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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누리사업처럼 지역과 대학 연계하는 모델 만들자”
“참여정부 누리사업처럼 지역과 대학 연계하는 모델 만들자”
  • 문광호 기자
  • 승인 2018.09.0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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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 ‘국가균형발전과 국·공립대학의 역할’ 토론회 개최

국·공립대가 국토균형개발의 견인차가 될 수 있을까?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전국 국·공립대 총장들이 모였다. 지난달 27일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회장 오덕성)는 서영교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안호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국가균형발전과 국·공립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자로는 전호환 부산대 총장, 반선섭 강릉원주대 총장, 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 장영수 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부단장 등이 참여했다. 오덕성 충남대 총장은 “국·공립대가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앞두고 변혁을 선도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개최 의의를 밝혔다.

“대학이 사라지면 지역도 소멸한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헌영 강원대 총장의 말은 좌중을 압도했다. 김 총장은 1천명 미만 소규모 대학 없어졌을 때 생산 감소 규모를 300억원, 3천명 이상 5천명 미만 대학은 2천200억원, 1만명 이상은 9천억원 정도로 분석했다. 대학이 지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김 총장은 교육부와 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가 공동으로 구성한 ‘국립대 육성방안 공동연구 TF’의 위원장을 맡아 연구를 수행했다.

그런데 국·공립대 총장들은 대학이 위기에 처했다고 말한다. 위기의 실체는 무엇일까. 김 총장은 국·공립대가 처한 위기를 5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는 열악한 교육·연구환경. 지난달 28일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김상곤)가 발표한 '2018 교육통계'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 교원 1인이 담당하는 학생 수(27.2명)는 고등학교(11.5명), 중학교(12.1명), 초등학교(14.5명), 유치원(12.3명)보다 많다. 이는 국제 평균(16명)보다 한참 높은 수치다. 이외에도 김 총장은 △지방공동화 △기초학문 고사 △계층이동 사다리 붕괴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국·공립대의 역할과 기능이 그 기반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공립대 지역에 미치는 영향 크다

그럼 국·공립대는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까. 각 지역의 국·공립대 총장들이 모인 만큼 토론도 지역에서 국·공립대의 역할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호환 부산대 총장은 국·공립대 통폐합으로 황폐화된 소규모 캠퍼스의 사례를 언급했다. 전 총장은 “최근 여수 시민들은 전남대와 통합된 여수대를 돌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대학 통합 이후 여수 고등학생들이 전남대 여수캠퍼스 못 들어간다. 대학이 계층 이동 사다리 역할을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총장은 밀양대 역시 부산대와 합쳐졌지만 통합 이후 공동화 현상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대학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주장이다. 

반선섭 강릉원주대 총장 역시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반 총장은 “현 정부의 정책은 지역발전 역량을 높이는 데 있을 것”이라며 “대학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뿐 아니라 대학 불균형 발전은 지역 균형발전의 걸림돌”이라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지역과 대학이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 정책 간의 상응성이 높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 총장은 지난 겨울 평창동계올림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지자체와 함께 발전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정부 역시 국·공립대를 지역 활성화의 촉진제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장영수 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부단장은 “통계를 보면 거주지는 대학 때문에 한번, 직장 때문에 한번 바뀐다”며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을 매개로 기업과 대학, 주민 커뮤니티를 일으키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 정책관도 “2000년대 초반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누리사업은 대학이 지자체와 함께 정책을 만들 때 재정을 지원했다”며 지자체와 대학의 연계방안을 제안했다. 누리(NURI)사업은 New University for Regional Innovation의 약자로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1조4천억이 투자된 사업이다. 지역발전과 연계된 지방대학의 특성화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추진됐다.

국립대도 목적별로 역할 나눠야

한편, 지역에서 국·공립대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이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규태 정책관은 “사립대는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특성화, 소규모로 가야 한다”며 “반면 국립대는 사립대가 맡기 어려운 부분을 맡아서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논리에 따라 사립대가 기초학문을 더 이상 운영하지 못할 때 국립대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호환 총장의 구상은 보다 구체적이었다. 전 총장은 “국·공립대 수가 41개다. 전부가 국가에서 시행하는 연구 중심 대학이 될 것이 아니라 역할을 분담하자”며 캘리포니아대의 사례를 언급했다. 캘리포니아대는 UC(University of California)라는 이름을 붙인 10개 캠퍼스가 연구를 맡고 19개 주립대가 교양을, 106개 커뮤니티 컬리지가 직업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다. 체계화된 국립대 네트워크가 지역의 고등교육을 전부 담당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국·공립대의 목적별 구분이 서열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반선섭 총장은 “국립대를 거점국립대와 지역 중심대로 구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뚜렷한 근거 없이 대학별 우위를 가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도 국·공립대 총장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정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며 교육부는 “국립대 고유의 발전모델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기획·추진함으로써 전체 국립대의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국·공립대와 보조를 맞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사진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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