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7-06 19:23 (수)
초점 : 경제학분야 대교협 평가 거부, 무엇이 쟁점인가
초점 : 경제학분야 대교협 평가 거부, 무엇이 쟁점인가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3.06.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수들 "평가 전면 재검토 필요"…대교협 난색 표명

경제학과 교수들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김우식, 이하 대교협)의 학문분야 평가를 거부함에 따라, 올해 대교협 경제학분야 평가 사업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지의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지만, 경제학과 교수들의 평가 거부가 경제학 분야만이 아니라 대교협 평가 자체를 문제 삼고 있어, 향후 대학종합평가, 내년 학문분야 평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경제학과 교수들은 경제학과 교수 대표로 구성된 '경제학분야평가개선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주축으로 대교협에 "추진위와 대교협 간의 협의가 이뤄질 때까지 경제학 분야 평가 사업을 중지할 것"을 요청한 상태. 대교협의 현행 평가시스템 및 평가방식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경제학과 교수들은 평가 작업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아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경제학과 교수들의 요구사항은 간단하다. 2003년 대교협 경제학 분야 평가를 일시 중지하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평가대상학문 분야 선정, 편람 개발 방식, 기준 설정 방식, 평가 자료 수합 방식 등 대교협의 평가 시스템과 평가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자는 것. 그간 진행돼 왔던 방식대로 평가가 진행된다면, 평가에 따른 부작용이 너무나 크다는 주장이다. 대학별로, 학문분야별로 10여년 동안 되풀이돼 온 '평가 후유증'을 경제학 분야에서 또다시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도 크게 작용했다.

□ 대학의 서열화, 고착화된다 = 무엇보다 대교협 평가에 있어 교수들이 가장 우려하는 바는 '대학 서열화' 부분이다. 대학 규모별, 지역별 등으로 상이한 가중치를 둔 다음,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을 구분하지 않는다면, 각 학과의 발전에 자극을 준다기 보다 '평가 그 자체를 위한 평가'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북대, 영남대 등의 대학은 대교협 평가가 학문 분야의 발전에 도움이 될지 의심스럽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16일 '추진위'가 이현청 사무총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획일적 기준에 따른 평가 지양 △상대평가와 총점 합산 결과 발표 중지 등을 요구한 것도 대학 서열화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애초에 순위를 매기기 위한 평가가 아니라면 다양한 기준으로 학과의 우수성과 취약점을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교육 팽개치고 평가에 매달려야 하나 = 대교협 평가에서 또다르게 쟁점이 되는 부분은 교수들에게 부과되는 '과중한 업무 부담'이다. 교수 연구실적에서 졸업생 취업현황, 전공도서목록, 도서구입비에 이르기까지 각종 통계자료를 정리하고, 방대한 증빙자료를 제출하기 위해서는 해당학과 교수들 전원이 적어도 4개월에서 6개월 이상되는 기간을 평가 준비에 매달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경북대, 경성대,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순천향대, 한림대, 홍익대 등 상당수의 대학들이 평가편람에 대한 의견을 '추진위'에 위임하면서도, 대교협에 의한 일차 평가조사, 평가항목 축소 등을 주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단적으로 홍익대 교수들은 "약 1백여개 학과의 수백명의 경제학 전공 교수들이 보고서를 보기 좋게 다듬기 위해 몇 달 동안 매달린다는 것은 지나치게 낭비적"이라고 지적하면서 "대교협이 진행하는 방식의 학문분야 평가는 사회적 편익에 비해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 정성적 평가 가능한가 = 전임교수수나 연구실적 등 객관적 수치에 따른 정량적 평가 외에, 교육목표의 미래지향성·최신 학문분야의 연계성·기자재 활용의 적절성 등을 평가위원들이 '매우 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으로 정성 평가하는 부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에는 4∼5명의 평가위원들이 짧은 기간동안 10여개 학교를 돌며 평가하는 '평가 구조'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 대교협, 평가를 학과 발전의 계기로 삼아라 = 그러나 대교협이 할 말 없는 것은 아니다. 업무 부담이나, 평가로 인한 대학 서열화 구조 등의 문제 등은 '필요악'처럼 존재하는 것이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평가의 긍정적인 기능은 무시하고, 무조건 올해 '평가'를 '중지'시켜야 한다는 교수들의 집단적 반발을 대교협이 받아들여야 하는가"하고 반문했다.

교수들의 업무 부담만 하더라도, 대교협의 평가 방식 자체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평가를 대하는 대학의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없는 자료를 만들다보면, 시간은 시간대로 들고, 업무 부담에 대한 불만은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는 것. 평가 준비에 어려움을 겪으면 겪을수록, 그동안 학과가 기본적인 체계 없이 불완전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얘기다.

대교협은 시스템이 한 번 갖춰지면 합리성과 효율성이 증대되듯이, 자체평가를 진행하면서 그간 미비했던 부분들을 개선하게 되면 교육의 수월성과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대교협 관계자는 "평가가 그간 저조했던 교수확보율을 높이고 기자재 지원을 받게 하는 등 교육여건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된다"라면서 "평가 자체에 대한 우선적인 거부감이나 불신감으로 인해 평가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곤란하다"라는 입장을 내보였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