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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육에 관해 교육부 장관 후보자님께 질문 드립니다
영어교육에 관해 교육부 장관 후보자님께 질문 드립니다
  • 김해동 한국외대 교육대학원장/한국영어교육학회장
  • 승인 2018.09.17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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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9일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시행한다고 합니다. 기억해 보면 1997년 시작된 초등학교 영어교육부터 2015년 폐지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그리고 작년부터 시작된 수능 영어 절대평가제에 이르기 까지, 정부 주도 하의 정책 결정은 영어교육 현장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따라서 새로이 바뀌게 되는 교육부 장관이 영어교육에 대해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목적을 무엇으로 설정하고 정책을 어떻게 펼 것인가 궁금합니다.

영어교육의 목적을 J. Clark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첫째, 고전적 인문주의(classical humanism)에 기초한 엘리트 양성. 둘째, 재건주의론(reconstructionism)에 따른 국가의 목적 달성을 위한 시민 양성. 셋째, 진보주의(progressivism)에 근거한 전인적인 개인의 발달입니다. 국가 차원에서 보면 영어교육 목적에 따라 교육의 내용, 교수법, 교사의 역할, 평가의 방식 등에 대한 정책 방향이 차별화 됩니다. 전문가 양성을 위한 영어교육이라면 내용상 학문적 연구 수준의 영어를 교사 주도로 정확성에 초점을 두어 학습하고 시험은 순위를 매기는 상대평가 방식을 주로 강조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화 지표를 높이기 위한 영어교육이라면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 기능을 활동 중심으로 학습하며 유창성에 초점을 두고 시험은 학습자의 능력을 판단하는 자료를 얻기 위한 도구로 활용할 것입니다. 개인의 발달에 초점을 두는 영어교육이라면 학습과정에 초점을 두고 자신의 학습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며 시험은 자신의 배운 바를 회고해 보는 기회로 간주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정책의 차이는 학습자, 교사, 학부모, 교육 관련자 및 전문가의 행동 선택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상적으로는 교실현장에서 학습자와 교사가 혁신을 일으키고 이것이 학교차원으로 전파 되며 지역사회에 변화를 유발하고 교육적, 행정적, 정치적 변화가 발생하는 것이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향적 변화보다는 정책적 결정에 의한 하향식 변화가 우리나라 영어 관련자들에는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영어의 용처에 대한 시대정신이 어떠한지를 알고 이를 현명하게 정책으로 조율하는 정책 결정자가 영어와 관련 있는 모두에게는 필요한 시점입니다.  

관련하여 현재 영어교육 정책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수능 영어 절대평가와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는, 표방하고 있는 학습자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려는 목적을 구현하기에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말하고자 합니다. 절대평가의 도입은 계층 간 격차 감소와 교육 기회의 균등한 제공에 목적을 두고 있었으나, 벌써 적당히 공부해도 되는 영어 시험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시험이 가지고 있는 선별의 기능이 거의 없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이 지속될 시 대학 현장에서는 영어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인 학생 선발을 위해 보완적이거나 대안적인 평가의 필요성이 대두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9등급 고정 분할도 학습자 개인의 능력에 따른 준거연구 결과가 아니라 단순 점수에 따라 구분하였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겉모습만 절대적이고 알맹이는 과거와 변함이 없는 시험이 된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회차간 난이도 유지에 있습니다. 절대평가는 학습자의 능력을 준거로 삼아 시험 때 마다 같은 난이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작년에 이어 금년에 시행되는 영어 문제의 난이도는 재수생들을 통해 체감적으로 비교 파악 될 수 있으며, 실험적으로는 영어라는 특성으로 인하여 해외 영어 학습자를 통한 검증 연구도 가능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면 매년 분할점을 맞추어 가는 수능 영어 문항 출제는 매우 지난한 작업이 될 것입니다.

학교 교육 내실화 정책의 경우도 학습자 개인을 위한 것이라면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형태로 정책을 정하고 규제는 푸는 형식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즉 학습자가 영어교육을 하는 것을 막는 정책보다는 취약 계층의 학습자가 선택적으로 영어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전향적 조처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결국 특정 정책이 큰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정책 결정자가 해당 정책을 조정하거나 보완 및 변동하는 것이 진정한 정책 결정자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매체 및 빅 데이터가 넘쳐날 환경 속에서 영어가 어떻게 우리나라의 교육에서 다루어져야 하는지 교육정책 결정자의 혜안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새로이 바뀌게 될 교육부 장관의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를 기대합니다.

김해동 한국외대 교육대학원장/한국영어교육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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