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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한 바이러스의 세계화 시대 … 개인·사회·국가의 대응 전략은?
도래한 바이러스의 세계화 시대 … 개인·사회·국가의 대응 전략은?
  • 우준희 울산대 의과대 교수
  • 승인 2018.08.27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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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연단, ‘근대의 사회적 근거’_ 「위생과 질병 관리」
우준희 울산대 의과대 교수. 사진 제공=네이버문화재단
우준희 울산대 의과대 교수. 사진 제공=네이버문화재단

인공지능은 우리의 미래 질병을 예측 가능한가? 1976년 이래 우리나라 사람들은 20여 년 동안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아서 의사들 대부분이 이 병을 전혀 보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사회·경제적 향상에 따라 불과 30~40년 전에 우리나라의 환자 중 상당수를 차지하던 장티푸스, 옴도 젊은 의사들은 경험이 없어 만일 환자가 생긴다면 임상 회의를 하고 서로 경험을 나누는 일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권고를 내놓고 있다. △감염성 질병과 역학 분야의 새로운 전문가들을 양성해야 한다 △새로운 질병, 약품 내성, 병원 감염에 대한 국제적인 감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유행병과 싸우기 위한 백신과 약품의 생산력 및 그것들을 저장하고 분배할 시설과 기구를 늘려야 한다 △국가적, 국제적으로 더욱 개선된 질병 감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은 수천 개의 도시와 마을 및 각국의 질병 보고 체계를 표준화하는 것을 포함한다.

강 건너 불처럼 보이는 최악의 감역성 질환

전문가들의 이런 권고를 수행하는 데에는 우리나라 예산의 1%도 들지 않을 것이며, 단지 이 예산만으로도 매우 큰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어떤 특정한 질병의 출현에 대해서는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관심을 나타내는 반면 감염병의 在來와 같이 규모가 훨씬 큰 문제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세계적인 최악의 감염성 질환 이야기가 우리의 현실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강 건너 불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말라리아, 주혈흡충, 수면병, 나병은 해마다 수백만 명을 불구로 만들거나 목숨을 앗아간다. 결핵과 인플루엔자와 설사병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가난한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 완전히 또는 거의 국한돼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은, 우리 시대에는 이동성과 고속 운송 수단 및 무역 때문에 어떤 질병도 나머지 세계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해마다 세계의 어디에서든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최근에는 장티푸스, 발진티푸스, 황열병, 말라리아, 이질, 콜레라, 간염, 폐렴 등을 비롯한 오래되거나 새로운 질환들이 발생한 곳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에티오피아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들만이 아니다.

감염성 질병은 세계의 주요 사망 원인이다. 우리는 아마 더욱 많은 인수공통감염병, 더 많은 돌연변이와 약물 내성 세균, 새로운 미생물 동물 숙주, 더 큰 환경 파괴와 인구 폭발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낙관적인 면도 많다. 뛰어난 상호 적응 능력이 없었다면 미생물과 우리는 오늘날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와 그들은 과거에도 격변하는 변화 속에서 살아남았다.

우리는 새로운 질병들이 다가옴을 보았다. 또 우리는 그것들이 덜 치명적으로 되거나 사라지는 것도 보았다. 변화의 속도는 이전보다 더욱 빠르다. 그런 것에 대응하는 우리의 도구도 더 좋아졌다. 우리는 많은 질병을 치료하거나 통제할 수 있고, 세균과 유전자와 면역에 대해 무서운 속도로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교외로 도피하거나 미개척지로 도주한다고 해도 질병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보호벽으로 둘러싸인 마법의 도시는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의 가장 무서운 약점은 우리 자신의 이익에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무지와 탐욕과 좁은 시야는 우리가 갖고 있는 유용한 도구들의 사용을 가로막는다. 그럼에도 아마 전 지구적인 질병에 대한 전망은 우리 자신을 더 나은 보호의 길로 이끌 것이다. 또는 감염성 질병들을 다루는 데 있어, 우리가 오염과 환경 파괴 및 해로운 행동을 줄이려는 최근의 노력과 같은 바람직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1999년 아프리카 콩고에서 발병해 순식간에 2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에볼라 바이러스가 독성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면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에볼라 바이러스는 독성이 강한 만큼 번성에는 실패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워낙 빠른 기간, 즉 10일이내에 숙주인 인체를 사망하게 하므로 자기 자신도 폭넓게 전파되지 못하여 인류에게는 아주 다행인 사례라 하겠다.

산림의 개간 등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밀림에 숨어 있던 바이러스들이 인간과 접촉할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에-예를 들면 아프리카 원숭이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던 에이즈가 인간에게 치명적인 면역결핍증을 가져온 것 등-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바이러스 질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사스처럼 인간이 겪어보지 못한 바이러스의 출현이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인구의 밀집과 비행기 등 교통의 발달, 지구 환경 변화로 ‘바이러스의 세계화 시대’가 열렸다는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에 2003년 2월 26일 처음 보고된 사스도 한 달 반 만에 북미 지역으로 이동하며 세력을 확장하였다. 게다가 새로운 기술개발은 미생물에게 새로운 서식지를 만들어줄 수 있다. 그 예로 수혈, 장기 이식 등 의료 기술이 에이즈, 말라리아, 간염 등을 전파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백신은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이 또한 바이러스의 특징에서 기인한다. 바이러스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장 필수적인 조건, 즉 DNA와 단백질만 갖고 있기 때문에 공격할 포인트가 적다. 또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치료제를 만들면 인체에도 많은 손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사람들은 질병에 감염되지 않기 위하여 바이러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사실 바이러스들이 인류를 전멸시키기 위해 변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때에 의학자들은 새롭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 질환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나가야 하는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지니는 성스러운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그 예로 에이즈는 발견된 지 3년 만에 원인균인 ‘HIV 바이러스’를 찾아냈으며 전파 경로, 진단법까지 알아냈다. 아직 특효약은 없지만, 에이즈에 걸렸을 때 생명을 5년 이상 연장할 수 있는 치료법이 개발됐다. 또 천연두 바이러스는 인류가 퇴치한 유일무이한 바이러스이며-우리 역사에서 지석영이 도입한 종두도 이러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소아마비 바이러스도 거의 박멸 상태에 놓여 있다. 이는 인공지능이 없이도 이룩한 우리 선배들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건강권과 인권 사이

새로이 등장하는 바이러스 질환의 예방법으로 환자를 건강한 사람에게서 10일 정도 격리할 수 있는데, 요즘과 같이 바쁘게 맞물려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는 국가의 강제력으로 격리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격리당하는 사람의 인권이 문제시될 수 있지만, 대다수 국민의 건강권도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견뎌내는 것이 의학적인 면에서는 필요하다. 나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가 정책이 국민 대다수를 위하는 일이라면 협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며, 선진국에서도 이러한 행정적 조치는 수긍하고 이해하며 협조하고 있다.

새로운 질병 특히 전염성이 높은 질환이 발생되었을 때 개인과 사회는 어떠한 대응을 할 것인가. 그리고 국가는 국민을 위하여 어떠한 대비책을 지니고 있고, 국민에게 어떻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가. 이제 우리 사회도 사스, 메르스를 통해서 그 계기가 마련돼 있다고 하겠다.

 

우준희 울산대 의과대 교수
서울대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순천향대 의대 교수를 거쳐 현재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로 있다.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실장을 지냈다. 저서로 『폐렴의 이해』가 있으며, 『항생제의 길잡이』 등을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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