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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사 문제, 국가가 나서라.
대학 강사 문제, 국가가 나서라.
  • 조광제 철학아카데미
  • 승인 2003.06.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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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 세평

▲조광제 / 철학아카데미 철학 /
최근 어느 대학 강사가 비관 자살함으로써 대학 강사 문제가 논란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 고용 관행 철폐를 노동 운동의 핵심 중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데 비정규의 고용 상황을 수 십 년간 최장기적으로 감내하고 있는 특수한 직업 아닌 직업이 바로 대학 강사직이다.

 

4만 내지는 6만을 헤아리는 대학 강사, 대학 교육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 강사, 1년 평균 임금 4백만원 내외인 대학 강사, 학기마다 반복적으로 위촉과 해촉을 당하면서 자괴감과 부끄러움으로 결국에는 대학을 떠나야 하는 대학 강사, 자기가 근무하는 직장에서 재직증명서 발급을 받지 못하고 의료보험, 예비군훈련 등을 받지 못하는 대학 강사, 정규 대학교수로 임용될지도 모른다는 다 낡아버린 한 가닥 희망의 실을 붙들고 있는 대학 강사, 급기야 자살하지 않으면 안 되는 대학 강사, 도대체 누가 이들을 양산해 냈으며 누가 이들을 이렇게 끝끝내 이렇게 참담한 사회적인 감옥에 처박아두고 있는가.

첫째는 대학 당국이다. 특히 철저히 상업주의적 욕망에 찌들어 있는 사립대학재단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학들과 본질상 성격을 같이하는 국가다. ‘교육인적자원부’라는 명칭에서 진하게 배어나는 국가상업주의적인 냄새만으로도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사립대학재단들은 대학원 석박사 과정의 학생 수를 늘리는 것을 대단히 좋아한다. 수업시간 얼마 되지 않는데다 등록금은 학부보다 훨씬 더 비싸고 장학금은 거의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 대학원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들이 대학 강사 예비군으로 대대적으로 편입된다는 사실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대학 강사의 임금과 신분은 바닥 이하의 상태로 기어내려 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간간이 이루어지는 정규대학교수의 임용은 대학 강사들이 이러한 처참한 상태를 견디도록 하는 마약이 된다. 국가와 사립대학재단은 완전히 ‘꿩 먹고 알 먹는’ 식이다. 그리고 만약 국가 재정이 열악하고 사립대학들이 재정난에 허덕이는 것이 사실이라면 대학 강사를 볼모로 하여 혜택을 받는 집단은 대학 교육을 받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다. 그리고 셋째로 정규직 대학교수들이다. 요컨대 사회 전체가 대학 강사를 착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중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수혜 집단을 단도직입적으로 몰아 부칠 수는 없다. 대학 교육이 전 국민에게 일반화된 상황에서 오히려 등록금 없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규직 대학 교수의 임금이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여러 사회적인 기준으로 볼 때 정말 높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가기 때문이다. 다만 높은 임금보다 사회적인 명예를 중시하는 쪽으로 정규직 대학교수의 의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차제에 정규직 대학교수들이 비정규직 대학교수인 대학 강사들의 처지를 악용하려 들지 말고 최대한 직장 동료로 여겨 그들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결국은 첫 번째가 원인의 핵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인 해결책과 장기적인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단기적으로 볼 때, 당장 국가는 대학 강사들을 대표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 주도 하에 강사료를 적어도 시간당 5만원이상 되도록 인상하고 방학 때에도 그에 준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학기마다 위촉과 해촉을 반복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악행을 막아야 한다. 둘째, ‘대학교수충원율’을 오로지 전임강사 이상으로만 한정해서 엄격하게 적용하고 미달하는 학부 학과 및 특히 대학원은 완전히 없애야 한다. ‘주단 9시간 이상 하는 시간강사’, ‘겸임교수’, ‘초빙교수’, ‘대우교수’ 등의 임시변통의 말도 안 되는 임용 관행을 완전히 철폐하고 정식 전임 교수로 임용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교원양성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하여 소수 정예화해 대학교원의 질적인 수준을 대폭 향상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삼군사관학교의 교원양성처럼 이들의 생활비도 국가가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럴 때 현재와 같은 대학 강사 문제는 생겨나지 않을 것이고, 대학이 향상되고, 국가가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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