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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5호 새로 나온 책
935호 새로 나온 책
  • 윤상민
  • 승인 2018.09.0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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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쓰는 긍정의 미래 | 랑가 요게슈바어 지음 | 이미옥 옮김 | 이정모 감수 | 에코리브르 | 416쪽
미래 세계가 현재보다 나을지에 대한 질문에 독일의 경우 응답자 중 4%만이 미래에 자신의 삶이 더 향상될 것이라 답했으며, 미국, 프랑스, 영국, 덴마크도 비슷한 대답을 했다. 인간의 기술 개발이 기계의 인간지배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는 암울한 시각은 오로지 한정된 우리의 견해에서 비롯된 결과일 뿐일까? 이 책에서 저자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화로 인해 일종의 과도기 상태에 놓인 현재 상황을 서술한다.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한 변혁, 미디어와 교육에 미치는 인터넷의 영향, 에너지 전환기의 효과, 유전자 기술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변화, 자립적인 기계와 지능적인 알고리즘이 점점 발달함으로써 생기는 발전을 관찰해온 저자는 스웨덴의 인공지능연구소, 일본의 핵발전소, 한국의 복제연구소 사례를 언급하며 모든 것이 달라질 세계에 대한 두려움은, 시각을 바꿀 용기가 있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논쟁 수업으로 시작하는 민주시민교육 | 넬 나딩스, 로리 브룩스 지음 | 정창우, 김윤경 옮김 | 풀빛 | 400쪽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은 서로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런 능력은 우리의 학교에서 길러져야 한다.” 이 책의 집필 동기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존듀이의 계보를 잇는 세계적인 교육철학자인 저자와 그녀의 딸이 공동 집필한 이번 책에서 저자들은 논쟁적인 쟁점에 대한 탐구가 어떻게 비판적 사고력으로 이어지며, 나아가 건강한 인간관계와 강력한 참여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데 얼마나 유용한가를 설득력 있게 다룬다. 학생들을 교육적 차원에서 어떻게 논쟁에 고무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지, 다양한 논쟁적 쟁점에 대한 탐구가 교실을 어떻게 활기차게 바꿀 수 있는지를 설명하며, 그동안 배움의 주제가 아니었던 권위, 종교, 젠더, 인종,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빈곤, 정의, 애국심 등 다양한 논쟁적 쟁점을 갖고 학교 현장에서 논쟁 수업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제시한다.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열린교육을 지향하며 대화와 토론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민주시민교육을 실현하고자 하는 교육자에게 유용한 지침서로서의 역할을 해낸다.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 권보드래 외 12인 공저 | 민음사 | 428쪽
페미니즘적 감수성과 문제의식으로 한국 현대문학을 다시 읽는다면? ‘이성애자-지식인-남성’ 중심적 기율이 지배해 온 창작과 해석의 영역으로 돌진해 여성과 소수자들의 문학을 발명하고 탈환하는 것, 나아가 주류 문학의 경직된 틀을 부수고, 말랑말랑하고 유연한 우리 세대의 문학(성)을 상상하고 실천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을까. 이 책에는 매회 100명이 넘는 수강생들로 지난 겨울의 추위를 잊게 만들었던 민음사의 뜨거운 강좌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학사」의 10회 강연원고를 모았고 3명의 연구자가 새로운 필진으로 참여해, 오랫동안 ‘페미니즘 프리즘’으로 한국문학사를 검토해 온 소장, 신진 여성연구자들이 1910~2010년대 한국문학사의 주요 마디를 점검했다. 1부에서는 근대문학이 형성되던 식민지기의 장면들을 조명했고, 2부에서는 한국문학사의 황금기라 불리는 1950~1970년대를 다뤘으며, 3부에서는 19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포스트-냉전 시대에 전개된 한국문학의 성격과 ‘민주주의’라는 이상의 불가능성을 질문했다.

