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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교사, 유쾌하고 달달한 과학 유튜버가 된 사연
전직 교사, 유쾌하고 달달한 과학 유튜버가 된 사연
  •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 승인 2018.08.27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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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채널 ‘과학쿠키’ 이효종 씨

‘콘텐츠+이야기+그래픽+동영상’이 어우러진 유튜브의 과학채널이 인기다. 과학을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바로 ‘과학쿠키(Science Cookie)’다. 이 채널엔 현재 구독자가 8만4천601명이다. 과학쿠키는 단순히 과학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직접 실험을 해보고 구독자들과 소통하며 다른 채널(혹은 기관)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이 모든 묘미의 중심엔 궁금증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15일, 과학쿠키 운영자인 이효종 씨를 인터뷰했다.  

한 영화사와 협업으로 완성한 「앤트맨과 와스프 200% 이해하기!-앤트맨 속 양자역학」은 조회 수가 18만3천54회이며, ‘좋아요’가 4천회를 넘었다. 과학콘텐츠로서 이 정도 조회 수는 거의 히트다. 과학쿠키 운영자인 이효종 씨는 영화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양자역학에 대해 알기 쉬운 설명을 곁들였다. 

다음은 영상 속 양자역학 설명을 요약한 것이다. 예를 들어 원자가 야구장만하다고 가정하면, 야구장 속의 야구공의 크기가 원자핵의 크기이고, 야구장 밖 멀리 떨어진 공간에서 날아다니는 먼지가 전자의 크기 정도다. 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는 대부분 텅텅 비어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이 원자 속 빈 공간을 임의로 늘였다 줄였다 하면 어떨까 상상한 게 바로 핌 입자이다. 아직은 상상 속에 존재하지만 핌 입자는 영화 「앤트맨」에서 크기 변화의 본질이다. 양자 역학에 따르면, 원자 속 무수히 많은 빈 공간 중 특정 영역에서만 띄엄띄엄 입자가 존재 가능하다.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의 주요 개념인 양자 얽힘에 대한 노트 필기. 동영상을 보면, 어려운 과학 개념이 친절하고 쉽게 다가온다. 

우선 ‘과학쿠키’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또한 과학교육을 전공했는지도 말이다. 이효종 씨는 “과학교육, 그 중에서도 물리교육을 주 전공으로, 공통과학교육을 복수전공으로 이수한 과학 전공자”라며 “전직 교사이기도 하다”라고 답했다. 특히 그는 “과학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리고 많은 과학 공부를 이미 경험했던 성인들은 어렵고 따분한, 별로 필요 없는 지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물리학은 더더욱 그렇다”며 “과학쿠키 채널은 그러한 과학의 이미지를 ‘마치 간식을 즐기는 것처럼 즐겁고 유쾌하게, 때로는 달달함에서 우러나는 깊은 감동의 이미지를 전달해주자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게 된 채널”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과학을 유쾌하고 달달하게

‘과학쿠키’ 채널은 현재 이효종 씨 혼자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쿠키’ 동영상들은 정말 재밌고 쉽다. 그는 “협업(콜라보레이션)의 경우, 제 채널이 가지는 속성과 일치하거나 부합할 경우라면 크게 가리지 않고 진행한다”면서 “처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하던 단계에서는, 상상하는 대로 영상 구현을 해 내기가 기술적으로 어려웠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효종 씨는 “지금은 나름대로 상상하고자 하는 형태의 프레젠테이션은 구현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을 갖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과학쿠키’에서 가장 눈에 띄고, 학습적 효과가 좋은 것은 아무래도 운영자인 이효종 씨가 과학 개념들을 직접 노트 필기하는 장면일 것이다. 어떻게 그리고 쓰는 것일까? 이효종 씨는 “영상의 큰 얼개인 스크립트를 짤 때 아주 간단한 그림 콘티를 그려놓는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그림 작업을 시작할 때, 보고 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학쿠키’ 운영 초반에는 즉석에서 노트 작성을 했는데, 빠지거나 이상하게 되는 부분이 있어서 어느 정도 콘티는 짜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더욱 궁금한 것은 방대한 과학지식, 특히 과학사적 설명들이 곁들여지는 점이다. 이효종 씨는 “과학 전공지식은 보통 역사 순으로 배우게 된다. 대학 4년 동안 배운 지식을 큰 뼈대로 삼아, 각종 인문학 도서와 전공 관련 명사들의 서적을 최대한 많이 읽고 참고해, 전공 지식으로 탄탄하게 세운 뼈대에 맛 좋고 소화하기 쉬운 살을 붙인다”면서 “이 살코기를 맥락을 통해 소개하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고 운영 노하우를 알려줬다. 이로써 그는 “지식의 차원에서 좀 더 학구적인 욕심이 생기게 된 건 사실이다”고 고백했다. 

양질의 대학 콘텐츠, 어떻게 프레젠테이션 할 것인가

대학의 과학교육 혹은 과학문화 활동은 사실 어려운 개념 등 때문에 대중들과 소통이 쉽지 않다.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대학은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이에 대해 이효종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미 내 채널의 컨텐츠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존의 지식을 어떻게 잘 포장해서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제시할 수 있을까에 관한 고민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결국 내 전공지식을 잘 정돈해서 전달하는 역할을 할 뿐이니까. 내 스스로가 독자적으로 만들어 낸 건 0.1%도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이미 대학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강의의 질은 아주 우수하고, 감동적인 요소가 많이 함유돼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쿠키’ 채널 이효종 씨의 설명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왜 일까? 그 노하우에 대해 인터뷰에서 설명해줬다. 사진출처=‘과학쿠키’ 유튜브 채널 캡처. 

아울러, ‘과학쿠키’ 운영자인 이효종 씨는 “다만, 양질의 대학 과학 콘텐츠가 어떻게 프레젠테이션 되는가에 관한 소통의 노력을 하는 사람이 사회 전반에 걸쳐서 그리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면서 “나와 같은 방향과 취지의 커뮤니케이터가 더욱 늘어나고, 인문학 속으로 대중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구심점의 역할을 더욱 많은 방면으로 시도할 수 있다면, 이미 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만간 새로운 기획의 재밌고 맛있는 과학 동영상이 업로드 될 것이다. 궁금하고 좀 더 쉽고 친근한 과학 콘텐츠를 원한다면, 바로 유튜브에서 ‘과학쿠키’를 검색해보시라.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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