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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창업강의 2만3천개⋯ 중국 대학생들 '창업에 취업한다'
대학 내 창업강의 2만3천개⋯ 중국 대학생들 '창업에 취업한다'
  • 구자억 서경대 대학원장·한국창업교육학회장
  • 승인 2018.09.1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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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고등교육 ❹ 중국의 대학창업교육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된 대학창업교육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는 300여명의 창업교육관련 대학관계자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했다. 당시 놀란 것은 수많은 중국대학들이 창업관련 단과대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창업대학에서는 창업교육의 방향 및 체계를 만들고 한편으론 학사부터 박사까지 창업가를 양성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창업은 창신(新), 혁신이란 말과 함께 쓰인다. 창신이란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것이고, 혁신이란 ‘기존의 것을 새롭게 바꾼다’는 의미이다. 영어로는 창신이나 혁신이나 모두 Innovation이라고 쓴다. 하지만 중국에서 쓰는 의미는 조금 다르다. 혁신보다는 창신을 더 중시한다. 그리고 창신 정신이 있어야 창업이 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대학에 설치된 창업관련 단과대의 명칭도 대부분 창신창업대학이라고 쓰고 있다.

중국정부는 창업을 국가차원의 중요과제로 다루고 있다. 창업중시정책은 2014년 리커창 총리가 내놓은 쌍창(双创)정책에 기반한다. 쌍창정책이란 '대중창업 민중창신(大众创业 万众创新)'을 말한다. 이 말의 의미는 한편으론 군중의 지혜와 창조력을 계발하고, 한편으론 모든 국민이 창업을 하는 풍조를 만들자는 정책이다. 이런 정책 때문인지 사회일각에는 ‘대학생들이 창업에 취업한다(就业创业)’는 말이 유행하기도 하였다.

이제 중국은 매일 평균 1만5천개 이상이 창업되는 세계최대창업국가가 되었다. 중국의 창업환경은 세계 5위고, 85%의 중국인이 창업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알리바바 마윈의 기업가정신은 중국청년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중국의 창업대학생수는 매년 20만명 이상이며, 대학 내에 개설된 창신창업과정은 2만3천개 이상이다. 지난해 중국대학생 창업보고에 따르면 대학생의 89.8%가 창업을 고려한 적이 있으며, 심지어 18.2%의 학생은 강렬한 창업의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스타트업 육성만이 살길이라는 가치 하에 창업교육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명문 칭화대에는 <창신창업교육 영도소조>라는 조직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혁신과 창업을 이끄는 조직 정도로 보면 된다. 그런데 이 조직의 조장은 총장이다. 그만큼 창신과 창업을 중시한다는 의미다. 칭화대의 창업교육의 비전은 모든 학생들이 혁신 DNA를 갖도록 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창조력, 리더십 등 여러 관련 역량과 가치를 교육시킨다. 지난 2010년 설치된 칭화대의 대학생 창업파크는 약 5천평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대학 내 창업공간이다. 중국에서 창업교육은 모든 학생이 창업을 해서 사장이 되라는 교육이 아니다. 창신창업의 정신 즉 기업가정신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첫째, 대학차원의 창업마인드 함양과 창업교육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창업교육체계가 미흡한 상황이다. 차제에 대학창업교육체계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재학생 창업서비스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대학은 창업하는 학생에게는 가장 직접적인 지원을 하는 주체다. 창업활동에 편리하도록 체계적인 지원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의 대학생 창업에 대한 더욱 큰 관용과 지지가 필요하다. 창업은 커다란 위험이 존재하는 활동이다. 따라서 대학생 창업의 위험성을 보장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패를 극복하고 다시 창업할 수 있도록 심리자문과 기금지원이 요청된다.

지금 대학생 실업문제가 심각하다. 과거 영국은 창업교육을 통해 이런 실업문제를 해소한 경험이 있다. 미국은 대학 졸업생의 20%가 창업을 선택한다. 중국은 아예 대학생 창업이 사회발전의 기초라고 보고 있다. 당연히 정부, 사회, 대학의 이에 대한 지원도 활발하다. 한국도 창업교육을 중시할 때가 됐다. 이제 정부든, 대학이든 먼저 나서서 창업교육을 주창해야 한다. 그것이 4차 산업혁명과 취업난에 대비한 한국의 묘책이 될 것이다.

 

구자억 서경대 대학원장·한국창업교육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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