
2018 노벨과학상 … 기초과학, 오랜 연구, 여성이 화제
2018 노벨과학상 … 기초과학, 오랜 연구, 여성이 화제
  •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 승인 2018.10.08 15: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노벨과학상 주요 분야는 면역항암제, 레이저 공학, 진화론의 화학 분야 응용

2018년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모두 발표됐다. 이번 수상자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기초과학을 오랜 기간 연구한 과학자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역대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최고령 과학자가 생겨 한 우물을 꾸준히 파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보기 드물게 여성 수상자들이 2명이나 탄생했다는 점도 의의가 있다. 물리학 분야에서는 정말 오랜만에 여성 수상자가 나왔다.

◇ 노벨 생리·의학상 = 지난 1일 노벨 생리·의학상이 일본을 들썩였다. 일본은 호외를 발간하며 노벨상 수상 소식을 즐겼다. 일본은 2년 만에 24번째 노벨과학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스웨덴의 노벨위원회는 교토대 혼조 다스쿠(76) 명예교수와 미국 텍사스대 암센터 제임스 앨리슨(70) 교수를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면역학 분야에서 암 치료에 획기적인 성과를 올렸다.

암의 항암제 치료는 부작용이 심하다. 그래서 이번 연구 결과는 인체의 신비인 면역체계를 활용한 암 치료 연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상자들은 몸에 있는 특정 단백질(CTLA-4, PD-1)을 이용해 암세포가 간접적으로 면역세포에 의해 억제될 수 있도록 하는 원리를 밝혀냈다. 즉 종양 세포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면역 체계의 ‘브레이크’를 제거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한 마디로 면역항암제를 만들어낸 것이다.

면역항암제 치료법은 2011년 승인을 받았고, 이제 서서히 그 결과가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혼조 교수가 직접 밝혔듯이 아직 이러한 치료 방법은 완전하지 못해 앞으로 더욱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다스쿠 명예교수(왼쪽)와 앨리슨 교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다스쿠 명예교수(왼쪽)와 앨리슨 교수.

◇ 노벨물리학상 = 노벨물리학상은 2일 발표됐다. 레이저 공학 분야로 미시 세계를 더욱 잘 볼 수 있도록 연구한 미국 벨연구소의 아서 애슈킨 박사(96),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 제라르 무루 명예교수(74), 캐나다 워털루대 도나 스트리클런드 교수(59)가 공동 수상했다. 애슈킨 박사는 200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레오니트 후르비치 스트리클런드 미네소타대 교수(90)를 제치고 최고령 수상자가 됐다. 또한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55년 만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여성 과학자가 됐다. 노벨물리학상에선 그동안 1903년 마리 퀴리(방사능에 대한 심화 연구로 남편과 공동 수상), 1963년 마라이 쾨퍼트 메이어만(원자핵의 껍질 모형 연구)이 수상한 여성 과학자였다.

우리는 일상에서 광학 디스크 드라이브, 레이저 프린터 및 광학 스캐너, 레이저 수술 등을 활용한다. 애슈킨 박사는 레이저로 원자 같은 작은 입자나 살아 있는 세포 등 분자를 붙잡아 연구할 수 있는 ‘광학 집게’를 20년 동안 연구했다. 그는 방사선이 아주 강한 곳에서 작은 물체들을 레이저빔의 중간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걸 알아챘다. 입자들을 연구하기 위해선 고정해서 관찰해야 한다. 광학 집게는 나노공학, 생물학, 의학 등에 응용할 수 있다. 다른 두 명의 수상자는 ‘고출력 극초단파 레이저 펄스’를 개발해 미시 세계의 물체를 순간적으로 자를 수 있게 했다. 빠르고, 짧으며, 에너지가 많다는 게 핵심이다. 이 모든 연구는 빛에 기반을 둔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애슈킨 박사, 무루 명예교수, 스트리클런드 교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애슈킨 박사, 무루 명예교수, 스트리클런드 교수.

◇ 노벨화학상 = 3일 발표된 노벨화학상에서도 여성 수상자가 나왔다. 2018년도 노벨화학상은 캘리포니아 공대 프랜시스 아널드(62) 교수, 미국 미주리대 조지 스미스(77) 명예교수, 영국 케임브리지대 그레고리 윈터(67) 교수가 공동 수상했다. 이들의 연구는 돌연변이도 유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널드 교수는 9년 만에 노벨화학상을 받는 여성이 됐다. 그동안 여성 수상자는 5명에 불과했다. 1911년 마리 퀴리(라듐을 광물에서 분리, 라듐의 성질 및 화합물 연구), 2009년 아다 요나트(리보솜의 3차원 구조를 정밀하게 밝혀낸 공로가 인정됨) 등에 이어 5번째다.

노벨화학상 수상자들은 진화의 선택 원리를 화학 분야에 응용했다. 아널드 교수는 효소, 즉 특정 화학 반응을 촉매할 수 있는 단백질의 유도된 진화를 연구했다. 아널드 교수의 연구는 주요 의약품 개발과 환경친화적인 산업 화합물 개발 공정에 활용된다. 나머지 두 명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세균이나 세포, 바이러스 등 외부 침입자를 인식하기 위해 면역 체계가 활용하는 단백질, 즉 항체의 유도된 진화를 연구했다. 이들의 연구는 자가 면역 질환, 암 및 기타 질병에 새로운 치료법을 가능하게 하는, 특정 항체의 대규모 개발에 활용된다.

노벨화학상 수상자 아널드 교수, 스미스 명예교수, 윈터 교수.
노벨화학상 수상자 아널드 교수, 스미스 명예교수, 윈터 교수.

한편,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은 분야마다 약 11억 3천만 원을 받아 나눠 갖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