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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8호 새로나온 책
제938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8.10.0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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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말말

지식인의 전제 애호

법으로 처리하기 힘든 사건들이 악법을 만든다. 그런 이유로 재판관들이 명을 내렸던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유럽 지식인들이 저지른 정치적 실수들을 눈감아 주고, 20세기의 극단적 상황에 비추어 그 지식인들을 이해하며, 장차 평온한 날들이 오기를 희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역사가는 이런 유혹에 민감하게 반응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유혹에 굴복한다면, 그는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전제정은 죽지 않았다. 정치에서는 물론이고 우리 영혼 속에서도 분명히 죽지 않았다. 지배 이데올로기가 존재하는 시대는 지나갔을지 모른다. 그러나 남자든 여자든 정치에 대해 사유하는 한 어떤 사상의 매력에 굴복하려는 유혹, 그리고 그 사상의 잠재된 전제성을 알아채지 못하게 만드는 열정을 허용하고 싶은 유혹, 그리하여 우리의 첫 번째 책임을 포기하게 하는 유혹이 끼어들 것이다. 우리의 첫 번째 책임은 바로 우리 안에 있는 전제자를 극복하는 것이다.

지난 20세기에 일어난 사건들은 지식인의 전제 애호를 보여주는 소박한 예외적 사례들을 제공했다. 그러나 전제 애호의 원천들은 덜 극단적인 정치 상황에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들이 우리 영혼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의 역사가가 지식인의 배신을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들여다보아야 할 곳이 있다 ― 바로 지식인의 내면이다.

마크 릴라 컬럼비아대 교수(인문학), 『분별없는 열정: 20세기 정치 참여 지식인들의 초상』 (서유경 옮김, 필로소픽, 2018.09) 중에서


새로 나온 책

■ 문명의 요람 아프리카를 가다: 정수일의 세계문명기행 (전2권) | 정수일 지음 | 창비 | 각 540, 516쪽

문명교류학의 권위자인 저자가 아프리카의 고대 문명사로부터 열강의 식민 지배를 벗어나기 위한 아프리카인의 투쟁사까지를 모두 담아낸 책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아프리카는 인류 문명의 기원을 찾을 수 있는 곳 혹은 고대 유물이 숨 쉬는 곳이라는 박제 같은 이미지의 아프리카가 아니다. 저자는 아프리카 문명기행을 통해 ‘세계는 하나’라는 신념을 확인하고는 그 근거로서 조상이 동일하다는 혈통적 동조, 역사에는 보편적 법칙이 있다는 역사의 통칙, 소통과 교류가 부단히 이뤄지는 문명의 통섭, 보편가치의 공유를 제시한다. 문명은 흐르게 마련이라는 문명교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기조로 한 저자의 궁극적 목표는 범지구적 실크로드를 통한 인류 문명교류의 학문적 정립이다.


■ 빚의 만리장성: 그림자 금융, 유령 도시, 대규모 부채 그리고 중국 경제 기적의 종말 | 디니 맥마흔 지음 | 유강은 옮김 | 미지북스 | 368쪽

이 책은 현재 세계 2위의 경제대국, 2030년 무렵이면 미국을 앞질러 세계 최대 경제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경제, 그 화려한 신기루 뒤의 민낯을 파헤친다. 저자의 결론은 중국 경제가 위험하다는 것이며, 중국의 필연적인 경제적 상승에 대한 광범위한 믿음은 위험할 정도로 그릇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번영이라는 환상 이면에 숨어 있는 중국 경제의 약점으로 거대한 부채, 지방정부 주도의 과잉투자 구조, 좀비 상태의 국영기업들, 유령 도시들, 토지 약탈과 부동산 붐, 그림자 금융 시스템, 개혁에 대한 저항 등을 지적한다. 중국 경제 기적의 종언을 경고하는 저자는 딜레마에 처한 중국의 고질적인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 경제의 기존 성장 모델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왜 우리만이 언어를 사용하는가: 언어와 진화 | 로버트 C. 버윅·노엄 촘스키 지음 | 김형엽 옮김 | 한울엠플러스 | 320쪽

인간언어는 언제 발생했으며, 언어능력은 어떻게 가능한가? 왜 지구상의 생명체 가운데 오직 인간에게만 언어가 존재하는가? 언어의 속성은 어떻게 진화되어왔는가? 각각 컴퓨터공학자와 언어학자인 두 저자는 협업을 통해 인간언어의 발생과 발달을 생물학의 진화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그들은 언어를 생물학적 요소로 간주하고 인간의 진화를 바탕으로 언어의 진화를 고려했을 때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언어의 외형적·내재적 특성들의 출현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언어 발생에 관련된 특이 유전자의 출현과 함께 언어의 형태 및 기능을 변모시키는 발달 단계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인간의 뇌가 지금처럼 완성되어온 과정을 바탕으로 언어의 진화를 규명하고 있다.


