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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맞닿은 중개연구
환자와 맞닿은 중개연구
  • 조동현 서울대병원·의생명연구원 연구교수
  • 승인 2018.09.17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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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모세포종(retinoblastoma)은 소아에서 가장 흔한 안구 내 악성종양으로 2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가족삼출유리체망막병증(familial exudative vitreoretinopathy)과 코우츠병(Coats’ disease)은 망막 혈관이 정상적이지 못해 발생하는 소아 망막질환으로 역시 발병률은 높지 않다. 하지만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마음에 뒀던 질환,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연구 중인 질환이다. 

석사과정 때부터 진행한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는 기초연구와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연구의 가교 구실을 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 기술에 집중하기보다는 실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길을 모색하게 된다. 이때 목표 질환과 그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큰 동기부여가 된다. 항암치료를 겪어야 하는 아이들, 근원적인 치료방법이 없는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있기에 매일 하는 연구가 더욱 현실성을 띠게 된다. 

요즈음에는 주변에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기초연구를 하는 의사들이 꽤 있다. 각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질환을 중심으로 연구를 이어간다면 우리나라의 중개연구의 장을 넓힐 기회다. 그러나 4~5년간의 연구 기간을 마치고 나면, 다시 임상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미숙아망막병증(retinopathy of prematurity)을 중심으로 폭넓게 중개연구를 진행 중인 지도교수의 지원을 많이 받았고,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대통령 Post-Doc. 펠로우십’에 선발되면서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지금도 질환마다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하고 있다. 다만 질환의 원인을 근원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의 개발은 더딘 편이다. 특히, 유병률이나 발병률이 낮은 질환은 연구자나 업계의 관심을 덜 받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희귀질환 연구에는 질환과 환자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중개연구자가 더 필요하다. 연구의 유행이나 최신 기술만을 좇기보단 질환의 병리기전에 초점을 두고 근원적인 치료전략을 마련하는 데 매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망막모세포종에서는 아이들이 항암제에 노출되는 정도를 줄이면서 안구, 시력을 유지하고 종양을 완전히 억제할 방법이 필요하다. 지금은 姑息的인 항암제만을 사용하고 있는데, 특징적인 유전자 이상에 따른 변화를 제어할 수 있다면 혁신적인 치료가 될 수 있다. 또, 가족삼출유리체망막병증과 코우츠병에서는 소위 ‘못된’ 병리적 혈관에 의한 이차적인 변화에 대해 레이저나 냉동치료, 또는 수술을 시행한다. 보다 바람직하게는 ‘튼튼한’ 정상 혈관을 잘 자라게 해서 병리적 혈관이 생기는 것을 막는 근원적인 치료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은 ‘생리적 혈관신생 촉진을 통한 허혈성 망막질환 극복 연구’ 과제를 수행 중이다. 중개연구는 우리가 진료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이기에 어느 특정 기술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수준에 그칠 수가 없다. 또, 실제 환자에게 적용해야 해서 위험이 뚜렷한 기술을 단지 새로운 것이라고 해서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다행스럽게도 학위 과정과 박사 후 연구 기간 동안 저분자 화합물, 펩타이드, 단백질, 항체, 유전자 치료제 등 여러 형태의 약물을 접하면서 위해와 혜택을 두루 살피는 중용의 관점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이에 더해 患兒들과 그 보호자들이 견뎌야 하는 삶의 무게는 중개연구자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스스로 힘을 유지하겠다 다짐하며, 많은 분의 관심과 지원 또한 기대한다.  

조동현 서울대병원·의생명연구원 연구교수.
서울대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안과) 수련을 마치고, 서울대에서 망막혈관질환 중개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망막질환을 중심으로 중개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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