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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독일에선 쓰이지 않는 까닭은?
4차 산업혁명, 독일에선 쓰이지 않는 까닭은?
  • 김상무 한독교육학회 회장/동국대(경주)·교직부
  • 승인 2018.10.0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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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고등교육 ➎ 독일 대학의 4차 산업혁명 대응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다보스포럼’으로 잘 알려져 있는 세계경제포럼의 주제가 되면서 한국 사회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논의의 출발지로 알려진 독일에서는 널리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 개념이다. 4차 산업혁명은 독일 연방정부의 ‘산업 4.0(Industrie 4.0)’이라는 경제사회발전전략이 논의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 정부는 2006년부터 국가 차원의 미래전략으로 ‘하이테크 전략’을 수립하고 4년 단위로 이를 수정보완했다. 2012년 ‘하이테크 전략 2020’의 실행계획으로 10대 미래과제를 제시했는데, 9번째 과제가 ‘산업 4.0’이었다.

연방 경제에너지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산업 4.0’은 정보와 소통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과 기계와 산업 생산과정의 지능적인 연결을 뜻한다. 한마디로 산업 생산의 기획, 개발, 생산, 판매,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의 ‘디지털화’로 요약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전도사인 세계경제포럼 회장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설명하는 개념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독일정부는 이를 증기기관, 컨베이어벨트, 컴퓨터에 이어 지능적인 공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지칭하고 있다. ‘산업 4.0’의 실현이 4차 산업혁명을 현실화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화’ 과정은 모든 이들의 삶과 노동영역에 해당되며, 이것은 교육도 예외일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은 범정부 차원의 ‘디지털 전략 2014-2017’을 추진했는데, 교육 분야에서도 다양한 연구와 정책을 추진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방 교육연구부는 ‘디지털 지식기반사회에서의 적극적 교육’이라는 전략을 발표했다. 디지털 교육 확대, 디지털 인프라구조 확충, 법적 규정 마련, 디지털 교육을 위한 전략적 조직 지원, 국제화를 위한 잠재력 활용 등 포괄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연방제 국가인 독일에서는 각 주 교육부 혹은 문교부의 협의기구인 주문교장관회의(KMK)의 결정이 교육정책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다. 주문교장관회의에서도 ‘디지털 세계에서의 교육’ 이라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는 연방 교육연구부의 전략보다는 구체적으로 학교와 직업교육, 그리고 고등교육으로 나누어 대응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고등교육계에서는 연방 교육연구부 후원으로 교육, 연구, 혁신재단연합, 고등교육발전센터, 대학총장협의회가 함께 하는 ‘디지털화 고등교육포럼’을 2014년부터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고등교육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논의들에 따르면, 모든 삶의 영역에서 증대하고 있는 디지털화는 사회를 바꿔놓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은 거의 모든 곳에서 언제나 정보에 접근 가능하게 만들고 있고, 이는 다양한 맥락에서 소통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동시에 사회적 참여와 정치적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의 디지털화는 디지털 매체와 도구가 전통적 자리를 대체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ㆍ경제ㆍ학문 영역에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와 같은 새로운 질문들을 제기하고 있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교육영역에도 기회와 함께 도전적 과제도 던지고 있다. 학생의 재능과 잠재력에 따른 개별적 지원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은 기회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의 교수-학습형태와 구조에 대한 반성과 재구조화, 그리고 이에 필요한 인프라구조와 법적ㆍ제도적 정비라는 과제도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화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독일의 고등교육의 전략들을 살펴보면, 최근 한국 대학에서 수행해오고 있거나 추진 중인 방안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눈에 띄는 것은 디지털화가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뿐만 아니라 그것이 가져올 개인적사회적 결과와 의미에 대한 성찰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또한 한국 대학에서 융복합교육을 강조하는데 비해, 독일의 전략들에서는 그런 내용을 찾기 힘들다. 대학의 교육내용에 관해서도 수학정보자연과학기술(MINT) 전공에서 디지털화의 가능성과 과제를 고려한 커리큘럼 개발이라는 제안만 있을 뿐이다.

이는 교육 목적을 보는 관점의 변화가 없는 것과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미래사회 대비를 논할 때 변화하는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인재상과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곤 한다. 이에 비해 독일의 전략들에서는 디지털사회로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주체로의 성장이라는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상무 한독교육학회 회장/동국대(경주)·교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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