■ 청동기와 중국 고대사 | 심재훈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628쪽

한국 학자가 쓴 최초의 중국 청동기와 금문(金文)에 대한 전문 연구서다. 중국 고대문명은 인문학의 가장 역동적인 연구 분야로 그 찬란했던 고대문명의 정수가 바로 청동기이다. 청동기에 반영된 다양한 요소들은 제례를 근간으로 하는 고대 중국 문화의 핵심을 이루었고, 한국을 비롯한 여타 동아시아의 주변 문명들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모두 3부로 나누어진 이 책의 제1부는 얼리터우에서 전국시대까지 중국 청동기의 발전을 개괄하며, 이후 서주 청동기를 정치 문화적 맥락 속에서 살펴본다. 제2부는 사료로서 서주 청동기 명문을 다루며, 제3부는 다양한 청동기 명문을 활용하여 몇 가지 주제를 천착한 연구들이다. 이 책은 방대한 중국 청동기의 세계 중 청동기 자체가 중요한 1차 사료를 제공하는 서주(西周)시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 도시, 공간, 생활세계: 계급과 국가 권력의 텍스트 해석 (개정판) | 김왕배 지음 | 한울엠플러스 | 424쪽

2000년 처음 출간된 동명 저서의 개정판으로 최근 논쟁이 되고 있는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정치생태학적 시각에서 본 환경 문제를 각각 한 장씩 추가했다. 저자는 계급과 국가 권력이 어떻게 생활세계에 교차되어, 삶의 경험으로서의 근·현대성을 주조하고 있는가를 밝히고자 한다. 한국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풍족한 그러나 미래가 불안한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의 공간은 자본과 권력과 지대 추구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끊임없이 재구조화되고 있다. 자본의 힘은 거대하고 국가는 개인을 속속들이 통제하려고 한다. 우리의 생활세계는 이런 국가와 계급 권력의 교차점들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지금 여기에서 우리의 존재와 삶의 방식들을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 진화: 모든 것을 설명하는 생명의 언어 | 칼 짐머 지음 | 이창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552쪽

생명의 다채로움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단순한 원리로 아름답게 설명해내는 데 진화만 한 주제가 또 있을까. 과학 저술가인 저자는 16세기 코페르니쿠스의 우주론, 17세기 뉴턴의 물리학과 더불어 역사의 흐름을 바꾸고 인류의 지적 지평을 넓힌 ‘진화’라는 아이디어에 주목한다. 인류 기원의 수수께끼를 풀고 형이상학적 목적론에서 인간 존재를 해방시킨 진화는 세상을 보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우뚝 섰다. 저자는 진화론의 역사부터 진화의 핵심 개념과 원리, 풍부한 연구 사례와 인물 중심의 다양한 에피소드에 이르기까지, 진화의 모든 것을 총망라하여 한 권에 담아냈다. 이 책은 진화론-창조론 논쟁에서 자유롭지 않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며, 오늘날 과학과 종교 간의 바람직한 관계를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적 토대를 제공해준다. 


■ 민주주의는 여성에게 실패했는가 | 드루드 달레룹 지음 |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0쪽

여성의 눈으로 보면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실패한 제도일지도 모른다. 정치적 결정을 하면서 여성의 의사가 완전히 반영되지 않는 사회에서 과연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민주주의가  어떻게 그 체제의 탄생 때부터 당연하다는 듯이 여성을 저버렸는지 설명한다. 민주주의가 진정으로 올바른 정치제도라면, 남녀 모두의 목소리를 듣고 공평하게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실패하지 않은,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성적 불평등의 문제가 정치영역에서부터 해소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언제나 불안정하고 반쪽짜리 민주주의에 머물 것이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 월터 J. 옹 지음 | 임명진 옮김 | 문예출판사 | 352쪽

이 책은 초판 출간 30주년 기념판을 번역한 것으로 존 하틀리 교수의 해제를 추가한 판본이다.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를 공시적이고 통시적으로 접근해 현대 문화의 특성을 날카롭게 분석하여 많은 분야의 학문에 영향을 끼친 현대의 고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언어를 목소리로 구술하는 것(orality)과 문자로 쓰거나 인쇄하는 것(literacy)이 인간의 의식과 사고에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초점을 두면서, 구술문화와 문자문화가 인류의 표현양식과 매체의 변천과 더불어 어떻게 변화되어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명징한 논리와 풍부한 예증을 통해 검증해낸다. 또한 오늘의 전자문화가 그에 앞선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의 맥락에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탐색함으로써 오늘날 현대문화의 흐름과 동향을 매우 흥미로운 관점에서 가늠한다.