바이올린과 순례자(에세이) | 마틴 슐레스케 지음 | 유영미 옮김 | 니케북스 | 336쪽
저자는 사람의 마음이 하늘이 보내는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수신 기관이라고 정의하고 하늘의 메시지를 잘 받아들이려면 듣는 마음을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이올린 장인이자 영적 순례자로 알려진 저자의 인생은 아름다운 울림과 신의 신비를 찾아 걸어가는 일관된 여정이다. 하나의 바이올린을 만드는 모든 과정 중에서 삶과 믿음의 연관성을 새롭게 의식하게 된다는 저자는 매 순간 하늘을 향해 마음의 귀를 활짝 열어두고 자신을 성찰하기에, 시종일관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는 성직자와 같은 경건함이 묻어난다. 이 책은 2013년 출간된 『가문비나무의 노래』 두 번째 이야기로 한층 깊어진 사색과 영감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하며, 잠시 머리를 식히러 나선 산책길에서, 출근길 전철 안에서, 매일 지나다니던 들길에서 저자가 발견한 영적 지혜를 마주하도록 인도한다.

 

색맹의 섬 | 올리버 색스 지음 | 이민아 옮김 | 알마 | 356쪽
색맹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편두통으로 인한 색각 이상을 겪은 경험이 있어 색맹에 무척 관심이 많았던 저자는 색맹인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태평양의 작은 섬, 핀지랩과 폰페이로 향했다. 자기네만의 독특한 멋과 예술, 음식, 의복을 지닌 완전한 색맹 문화를 상상했던 저자는 그곳에서 색맹에다가 빛조차 쳐다볼 수 없는 사람들을 마주하지만, 그들을  실험대상으로 삼지도, 애처롭게 바라보지도 않는다. 그는 다만 그들이 밝은 빛 아래에서도 활동할 수 있도록 선글라스를 건네고, 그들의 질환이 누구의 잘못도 아닌 선천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완전색맹인 동료 의사와의 동행으로 색맹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넘긴 저자는 이 여정의 끝에서 독자를 무채색 세계의 경이로움으로 인도한다. 저자가 때로는 인류학자로, 때로는 식물학자로 치밀하게 작성한 기록들은 그의 풍부한 지식과 사방으로 가지를 뻗는 사유와 결합해 밀도있는 과학 논픽션으로 완성됐다. 저자의 타계 3주기를 기념에 새로 문장을 다듬어 출간했다.

 

오늘부터 나에게 친절하기로 했다 | 크리스토퍼 거머 지음 | 서광스님, 김정숙, 한창호 옮김 | 더퀘스트 | 388쪽
시시때때로 우리를 배반하는 삶. 최고의 환경을 누릴 때에도 고통은 여전히 우리를 엄습한다. 고단한 삶에서 사람들은 자기판단과 자기비판을 거듭하며 불필요한 자기비난의 덫에 갖힌다. 소중한 사람이 힘들어하면 기꺼이 친절을 베풀면서, 왜 스스로에게는 똑같이 하지 않는가? 저자는 고통스러운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히는 이유가 ‘아픔’을 수용하지 못하고 저항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버드대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지난 40년간 실제 명상 수행과 더불어 ‘자기연민’을 심리치료에 도입해 왔다. 그에 따르면 ‘연민’은 불쌍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아파하며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저자는 남들에게 베푸는 이런 연민을 자기 자신에게도 똑같이 베푸는 것, 사랑하는 누군가를 돌보듯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을 고통스러운 감정에 대처하는 새로운 ‘자기연민’ 방식으로 제안한다. 여기에 명상이 결합하면 나 자신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은유로 사회 읽기 | 대니얼 리그니 지음 | 박형신 옮김 | 한울엠플러스 | 416쪽
복잡한 현상을 쉽고 단순하게 이해하는 데 가장 적절한 수단은 은유다. 장님과 코끼리에 대한 인도 우화에서 눈먼 현인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이론가들 역시 거대한 ‘사회적 코끼리’의 모든 면을 볼 수 없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은유는 사회이론을 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 은유는 익숙하지 않는 사회 현실을 알기 쉽게 묘사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의 생각과 상상력을 틀 짓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능주의, 갈등이론, 합리적 선택 이론, 상징적 상호작용론 같은 고도로 추상적인 사회이론을 우리에게 친숙한 대상을 들어 은유라는 수단을 통해 해부함으로써 사회이론에 비교적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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