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밑씻개, 그 아픈 이름의 식물
며느리밑씻개, 그 아픈 이름의 식물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8.09.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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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07.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밑씻개. 사진 출처=국립수목원국가생물종지식정보

며느리밑씻개는 마디풀과에 딸린 한해살이덩굴성초본으로 종자로 번식하고, 잎줄기에 난 가시로 달라붙어 칭칭 감고 기어오른다. 며느리밑씻개를 영어로 ‘prickle tearthumb’라 하는데 prickle은 깔끄럽다/따끔거린다는 뜻이고, tearthumb은 엄지손가락을 찌른다는 뜻이며, 한자로는 刺蓼라 하니 ‘찌르는 여뀌’란 뜻이다.

우리나라 전국의 농촌 마을 길가, 밭 언저리, 하천이나 제방 부근, 황무지 등에 자생하고, 세계적으로는 중국(동부와 남동부), 연해주, 만주, 대만, 일본 등에 분포한다. 그리고 잡초 가운데 경작지를 중심으로 분포하는 터주식물로 사는 환경이 며느리배꼽과 거의 비슷하지만 며느리밑씻개는 농촌다운 농촌에서 분포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며느리배꼽은 도시산업 영향을 많이 받는 곳에 산다. 다시 말해 도시형 쓰레기가 내 버려진 후미진 곳에는 며느리배꼽이 주로 살고, 비록 농촌 지역이라 할지라도 며느리배꼽이 흔하다면 그곳은 도시화로 찌들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며느리밑씻개(Persicaria senticosa)는 줄기는 붉은빛이 돌고, 무엇보다 사각으로 모가 진 줄기 능선을 따라 예리한 갈고리 모양의 가시가 거꾸로(아래를 향해) 나 있다. 이런 가시를 역자(逆刺)라 하니 끝이 굽은 가시로 낚시 끝에 있는 미늘(거스러미) 모양이다.

줄기 길이 1~2m이며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잎자루(葉柄)와 더불어 거슬러난 갈고리가시가 촘촘히 가득 나 있다. 이들로 뒤덮인 곳에는 무섭게 뒤엉켜 있어 뱀도 얼씬하지 못한다. 지독하게 날카로운 억센 가시, 그것도 아래로 향한 逆刺가 부드러운 피부를 파고들기 때문이다. 잎은 어긋나며(互生), 뒷면 잎맥 위에도 찌르는 가시털(刺毛)이 줄줄이 나 있다. 

잎 길이와 잎자루 길이가 비슷하고, 잎자루에도 가시가 있으며, 꺼끌꺼끌한 것이 지겹도록 척척 달라붙는다. 긴 잎자루가 있고, 잎꼴은 삼각형이며, 길이와 폭이 각각 4~8cm로서 양면에 털이 있으며 잎 같은 턱잎은 작고 녹색이다. 

며느리밑씻개 꽃은 5~8월에 피고, 암술과 수술이 한 꽃에 다 있으며(兩性花), 꽃자루(花梗)에 잔털과 샘털(腺毛)이 있다. 줄기나 가지 꼭대기 또는 잎겨드랑이에 머리 비슷한 두상으로 달리고, 꽃받침은 깊게 5개로 갈라지며, 꽃잎은 없고, 수술은 8개이며, 암술은 1개이고, 암술대는 3개이다. 8~9월에 들면 백색이던 열매가 익어가면서 적자색 또는 짙은 자색으로 변하고, 마침내 짙은 군청색(광택 나는 짙은 남색)을 띠어 보석처럼 빛난다. 열매는 둥글지만 약간 세모지고, 끝이 뾰족하며, 꽃받침으로 싸여 있다.

며느리밑씻개는 긴 잎자루가 잎 가장자리(둘레)에 붙으며, 아주 비슷한 형제식물인 며느리배꼽(P. perfoliata)은 잎 중앙부(배꼽)에 잎자루가 붙어 며느리배꼽이라 칭한다. 그리고 턱잎은 잎 모양으로 푸르고, 얕은 깔때기 모양으로 줄기를 감싸는데 며느리배꼽턱잎이 며느리밑씻개에 비해서 훨씬 크고, 배꼽 같아서 며느리배꼽이라 부르기도 한다. 

며느리밑씻개라는 말은 치질 예방에 쓰인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미워하여 부드러운 풀잎 대신 가시가 있는 이 풀로 뒤를 닦도록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 있다. 아무리 며느리가 밉기로서니 날카로운 가시가 가득 난 것으로 궁둥이를 닦거나 문지르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찌 감히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있으랴(焉敢生心). 세상에 그 억세고 날카로운 가시줄로 밑을 닦게 할 시어머니는 단연코 없다. 아무리 항문에 철판을 깐 장사라도 그 풀로 밑을 닦을 수 없기에 말이다. 아마도 우스갯소리일 것이고, 며느리밑씻개의 일본 이름인 ‘의붓자식의 밑씻개’에서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의붓자식 대신에 며느리를 넣어 며느리밑씻개가 되었다는 것. 

지금은 화장지가 널리 보급되었지만 사실 몇십 년 전만 해도 대학교 화장실에서도 신문지로 밑을 닦았다. 그런가 하면 대학 화장실보다 급행열차 화장실에 둘둘 말이 휴지가 먼저 달리는 일이 있기도 했고. 그 옛날 뒷간에서는 새끼줄이나 지푸라기를 사용하기도 했고, 밭가에선 깻잎, 뽕잎들을 밑씻개로 썼다.

그런데 이 괴물 같은 풀들을 나물로 먹고, 약으로 쓴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며느리밑씻개나 며느리배꼽의 全草를 여름, 가을에 채취해 햇볕에 말린다. 이들 풀에는 이소퀘르시트린(isoquercitrin)이란 성분이 약 0.07% 함유돼 있어 피를 소통시켜 주고, 타박상 따위로 살 속에 맺힌 피(瘀血)를 없애주며, 종기를 삭이고, 독성을 풀어주며, 젖먹이(乳兒)의 태독·자궁 처짐·위통·뱀 물린 데·타박상·습진·치질들을 치료했다 한다.

며느리밑씻개의 어린잎을 살짝 데치거나 生菜(익히지 아니하고 날로 무친 나물)로 무쳐 먹는데 잎은 쌉싸래하고, 시큼하며, 신맛이 있어 입맛을 돋우는 데 좋고, 어리고 부드러운 잎은 생으로 먹거나 생즙을 내어 마신다. 또 잎사귀를 샐러드로 먹거나 살짝 데치면 잎 뒷면의 가시 같은 까칠한 느낌이 사라지고, 밥에 넣고 고추장으로 비벼 먹으면 풍미가 배가 된다. 된장국 따위의 국거리로도 쓰고, 가루를 묻혀 튀김을 해 먹는다. 하긴 이른 봄엔 먹지 않는 풀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겠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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