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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 of Africa’ 학설에 부합하지 않는 아시아 구석기 연구의 미래는?
‘out of Africa’ 학설에 부합하지 않는 아시아 구석기 연구의 미래는?
  • 이융조 충북대 명예교수·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
  • 승인 2018.08.2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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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 첫 깃발 세운 수양개 국제학술회의
이스마일 말레이시아 세인스대 부총장이 학술회의의 시작을 알리는 종을 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스마일 말레이시아 세인스대 부총장이 학술회의의 시작을 알리는 종을 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선사문화연구원

‘수양개와 그 이웃들’을 주제로 한 수양개국제학술회의는 충북대 박물관팀이 충주댐 수몰지역조사로 1983~1985년까지 4차에 걸쳐 조사한 단양 수양개 구석기유적(1지구)을 기념해 1996년 처음 개최했다. 이후 22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은 연례회의를 통해 이제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선사고고학 국제회의로 성장했다. 그리고 올해 23회를 맞아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지난달 1일부터 일주일간 개최됐다.

회의의 주목도가 올라간 만큼 학회를 개최하고자 희망하는 기관이 상당수였으나,  2년 전 수양개회의 집행위원회(SISEC)는 말레이시아에서 개최하는 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동남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말레이시아 세인스대학교 세계고고학연구소(소장 M. 사이딘 교수)와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원장 우종윤)이 공동 주최·주관하는 행사로 열리게 됐다.

동남아시아는 현재까지 구석기문화와 인류의 이동에 중요한 전통적인 주류학설인 ‘out of Africa’에 부합하지 않는 자료가 출토되고 있는 지역이다. 더욱이 최근 말레이시아에서의 발견으로부터 놀라운 절대연대가 보고된 터라, 이번 수양개국제회의의 결정은 그곳 유적을 방문하고 실제로 석기를 확인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집행위원들의 뜻이 반영된 것이었다.

좀 더 말하면, 곧선사람(호모 에렉투스)이 아프리카 대륙을 약 100만 년 전에 출발해 유럽과 아시아로 이주했다는 ‘out of Africa’와는 달리 약 20년전부터 드마니시유적(조지아, 180만 년), 우에이디아유적(이스라엘, 120만 년), 상기란유적(인도네시아, 160만 년)의 더 오래된 연대가 주장돼 왔다. 여기에 M. 사이딘 교수가 찾은 유물의 연대가 Fission-track연대 측정방법으로 183만 년 전의 것으로 밝혀져 학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렇게 보면 지난 22회 사할린회의를 통해 홋카이도-사할린-쿠릴 열도와 캄차카 반도를 통한 인류의 이동 경로를 살펴본 것에 이어 고인류의 아시아 진출에 대한 새로운 자료를 직접 볼 수 있도록 시의 적절하게 선택된 개최지였다.

또한 근래 동남아시아에 대한 정치·경제적인 관심이 모아지면서 역사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이전까지 대륙 안쪽(유럽, 아시아, 북미)에서만 진행된 수양개회의를 동남아시아의 중심에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개최함으로써 동남아와 호주의 학자들까지 외연을 확장하고자 하는 복합적 목적으로 이 회의를 개최하게 됐다.

김재호 회장 추모호로 봉헌

단양향토문화연구회 故 김재호 회장(1938~2018.3.20)은 그동안 단양 새마을회를 비롯해 단양문화원과 향토문화연구회의 회장으로 지역에 큰 봉사를 해 왔다. 필자는 완전히 수몰돼 버린 수양개유적에서 새로운 유적(2지구)을 찾아 1995년부터 발굴하면서부터(′95~′97) 김 회장과 두터운 친교를 가졌다. 이후 김 회장은 수양개를 중심으로 한 회의를 제안했고 바로 ‘수양개와 그 이웃들’이라는 제목으로 회의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시작된 1회 수양개 국제회의를 조직·초청한 김 회장은 그 다음해(1997)에는 사재 3천만원을 들여 수양개 국제회의를 조직했다. 뒤이어 단양군(당시 군수 이건표)의 예산 지원을 받아 4회부터 7회, 10회를 개최하는 업적을 세우기도 하였다.