■ 전목의 중국문학사 | 전목 강의 | 섭룡 기록·정리 | 유병례·윤현숙 옮김 | 뿌리와이파리 | 484쪽

이 책은 중국 근대 4대 역사학자 중 한 사람이자 국학대사로 추앙된 전목의 제자 섭룡이 60여 년 전 들었던 전목의 중국문학사 강의를 담은 필기노트를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학술적 가치를 지닌 문학사는 바로 ‘개인화·개성화된 문학사’이다. ‘전목의 중국문학사’는 그만의 독립적이면서도 확고한 문화 이념과 심미적 취향이 드러난 문학사로서 요堯·순舜·우禹에서 청나라 말기까지 중국문학의 변화와 흐름을 시대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고증을 중시하여 간단명료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또한 매 시기 마다 꼭 읽어야 할 작품들을 정선하여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전목만의 거시적 논점, 사학적 고증, 인문적 논평, 생동감 있고 간결한 작품 분석으로 역사학자가 쓴 문학‘사’란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 한국 무교의 문화인류학 | 김성례 지음 | 소나무 | 632쪽

미신과 전통이 근대화의 이행 과정에서 사라지지 않고 근대성의 이면에 위치하여 현대 한국인의 일상세계에서 작동하고 있다면 그 정당한 문화적 창조의 기능에 대해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한국 무교를 고립된 형이상학적인 현상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문화 속에서 형성된 종교현상과 문화현상으로 접근하는 문화인류학 연구 보고서이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무교는 무엇이며, 무엇을 하는가. 첫 번째 질문은 무교를 정의하고 개념화하는 분석틀에 관한 질문이며, 두 번째 질문은 한국 무교를 역사·종교ㆍ문화 현상으로 접근하는 현상학적 이해와 관련된다. 저자는 한국 무교에 대한 이 두 가지 질문을 통해 한국 무교의 전통적 형태에 대한 탐구와 함께 현대적 변화의 양상을 탐색한다.


■ 보편성의 미학: 세계화와 한국 미술 | 박정애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90쪽

세계화 시대 한국 미술가들이 추구하는 보편성은 어떻게 특징지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의 성공적인 디아스포라 미술가들에 대한 현장 연구를 통해 한국 미술가들이 서양의 문화와 타협하고 적응하고 조화하면서 새로운 한국성을 탐색하고 발견하는 탈영토화 과정의 제반 현상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서구 자본주의 주도의 세계화 시대에 한국 미술가들이 보편성으로서의 미학을 추구하는 과정, 즉 한국 미술의 세계화에 내재한 특징들과 그것이 지닌 딜레마에 대해 고찰함으로써 21세기 세계화 시대의 삶을 배경으로 한국 미술의 보편성과 특수성의 관계를 짚어보고 있다. 이는 우리가 어떻게 미술을 존재론적으로 이해하고 가르쳐야 하는지 새로운 개념적 지도를 그리게 한다.


■ 겸재의 한양 진경 | 최완수 지음 | 현암사 | 400쪽

간송미술관 가헌 최완수 선생의 반세기에 가까운 겸재 정선 연구가 빚어낸 책으로, 조선성리학 이념이 주도하던 조선 후기 진경시대를 이끈 세대의 대표 주자인 겸재가 남긴 한양 진경 그림을 62개 항목(72폭)으로 나누어 싣고 그 그림이 그려지기까지의 내력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겸재와 그의 시대가 남긴 우리 고유문화 절정기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거기에 얽힌 우리의 역사, 지리, 인물, 시문, 서화, 종교, 이념 등을 서로 엮어 다채롭고 깊이 있게 해설하고 있어 그림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책의 말미에는 옛 그림의 장소를 지도에 표시해 실었기 때문에 독자들은 옛 그림의 장소를 찾아가 겸재가 느꼈을 법한 감회에 젖을 수 있으며, 풍수지리상으로 천하제일 명당인 서울의 어제와 오늘을 교차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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