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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4호 새로 나온 책
934호 새로 나온 책
  • 윤상민
  • 승인 2018.08.2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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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새와 어보 | 성인근 지음 | 현암사 | 304쪽
해외에 불법으로 반출됐던 국새와 어보가 2000년대 들어 환수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국새와 어보, 옥새에 대한 관심은 증가했지만, 서로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대중적 의미 설정이 불명확했다. 그 자체로 왕권의 신성함과 왕실의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체인 국새와 어보에 대해 그간 학계에서는 한국 인장에 대한 분류 방법을 여러 번 제시했지만,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오히려 관점을 모호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예를 전공한 저자는 한국의 인장사를 역사학, 문헌학, 전각학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3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이 책에서 한국의 인장 가운데 오로지 ‘국새와 어보’에 주목해 왕조시대 국가와 왕실에서 국새와 어보가 갖는 의미가 무엇이었는지를 밝히고, 유물의 곳곳에 담긴 상징성을 추적하는 데 집중했다.

 

금융의 모험 | 미히르 데사이 지음 | 김흥식 옮김 | 부키 | 364쪽
과연 금융은 사악하기만 한 것일까? 거기에는 어떤 가르침도 지혜도 없는 것일까? 저자는 좋은 삶을 주제로 삼아 삶의 이야기로 금융을 바라보는데, 금융과 인간성, 금융과 삶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 문학과 철학과 역사, 종교와 과학, 음악과 미술, 영화와 만화, 드라마까지 종횡무진하며 이야기한다. 저자는 책 속에서 『니코마코스 윤리학』으로 리스크 관리를, 성경 속 달란트 우화와 시인 존 밀턴을 통해 가치 창출과 가치 평가를, 「전망 좋은 방」으로 주인-대리인(주주-경영자) 문제를, 식민지 시기 미국 최고 갑부의 몰락과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파산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어떻게 하면 금융에 접근하는 관념들을 누구나 알기 쉽고 수긍할 수 있도록 보여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온 저자는 인문학의 눈으로, 수식이나 그래프 없이 오직 이야기만으로 놀라운 지적 향연을 펼쳐 보인다.

 

모든 씨앗은 숲을 그린다 | 김기철 지음 | 두앤북 | 231쪽
속도, 효율성, 경쟁력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더 인정받고 성공하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했고, ‘위’에서 바라는 결과를 내기에 골몰하며 서로에게 ‘최선’을 요구해온 시대. 저자는 속도와 성과 중심의 경제가 가져온 놀라운 성장 뒤에 버려진 독버섯 같은 사회 문제를 직시하면 ‘악’의 하수인이 된 현대인들을 목도한다고 말한다. 악의 평범성은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공감 능력을 상실한 모습에서 발견된다. 이 책은 남북, 남녀, 이념, 세대, 노사 문제 등으로 끝없는 불안과 갈등 속에서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에게 절실한 ‘사유’가 필요하다고 설득하면서, 성실하게 이기적으로 사는 삶이 아닌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위해 반드시 찾아야 할 가치들, 경쟁하며 피로를 쌓아가는 사회가 아닌 보다 성숙하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순간순간 던져야 할 질문들을 호출한다.

 

베트남 사상사 | 응웬 따이 트 엮고 지음 | 김성범 옮김 | 소명출판 | 510쪽
지금까지 베트남에 대한 연구나 관심은 만 가지로 현상한 그들의 다양성에 대체로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베트남 민족의 저력은 호치민의 ‘以不變 應萬變’이라고 말했듯 불변하는 베트남의 고유한 철학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책은 이 불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베트남 학자들이 스스로 찾아가는 여정이다. 현재 베트남에서 사회주의체제와 시장경제체제를 조화시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도이 머이’ 정책은 여전히 진행중인데, 이 책의 도입부에서는 유럽중심적인 시선으로 베트남 사상을 바라보면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이 되고 말며, 결국 베트남의 민족사상은 가난해지고 민족사상사는 비관적 상황에 빠지고 말 것이라고 경계한다. 즉, 이 책은 베트남의 사상을 바라보는 독자적인 형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기초 위에 저술됐으며, 미국이나 프랑스, 중국이나 일본의 시선을 거치지 않고 직접 우리의 시선으로 베트남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우리 뇌는 왜 늘 삐딱할까? | 하워드 J. 로스 지음 | 박미경 옮김 | 탐나는책 | 384쪽
인간은 누구나 편견과 편향성을 갖고 있고, 이것들은 우리가 일상의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는 방식 뿐 아니라 조직 생활의 거의 모든 측면에 은밀히 스며들어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모든 인간이 지닌 주요한 요소이자 습관 중 하나인 편견과 편향성의 개념과 실체를 날카롭게 파악한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일상의 요소요소에 은밀히 스며들어 우리의 의식과 행동, 삶을 지배하는 편견, 편향성의 복잡다단한 모습과 실태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탐구한다. 와인 판매 실험, 레스토랑 음악 실험, NBA 심판의 공정성 실험, 대학원생 실험실 조교 채용 실험을 통해 저자는 편견과 편향성이 지닌 치명적이기까지 한 부정적인 요소는 물론이고, 삶의 ‘위험 탐지기’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내는 긍정적인 요소 또한 세밀히 짚고 넘어간다. 결국 이 책은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무의식적 편견과 편향성의 실체를 정확히 간파하고, 우리의 결정이 편견과 편향성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돕는다.

 

자연의 비너스 | 피에르 루이 모로 드 모페르튀 지음 | 이충훈 옮김 | 도서출판b |304쪽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낡고도 오랜 문제에 대해 모페르튀가 성취한 선구적인 이론은 19세기의 라마르크, 생틸레르 부자, 찰스다윈의 발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근대 생물학의 토대가 된 이 책은 기독교적인 관점에서의 인간과 과학혁명 관점에서의 인간이라는 갈등 속에서 태어났다. 생명의 발생은 부모 양쪽의 공헌에 따르며, 애초에 완전히 형성된 개체는 존재하지 않고, 부모는 대단히 작은 유기 입자들을 교환함으로써 이들 입자가 나중에 한 개체로 자라날 아이의 여러 부분을 마련해준다고 생각한 것. 모페르튀의 입장은 현대 DNA이론과 유전이론의 기초를 놓았으며, 기형의 문제, 격세유전, 종의 개량은 물론 획득형질의 유전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책에는 모페르튀의 이론에 주목한 디드로의 시론과 이에 대한 모페르튀의 반박글까지 부록으로 실려 18세기 유럽 지성사의 중요한 한 장면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피라미드 코드 | 맹성렬 지음 | 김영사 | 424쪽
바빌론의 공중정원,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 로도스 섬의 청동거상과 함께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기자 대피라미드는 현존하는 이집트 피라미드 중에 가장 크고 정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과학의 냉철한 시선으로 인류의 가장 오래된 미스터리인 기자 대피라미드의 비밀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20여 년 간 인류 문명 기원의 수수께끼에 천착해 온 저자는 천문학, 기하학, 측지학, 건축공학 등 현대 과학의 지식으로 과학과 역사, 신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과학이 아직 입증하지 못한 문명사의 난제를 집요하게 탐색하는데, 문자와 수 체계의 발명, 고도로 정밀한 광학렌즈, 강철보다 단단한 화성암을 가공하는 기술까지 발달했던 이집트 문명의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고도의 문명의 정수가 응축된 결과물이 바로 기자 대피라미드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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