이러한 바탕 위에 발전한 수양개국제회의에 김재호 회장은 11회부터 외국에서 개최될 때마다 참석하였고 학회설립자로서 존경을 받았다. 이러한 공적을 기려 충북대에서 개최된 20-2회(2015) 회의에서 공로패를 받은 것이 그의 마지막 공적인 행사기록이다.

지난 3월 그의 별세에 SISEC 멤버들은 이번 국제회의를 김 회장께 봉헌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여기에 7분의 외국학자들의 조사와 함께 발표논문집의 첫 페이지부터 명기해 그의 공로에 대한 우리들의 충정을 표시했다.

12개 국가에서 온 학자들의 35개 주제발표

지금까지 한국·중국·일본·러시아·미국·폴란드 등의 2회 이상 회의 개최국에서 온 학자들과 체코·말레이시아 학자들, 이번에 새로 참가한 태국·베트남·필리핀·호주 등에서 온 학자들까지 모두 12개 국가에서 참가한 학자들이 모여 주제발표를 했다.

회의를 주최한 사이딘 교수는 개회사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역사가 깊은 수양개 국제회의를 동남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개최하게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하며, 우리 연구소에서 조사·발굴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183만 년 전의 릉공유적과 세계 구석기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수양개와의 비교 고찰은 동남아시아인들을 포함한 전 세계인들에게 큰 관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생각해 이 회의를 개최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총 9개 분과로 진행된 이 회의 중 ‘한국의 수양개와 그 이웃들’(3분과)에서는 수양개에 관해 이경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연구원의 「수양개 왜 중요한가(ⅩⅡ)?-수양개 6지구의 문화층별 석기 구성상의 변화」, 최동혁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연구원의 「수양개 6지구 출토의 돌도끼모양 석기의 예비적 고찰」, 홍혜원 일본 동북대 연구원의 「수양개 6지구 출토의 슴베찌르개에 대한 사용흔적 분석」, 김주용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원의 「한국 단양 수양개 1·3·6지구의 유적 형성 과정」에 대해 모두 4개 논문에 최근 수양개 6지구의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자 했다.
그 가운데 돌도끼모양 석기는 형태상 신석기시대의 돌도끼모양을 하고 있으나 규모가 작고 얇은 독특한 특징을 보이고 있음이 주목되고(최동혁), 슴베찌르개의 분석은 한·일간의 공동연구로 진행되고 있는 연구 결과로 종래 알려진 사냥용의 기능보다 자르고 벗기는 생활용구의 기능을 갖고 있음이 확인돼(홍혜원), 앞으로 슴베찌르개의 기능문제에 중요한 이슈를 던지게 됐다.

김기룡 한양대 연구원과 나까가와 카즈야 일본 교토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은 오송과학산업단지 개발로 발굴된 청주 만수리 유적의 형성과정과 연대에 관해 발표했다. ‘일본의 이웃들’(4분과), ‘릉공의 이웃들’(5분과), ‘중국의 이웃들’(6분과), ‘체코와 러시아의 이웃들’(7분과),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이웃들’(8분과)로 진행된 것은, 수양개회의에서부터 모든 분과의 주제를 선사시대의 이웃들로 연결시키는 구성을 계승한 것이다. 끝으로 수양개회의 발표에 대한 6명의 원로 학자들이 총평과 함께 앞으로의 연구 방향 등을 제시했다(9분과). 특히 말레이시아 학자들이 중심으로 발표한 회의 주제인 수양개와 비교되는 릉공지역의 문화에 대한 5개의 발표와 수양개유적에 관한 4개의 주제발표는 국제회의의 중심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183만 년 전 구석기유적 답사

