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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기술적 만병통치약 아니다”
“인공지능은 기술적 만병통치약 아니다”
  • 김유정 서울대 석박사통합과정생·천문학
  • 승인 2018.09.0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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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과학원 주최 국제학회 「인공지능(로봇공학), 윤리, 그리고 거버넌스」 참관기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일상 속에 침투하게 되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올먼 미래에 대한 예측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기술을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 가고 실제로 적용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인공지능 기술 그 자체가 미래 사회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기술의 발전 방향이 만들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인공지능에 대한 국제학회는 그러한 토론의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홍성욱 서울대 교수(과학사)가 연구 책임자로 이끄는 고등과학원의 초학제 프로그램 <인공지능: 과학, 역사, 철학> 에서 주최한 것이다. 국제학회의 제목은 ‘인공지능(로봇공학), 윤리, 그리고 거버넌스’로, 국내외의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인공지능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살펴보고, 미래 사회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논의하고자 기획됐다.

학회는 오전과 오후에 걸쳐 세 가지 섹션, 10명의 학자들의 발표 및 토론으로 구성됐다. 그 중 6명은 한국, 4명은 일본 및 대만의 학자들로, 동아시아 국제학회의 성격을 띠었다.

첫 번째 세션의 주제는 ‘AI 거버넌스와 정치’였다. 첫 번째로는 전진권 고등과학원 연구원(과학철학)이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 eXplainable Artificial Intelligence) 자체가 거버넌스의 핵심이 될 수 있는가에 의문을 던졌다.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은 연구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도 인공지능의 판단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면 신뢰 형성과 거버넌스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부터 출발한 기술이다.

그러나 XAI도 여전히 인간을 수동적인 존재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전 연구원은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자체가 거버넌스를 개선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더 고려하고 참여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거버넌스를 위해 출발한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지속적인 성찰과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발표였다.

두 번째 세션의 주제는 ‘인공지능의 철학과 윤리학’이었다. 웽 위에 쉬안(Yueh-Hsuan Weng) 도호쿠대 박사(법학)는 보조 로봇을 위한 윤리적 거버넌스에 대해 소개했다. 일본의 고령화에 따라 노인을 보조하는 로봇이 필요하게 됐으며, 이에 대한 윤리적인 고려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개인정보 이슈, 위험에 대한 책임 문제, 일자리에 대한 경제학적 문제 등 여러 윤리적인 문제를 소개하며, 체계적인 윤리적 거버넌스를 통해 보조 로봇에 대한 신뢰와 인간의 웰빙을 실현해야 함을 주장했다. 

두 번째로는 이상욱 한양대 교수(철학과)가 2016년 이후 급격하게 급증한 한국 인공지능 철학 연구의 최근 동향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사건을 통해 대중과 언론이 인공지능에 큰 관심을 갖게 된 것과,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는 정책을 펼치게 된 것이 인공지능 철학 연구의 급증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 번째로는 전치형 카이스트 교수(과학기술학)가 정치적 입장, 세계관을 읽어낼 수 있는 AI에 대한 실험을 소개하고, 이것이 주는 사회, 윤리적인 시사점에 대해 발표했다.

마지막 세션의 주제는 ‘인공지능 응용에서의 이슈들’이었다. 이 세션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상황에서의 인공지능 응용의 쟁점을 논의해볼 수 있었다. 천현득 이화여대 교수(과학철학)는 킬러 로봇 개발에 대한 지난 카이스트 보이콧 사건과 킬러 로봇의 다양한 층위와 전쟁의 윤리학 등을 두루 분석했다. 그리고 단순한 “킬러 로봇을 멈춰라”라는 구호 이면에 더 다양한 윤리적 논의가 있을 수 있음을 제안했다. 

두 번째로는 린쭝더 칭화대 교수(과학기술학)가 인공지능 헬스케어 로봇에 대한 다양한 윤리적 접근을 소개했다. 세 번째로는 오타니 타쿠시 기비국제대 교수(과학기술학)가 인공지능을 통해 생산된 창작물의 저자권(authorship)과 저작권(copyright)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소개했다. 

마지막으로는 홍성욱 교수가 4차 산업혁명 담론이 형성돼온 과정을 소개하고, 인공지능이 기술적 만병통치약으로 표현되는 정책이 기술 결정론적인 시각에 따른 것이라며 비판했다. 그리고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키워드로 하는 정책이 정말로 인간중심적인지 숙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번 학회는 인공지능의 윤리와 거버넌스 논의에 대한 동아시아 네트워크의 출발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국제적인 소통을 통해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며, 구체적인 토론의 장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김유정 서울대 석박사통합과정생·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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