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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 '샘'이랑 감자캐러 갔습니다."
"'물'들 '샘'이랑 감자캐러 갔습니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3.06.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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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교실에서 삶과 학문, 노동을 배운다.

오후 2시 30분. 한창 수업 중 일거라고 찾아간 녹색대학에 학생들은 강의실에 없었다. 월요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는 '노동과 농사짓기'시간. 녹색대학 인근에 조성중인 생태마을 농장에 학생은 물론 교수, 총장까지 감자를 캐러 갔단다.


호칭부터 새롭다. 녹색대학에서는 선생님을 '샘', 학생을 '물', 직원을 '여울'이라고 부른다.

다른 '물'은 감자를 캐러 간 사이, 학교 건물 뒤편에서는 '물' 2∼3명이 모여서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토론 주제는 '쓰레기 더미를 어떻게 처리할까'. 못쓰는 책걸상, 폐교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쌓인 건축자재,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한 달 넘게 고민을 하고 있다. 분리수거까지 마친 상태였지만 늘어나는 쓰레기는 골치꺼리였다. 아무리 분리수거를 해서 버린다고 해도 다시 환원되지 않는 이상 이것도 대안이 아니었다. 결국 "적게 먹고 쓰면서 쓰레기를 만들지 말자. 필요 이상의 것을 소비하지 말자"라는 것으로 모아졌다.

학교 안내를 맡은 한광용 교무처장은 "생활쓰레기를 학생들이 직접 처리하면서 '학문과 생활속의 실천'을 연계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 연계성의 노하우를 찾는 것이 우리대학의 교육이념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그 사이 '물'들이 돌아 왔다. 농촌활동을 가면 일 마치고 저녁 무렵 숙소로 돌아오는 풍경이다. 한 트럭 가득 감자를 싣고 왔는데 "내다 팔거냐"고 물었더니 정해진게 없다고 '샘'이랑, '여울'이랑 같이 논의를 해봐야 안단다. 녹색대학에서 거둔 첫 수확물이었다. 그날 저녁 식사메뉴로 올랐다.


'노동과 농사짓기'시간은 생태교육공동체를 지향하는 가장 녹색대학다운 과목이기도 하다. 처음엔 필수과목이었지만 '물'들이 "굳이 필수과목으로 정할 필요가 있나. 당연히 해야하는 일인데"라며 공동체 생활의 일부로 바꿨다. 정규수업시간표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3시간씩 반영이 돼 있지만 학점은 없다. 자립적 공동체의 기반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실제 녹색대학의 대안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물'들과 같이 감자를 캐다가 먼저 내려온 장회익 녹색대학 총장은 "대학이 대학다우려면 학구열이 높아야 한다. 공부 안하고는 못 버티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작정이다.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 통합적 학습이 중요하다. 녹색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과학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다. 고등학교때부터 문과, 이과를 나눠서 교육하는데 녹색대학은 이런 구분이 없다. 수학, 물리도 다시 공부하고 있다. 녹색대학에 들어온 학생들도 이를 의외로 생각한다. 그러나 미적분, 상대성이론을 모르고서는 졸업할 생각을 말라"고 말했다며 "새 문명을 열어가려면, 과학문명에 대한 이해가 바탕 돼야 한다. 힘든 것은 극복해 가야지 피해가면 안된다. 많은 학생들이 현재 이 고비를 넘기고 있다"라고 밝힌 뒤 한 학생의 보고서를 건네준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검정고시로 고졸학력을 인정받은 학생이다. 수학, 물리가 제일 어렵다고 해서 도와 줬더니 상대성 이론을 A4용지 9장 분량으로 정리했는데 체계적으로 정리가 잘 돼 있다"라며 우려의 시선을 거둬냈다. 삶과 학문을 하나로 만들어 가겠다는 녹색대학 장 총장의 교육복안은 '대안교육'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게 만든다.

36명의 학부생. 녹색대학은 2학년까지 전공이 따로 없다. 현재 1학년들은 '물질, 생명, 인간', 현대사회와 윤리, 동서철학사상의 흐름 등 3과목을 필수로 배우고 있다. 풍물굿, 야생화와 약초식물, 자유로운 성이야기 등 3과목은 '물'이 제안해서 만든 수업이다. 수업은 토론과 조사 발표, 탐방, 워크샵, 특강 등으로 구성된다.

녹색대학은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세우고 있다. 지역과 유리돼 있는 대학은 대안대학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함양지역의 이해'라는 과목도 개설했다.
또한 생태적 공동체 형성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건축분과, 생활관분과, 어울림분과 등 학생자치기구를 만들고 실제 공동체 생활 경험을 교육과정에 포함하고 있다.

일명 '녹색 고시방'에서 만났던 38살의 새내기. "'샘'들이 말하는 것처럼 졸업해서 이 사회의 대안을 세워보겠다는 거창한 생각은 아직 없다. 공동체 생활이 좋고, 무엇보다 자유롭게 맘껏 공부할 수 있어서 좋다."

녹색대학도 이제 종강이다. 시험은 없다. 대신 각 과목마다 학습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장회익 총장은 "시험은 하나의 방법인데, 지금은 목표가 되고 있다. 교육의 목적이 시험인 것처럼 돼버렸다. 시험만 끝나면 바로 잊어 먹는게 무슨 공부인가."라며 "학습보고서는 자신이 배우고 알고 있는 것을 제대로 써내야 한다. 녹색대학 파일에 영구적으로 보관할 계획인데 내외에 공개할 예정이다. 제대로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다. 학생의 질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밝힌다. 평가는 A, B, C, D 등급이 없다. 학습보고서 내용을 검토해서 이수여부 (pass/non-pass)만 따질 계획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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