이번 국제회의 주제인 ‘수양개와 릉공: 선사시대의 적응’이라는 제목처럼 답사의 하이라이트는 릉공에 있는 ‘부킷 부누 유산(Bukit Bunuh Heritage, BBH 2007)’이 소재한 유적(183만 년 전)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응구옌 비에트 베트남 동남아시아선사문화연구소장(앞 줄 검은색 티셔츠)이 183만 년 전의 유물을 찾았다.  사진제공=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응구옌 비에트 베트남 동남아시아선사문화연구소장(앞 줄 검은색 티셔츠)이 183만 년 전의 유물을 찾았다. 사진제공=한국선사문화연구원

사이딘 교수의 안내 설명에 이어 국제회의 참가자들에게 유물을 찾을 것을 권해 모든 참가자들이 지표에서 석기를 직접 발견했다. 특히 베트남 동남아시아선사문화연구소장인 응구옌 비에트 박사는 수바이트(suevite)에 박혀 있는 석기를 찾아내기도 했다. suevite는 독일 지질학자 에버하르트 프라스 박사가 명명한 것으로 처음 발견된 노르웨이 리에스의 분화구의 지명을 따라 Swabian rock 이라는 뜻으로 이름 붙여졌다. 이 광석은 큰 규모의 운석충돌에 의해 발생한 고온과 고압에 의해 녹아내린 매질에 의해 기존의 암석 결정을 혼합하고 있는 특징을 지닌다. 말레이시아의 부킷 부누 유적에서 발견된 suevite 역시 운석충돌 당시 용융된 물질이 각종 암석 결정을 함유한 채 형성된 모습이 발견된다. 그 가운데 주먹도끼(hand-axe)와 같은 석기들이 암석덩어리에 박힌 채 발견돼 크게 주목된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 부킷 부누 유적은 183만년 전부터 4만년까지 여러 연대를 담고 있는 구석기 유적으로 보고됐다. 릉공계곡은 이렇듯 세계에서 가장 긴 인류 점유의 역사를 담고 있는 유적으로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가 인정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23회 수양개 국제학술회의의 성과

사이딘 교수는 고고연구소장으로서 2백 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 인류문화의 구석기 생활상을 연구하는 귀중한 고고학적 유적과 문화유산을 찾아 2개의 세계문화유산을 등재시킨 저력을 발휘해 동남아시아 고고학의 리더로 인정받아 왔다. 이를 적극 지원하는 말레이시아의 중앙과 지방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참가한 학자들로부터 찬사와 부러움을 받았다.

동남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된 이 회의에 태국·베트남·필리핀·호주 등지의 학자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한 가운데 특히 베트남의 응구엔 비에트 박사는 “수양개회의를 빠른 시일 내에 초청·개최를 공식 요청”을 해 추후 베트남에서의 회의 또한 기대됐다. 무엇보다 이번 회의를 통하여 얻은 중요한 성과는 수양개 가족(Suyanggae Family)을 중심으로 해 새로운 연구저널을 발족한 것이다. <Prehistory International>(PI)로 그 이름을 정하고 책임편집장으로 마이클 조킴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를 선임·발표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수양개회의의 모임이 학문적으로 더욱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해 10월에는 중국과학원 고척추동물여고인류연구소(CAS IVVP)와 함께 북경인발굴 90주년 기념 국제회의에서 24회 수양개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확장된 외연만큼 내실이 깊은 학회로서 세계의 선사고고학에 기여하는 모임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번 23회 수양개 국제회의가 끝나고 귀국한 바로 다음 날 <Nature>에 주자 오유와 R.덴넬 교수팀의 논문이 실렸다. 중국 상시성 란톈지역에서 찾은 석기와 지층의 연대를 212만 년 전으로 밝혀, 사이딘 교수의 BBH 유적의 183만 년 전 주장과도 잘 어우러진다. 아시아 구석기 연구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무척 흥미로운 시절이다.

 

이융조 충북대 명예교수·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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