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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권력기관에 대한 통제와 법치주의
국가권력기관에 대한 통제와 법치주의
  • 김진혁·경남대 경찰학과
  • 승인 2018.09.1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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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민에 의해 주권을 위임받아 국가를 운영하는 모든 정부기관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기능해야 한다는 것은 민주법치국가의 근간이 되는 전제다. 국민에 대해 권력 작용을 하는 국가권력기관도 당연히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국가기관의 주인인 국민은 다수의 집합체이고 주체가 명확히 한정되지 않아 주인의 권한이 적시에 행사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주종관계의 전도현상으로 이어져 오히려 국가권력기관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오작동을 유발할 수 있다. 

민주법치국가의 완성도는 이러한 오작동이 최소화될 때 제고될 수 있다. 하지만 국가권력기관은 그 실체가 뚜렷하고 헌법에 바탕을 두고 있으므로 오작동을 하더라도 외견상 합법적인 작용으로 포장되거나 그런 사실이 드러나기 쉽지 않다는 맹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국가사회의 안전과 질서 유지의 필요성으로 인해 합법적인 물리력을 보유·행사할 수 있는 국가기관, 그리고 이와 관련된 전반적인 정보를 생산·관리하는 기관들은 정부기관 중에서도 오작동의 가능성이 높고, 그 경우 폐해는 광범위하고 치명적이다. 이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역사적으로도 항상 재현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국가권력기관의 위치설정과 작동방식은 민주법치국가의 완성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이는 국가권력기관은 국민과의 주종관계가 확실한 곳에 위치해야 하며 작동방식은 주인의 최대한의 이익을 보장·보호할 수 있도록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주인의 관리가 소홀하거나 이들 기관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잘못 인지할 경우 위치와 작동이 역방향으로 진행하게 됨은 당연한 귀결이다. 

따라서 물리적 국가권력이 사용되는 기관일수록 위치와 작동의 방향성에 대한 설정은 매우 공고해야 할 뿐 아니라 관리에 있어서도 철저를 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가기관은 자체의 서열관계와 이권으로 인해 국민과의 서열관계를 잊거나 고의적으로 무시 혹은 전도할 수 있다. 민주법치국가는 주인인 국민의 일반적·추상적 명령과 조직내부의 구체적 지시가 일치될 때 가장 잘 운영될 수 있다. 반대로 권력기관이 국가기관 내부서열상 적법치 못한 명령과 지시를 이행할 때 민주법치국가의 근간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그러했던 역사적 과정을 무난히 극복해 왔는가. 현재는 이런 당연한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가. 이에 대해 긍정적인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그 원인은 권력기관에서뿐 아니라 이를 견제·통제하는 시스템의 미비 혹은 그러한 현상을 방관한 주권자의 무관심에서도 찾을 필요가 있다. 국가권력기관이나 조직은 그 구성원의 인격으로 형성·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와 통제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대표적 국가권력기관인 경찰·검찰과 국가정보원은 국민의 종복으로서의 위치와 기능을 등한시해 왔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으며, 이는 한국의 정치구조와 무관치 않다. 국민을 주인으로 섬겨야 하는 이들 국가기관의 기능 오류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적절한 통제와 견제에 실패한 시스템의 부재 혹은 무력함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국민의 인권과 직결되는 이런 기관들에 대한 관심과 통제는 법적권한에 근거한 입법·행정·사법부의 통제가 올바로 작동되고 있는지 혹은 시스템의 미비와 결함으로 인해 법제와 다르게 오작동하거나 기능이 정지되어 있는지를 항시 확인하여야 가능하다. 또한 언론과 시민단체 등을 통한 시민의 직·간접적 통제가 가능한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는지 여부도 통제의 성공을 가져오는 중요한 요건이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위 기관들에 대한 조직개편이나 개혁이 시도돼 왔지만 매번 비슷한 논의가 계속되는 것은 그 동안 실효성 있는 변화가 없었다는 반증이라 할 것이다. 국민 모두가 인식해야 할 변치 않는 원칙은 정권의 변동과 관계없이 권력기관은 국가의 법적 테두리 내에서만 기능하여야 하며, 이 한계를 벗어날 경우 통제 시스템에 의해 엄중하게 책임을 질 수 있어야 법치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된다는 점이다.

김진혁 경남대·경찰학과
김진혁 경남대·경찰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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