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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WASET 등 부실학회 참가자 전수조사…“3회 이상 참가자 46명”
정부, WASET 등 부실학회 참가자 전수조사…“3회 이상 참가자 46명”
  • 양도웅
  • 승인 2018.09.1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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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학회 ‘WASET’ 논란 이후...

최근 과학기술계를 부끄럽게 만든 WASET(세계과학공학기술학회)과 OMICS(오픈 액세스 과학 논문 출판사 및 학회) 등의 부실학회 관련 후속 조치가 개략적으로 나왔다. 

지난 12일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김상곤)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 이하 과기정통부)는 정부과천청사에서 ‘과학기술인의 건강한 연구문화 정착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감담회엔 WASET 논란 이후 연구자 윤리 문제를 꾸준히 제기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김명자)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이명철) 등 국내 과학기술 관련 기관과 주요 대학 총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가 ‘가짜학회’가 아닌 ‘부실학회’로 부른 이유는, 논문 발표와 논문 출판 등의 최소한의 형식을 이 학회들이 갖췄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학회들은 학회 운영이 수익모델인 영리 목적의 학회들이다. 

지난 7월 촉발된 부실학회 논란 이후, 과기정통부와 교육부는 4년제 대학 238개, KAIST를 비롯한 과학기술원 4개, 과학기술 관련 정부 출연(연) 26개를 대상으로 최근 5년간(2014년~2018년) WASET과 OMICS 등에 참가한 횟수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대학 83개, 과기원 4개, 출연(연) 21개가 1회 이상 부실학회에 참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 참가 횟수는 1천578회로, 대학은 1천239회, 과기원은 81회, 출연(연)은 208회였다. 부실학회에 참가한 인원은 총 1천317명이었다. 1회 참가자는 1천137명, 2회 참가자는 134명, 3회 이상 참가자는 46명이었다. 

참가 횟수 상위 5개 기관은 서울대(97회), 연세대(91회), 경북대(78회), 전북대(65회), 부산대(62회) 순이었다. 참가자 수 상위 5개 기관도 참가 횟수 상위 5개 기관과 동일했다. 부산대와 전북대가 자리만 바꿨을 뿐이다. 하지만 과기원과 출연(연)의 경우, 대학보다 전체 연구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다. 특정 기관을 문제 삼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통계자료가 필요하다. 

WASET이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지만, OMICS 또한 빼놓아선 안 된다. 오픈 엑세스 논문 출판사인 OMICS는 부실운영 및 부정운영으로 꾸준히 지적받다 지난 2016년 미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sion)에 고소당했다. 하지만 여전히 학술 컨퍼런스 등을 개최하고 있다. 위 사진은 OMICS 홈페이지 메인 화면. 

부실학회 반복 참가(자)가 가장 큰 문제

단순 참가 횟수 총합보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반복적으로 부실학회에 참가한 인원이 누구인가, 얼마나 되는가’이다. 해당 인원의 경우, 부실학회인 걸 알면서도 이를 악용했다는 의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점에 주목했다. 

정부는 고의로 혹은 반복적으로 부실학회에 참가한 인원의 경우, 정부 R&D 연구비 유용 및 논문 중복게재 등의 연구 부정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 보고, 자세히 검토해 해당자에 대해선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학·출연(연) 등 연구 기관별로 특별위원회(이하 특별위)를 구성해, WASET과 OMICS에 참가한 인원의 해명을 받고 조사 및 검증하도록 조치했다. 

각 기관은 특별위 조사결과 외유성 출장 등 연구윤리규정 또는 직무규정 위반행위가 적발된 경우, 징계 등 적정한 조치를 신속하게 내려야 한다. 만약 기관의 조사·검증 또는 처분이 미진하다면, 정부는 재조사 요구와 함께 기관평가 반영, 정부 R&D 참여 제한 등 기관 단위 제재 또는 불이익 부여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구비 부정 사용자와 연구 부정행위자가 확정될 경우, 한국연구재단 등 전문기관의 정밀 정산과 추가 검증을 거쳐 추가로 정부R&D 제재처분(참여제한, 연구비 환수 등)을 부과할 방침이다.

지난 12일 교육부와 과기정통부는 ‘과학기술인의 건강한 연구문화 정착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WASET 등의 부실학회 관련 후속 조치의 첫 단계인 ‘부실학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제공=과기정통부

연구윤리 문제는 곧 평가제도의 문제 

간담회 참가자들은 과학기술계가 부실학회 외에 연구비 횡령, 지적재산권 편취, 논문 끼워주기 등 잇따라 발생하는 연구 윤리문제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건강한 연구문화 정립을 위해 과학기술계 內 각 주체가 실천해야 할 방안을 추가 논의했다.   

먼저, 정부를 포함해 연구 단체·기관들이 연구자 스스로 윤리 규범을 확립해 이를 자율적으로 준수하는 체계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출연(연) 등이 책임 있는 연구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연구비 집행에 대한 관리책임을 명확히 하고, 연구행정인력을 확충하는 등 연구 관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연구행정 인력 확충은 연구자들이 꾸준히 요구해온 것이기도 하다. 선진국보다 연구행정 인력이 부족해, 연구자들이 행정 업무 보는 시간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연구윤리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된, 논문 수로 연구자 역량을 평가하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평가제도가 연구윤리 문제의 관건인 것이다.     

간담회에서 다뤄진 논의의 이행을 위해, 한국연구재단 등 정부 R&D 관리 전문기관은 연구윤리를 연구자가 잘 실천할 수 있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연구비 부정 못지않게 논문 표절, 부당 저자표시 등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관리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또한 정부 R&D 윤리지침을 마련해 연구부정행위를 조장하는 각종 제도를 개선하는 등 건강한 연구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성숙한 연구문화는 우리나라 연구수준이 질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므로, 과학기술계 전체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각 기관은 부실학회 참가자를 철저히 조사하고, 연구비 유용 또는 연구 부정이 드러날 경우 정부는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부실학회 문제로 드러난 기존 연구체계의 한계를 개선하는 동시에 부정행위자를 엄벌하겠다는 것이 이번 간담회의 결론이었다. 

박용진 의원, “연구계 전체로 확대 조사해야”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의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교육부와 과기정통부가 연구부정 행위에 대한 조사·검증을 각 연구기관에게 맡긴 건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소위 ‘셀프 조사’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교육부와 과기정통부의 부실학회 조사 대응이 더 부실하다”며 “이번 기회에 조사범위를 인문사회계로까지 확대해, 연구 윤리 문제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술진흥을 담당하는 교육부의 한 관계자에게 박 의원의 비판을 전하자 “이번 부실학회 참가(자) 실태조사는 후속 조치의 첫 단계일 뿐”이라며 “앞으로 과기정통부와 협의해 추가 후속 조치를 지속해서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하며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 게 무엇인가’라고 묻자,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우리가 부실학회로 아는 학회가 예상보다 잘 운영되는 예도 있었다”며 “부실학회로 불리는 학회에 참가한 이유를 단 하나의 이유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하지만, 간담회에서도 논의됐듯이, 2회·3회 이상 참가한 연구자들의 경우가 심각한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신속보다는 정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움직임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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