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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위한 정책’으로의 전환
‘과학을 위한 정책’으로의 전환
  • 교수신문
  • 승인 2018.09.1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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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과학자란 단어는 1834년에 영국에서 최초로 출현했다. 케임브리지대의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인 휴얼(William Whewell)이 관찰과 실험을 통해 물리현상과 자연 세계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묘사하기 위해 과학자란 단어를 사용했다. 현대적 과학자의 출현은 실험과 통계를 도입한 다윈(Charles Darwin) 또는 패러데이(Michael Faraday)부터라고 얘기할 수 있으나 실제 최초의 과학자는 훨씬 이전에 존재했다.

과학이란 단어는 지식을 의미하는 라틴어 ‘scientia’에서 유래하였다. 과학은 자연현상에 대해 검증 가능한 설명과 예측의 형태로 지식을 주조하고 조직화하는 체계적인 학문이다. 과학의 뿌리는 기원전 3,500~3,000년 전후의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찾을 수 있다. 수학, 천문학과 의학에 대한 그들의 지식 축적으로 그리스의 자연철학이 형성됐다. 현대의 과학은 물리학, 화학, 생물학 같이 넓은 의미에서 자연을 연구하는 자연과학,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같이 개인과 사회를 연구하는 사회과학, 추상적 개념을 연구하는 수학과 논리학 같은 형식과학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과학은 완전하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존한다. 과학자들은 연구의 객관성을 추구하는 것이 과학의 초석이란 것을 인식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오류의 잠재적 원천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지식을 축적한다. 객관성 추구는 과학적 발견의 신뢰성을 향상시키고, 과학이 제공한 지식을 수용하고 사용하려는 사회의 의지를 확대시킬 수 있다.

블라이(Adam Bly)는 오늘날의 지식 르네상스를 16세기의 르네상스처럼 지식을 모으고, 종합하고, 사회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한 혁명이라 정의했다. 그런 면에서 과학은 스스로 올린 성과 즉, 의약품이나 새로운 기술 개발 같은 것 이상의 의미를 갖으며, 단순한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 과학 자체가 관리와 사고의 방법이 될 것이다.

크라우스(Lawrence Krauss)는 과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 문제 이외의 다른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과학은 과학자의 시선으로 접근해야 한다. 과학은 우주 안에서 인류가 차지하는 위치를 인식하게 하고, 인간의 역할에 대해 성찰하도록 해주며, 우리의 뿌리는 어디인가를 생각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블라이의 표현을 빌리면 인간은 모두 과학자이다. 철새는 어떻게 계절의 천이를 알고, 단풍은 왜 색색일까 같이 주변의 많은 현상에 대해 인간은 의문과 흥미를 갖고 살아왔다. 최근에는 여러 시민단체에서 행하는 것처럼, 수질 조사를 직접 수행하거나, 외계 생명체를 찾는 활동과 과학정책 수립 과정에 의견을 제시하는 등 많은 과학적 과정에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민과학’이 정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의 과학적 연구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전문가 집단에 의해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학의 위치 때문에, 공교육의 과학 관련 과목을 통해 과학적 방법론을 적극 교육해야 한다. 최근에 교육부는 수능 출제 과목에서 수학과 과학 과목을 축소하려다 과학 단체의 반발에 직면해 철회한 바 있다. 과학 과목 축소를 생각한 관료들은 과학을 의례적인 분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은 지속적인 탐구, 철저한 자기 비판적 태도와 엄중한 방법으로 획득한 증거에 기반을 둔 방법론이다. 과학은 재현과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 주변의 많은 현상에 대해 보편적인 시야를 제공해줄 수 있다. 사람들이 과학을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고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그들은 과학이라는 창을 통해 새로운 사고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 분야에서의 주된 발전은 일반적으로 호기심에 의해 유도된 연구에서 비롯됐다. 미국이 선도하고 있는 제약 산업의 경우 산업체와 기초과학이 잘 연결된 분야이다. 생물의학에 기반한 산업이 경쟁력 있는 위치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기초과학이라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다. 기초과학으로부터 실제 응용에 이르기까지의 길은 상당히 멀다. 나일론 같은 경우는 약 10년이 걸렸고, 액정의 경우는 약 80년이 걸렸다. 따라서 지금 기초과학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응용에 공급되는 원천기술은 고갈될 것이다.

과학의 발전은 재정 지원에 크게 좌우된다. 과학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관료들은 연구와 개발의 지원에 필요한 논리를 늘 바꾸려고 한다. 그들은 과학의 역할에 대해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달리 표현하면, 관료들은 과학계에 제공하는 연구비의 패턴을 바꾸고자 한다. 그들의 의도는 좀 더 강한 경제, 그리고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연구의 방향이 돌려지길 원한다. 이런 면에서 ‘정책을 위한 과학’이 아니라 ‘과학을 위한 정책’으로의 사고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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