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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이유
교육부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이유
  • 이강재 서평위원
  • 승인 2018.09.1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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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 신임 교육부장관에게 바란다

얼마 전 개각이 발표되면서 신임 교육부장관 후보자 지명이 있었다. 대입제도를 비롯한 몇 가지 사안에서 있었던 혼란 때문에 교육부 수장이 개각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측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임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여러 정황상 후보자의 입각에는 큰 문제가 없으리라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가 교육 현장에 대한 경험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사실 현장 경험이 반드시 옳은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현장이라는 것이 한 곳이 아니어서 초등, 중등, 고등으로 단순화시켜도, 초등교육 경험자는 중등이나 고등교육에 대하여 잘 모르며 고등교육 경험자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같은 중등 내에서 특목고에만 근무한 교사는 일반고의 상황을 잘 모를 수 있고, 나처럼 서울 소재 대학 근무자는 여타 지역 대학의 사정을 모를 수 있다. 따라서 국회에서 다양한 교육 문제를 수년 동안 다뤘다는 것은 나무보다는 숲 전체를 볼 줄 안다는 점에서 직접 교육 현장에 있었다는 것과 다른 장점이 적지 않다. 다만 현장 교육자를 존중하면서 그들과 함께 산적한 문제를 피부에 닿도록 풀어갈 수 있을 지는 앞으로 어떻게 소통을 할 것인지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나는 그동안 여러 과정을 통해 후보자가 소통 능력에 있어서 남다른 장점이 있다고 보아왔기에 이 문제가 장기적으로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

지금까지 여러 교육부장관을 보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장관이 그저 교육부를 책임지는 자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동시에 사회부총리를 겸하고 있다는 의미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거의 전 부분에 걸친 문제는 교육과 무관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있다. 부동산 정책도 교육과 긴밀하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것도 교육의 문제를 떠날 수 없다. 산업균형발전이나 미래성장동력 확보 역시 교육을 떠나서는 말할 수 없다. 이 몇 가지는 이미 정부의 부처별로 나름대로 다루고 있는 것들이다. 그렇지만 이는 각 부처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교육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들 부처와 통합적인 논의를 통해 교육 문제의 하나로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최근 제주도는 제주의 발전 방향으로 ‘한국형 블록체인 도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런 발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와 관련된 인재양성이 제주에서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기에 이는 교육과도 직접 관련이 있다. 따라서 제주의 특정 대학에 관련 학과를 육성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관련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교육부에서 해당 지역의 대학이 이 방향으로 특성화되도록 행정적, 제도적, 재정적 도움을 줘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지역인재 할당제를 실시해 지역균형발전과 대학의 방향을 함께 잡아가고 기업의 유치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루도록 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사회부총리로서 이런 전반적인 문제의 방향을 잡아주고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는 교육부장관의 자리를 넘어서는 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예는 매우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사회 전반의 문제를 논하면서 동시에 이것이 교육의 문제로 귀결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은 대학의 구조 조정과 맞물려 있으면서도 동시에 대학 길들이기 성격이 강하였다는 점 때문에 대학 사회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또한 상당한 규모로 지원된 재정을 정해진 기간 내에 쓰기 위하여 불필요한 지출도 있었고 이 속에서 도덕적 해이현상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길들이기 형식의 지원보다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대학이 제대로 특성화되고 지역 사회에 자리 잡도록 하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현재 직면하고 있는 대학 구조조정이 장기적이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장관이 사회부총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의 장관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하여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논의하는 장이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교육 문제가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임을 보여줘야 한다. 교육과 관련된 문제는 교육 속에 빠져서는 해결되지 않으며 좀 더 큰 틀에서 올바른 해결방안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즉 교육부장관이 교육 내부의 문제에만 매몰되면 좀 더 큰 차원에서 국가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놓치게 되기 때문에, 이제는 교육을 넘어서는 교육 문제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많은 사람들은 교육부 관료들의 경직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매우 우수한 인재들로 이루어진 관료들이 공무원 특유의 안정성을 갖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 가는 역동성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 역시 교육부의 수장의 중요한 역할임이 분명하다. 또한 우리사회는 교육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러나 그들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각자의 위치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고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이들 또한 각자의 전문 영역만을 위한 생각보다는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교육을 위해 좀 더 큰 그림 속에서 서로의 조화를 찾아가려는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이강재 서평위원/서울대·중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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