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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한 대입제도 개편인가
무엇을 위한 대입제도 개편인가
  • 이종엽 전문대교무입학처장협의회장/대전과학기술대·경찰경호과
  • 승인 2018.08.2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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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전문대를 생각한다

올해 들어서면서 대학과 장래의 대입수험생 및 학부모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던 2022 대입제도 개편의 결론이 발표됐다. 예상했던 대로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수차례의 공청회와 공론화과정을 거치는 과정 속에서, 되도록 많은 국민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고 의견 수렴을 표결에 부치는 것과 같은 방안으로 귀결됐다. 

‘교육의 백년대계’라는 가치를 뒤로 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정치논리에 의해 교육의 본래적 가치가 훼손되지는 않고 있나 하는 우려가 생기는 대목이다. 장기적이고 거시적 시각에서, 교육은 한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고 국민 개개인의 일생을 좌우한다고 보면, 교육은 그때그때의 시류나 몇몇의 목소리 높은 사람들, 심지어 다수결의 논리에 의해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교육은 개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이나 입장만을 반영하는 정치논리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교육의 출발점이라 생각하는 대입제도 개편 역시 국민들의 분열된 여론의 표출과 이의 수렴과정을 통해 결정하기 보다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시각에서, 책임 있는 관계부처 및 전문가집단에서 공익적 입장에서 결정·집행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공연스레 교육부-국가교육회의-대입제도개편 특별위원회-공론화위원회로 공이 넘어가는 과정 속에서 많은 국민들과 관계자들은 혼란과 불만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제 수개월간의 논쟁을 거쳐 ‘현행유지’와 같은 수준의 결과를 접하면서, 그간 수많은 관계자들과 국민들이, 많은 시간을 쪼개가면서, 다양한 지역과 공청회장소에서, 엄청난 비용을 들여, 때로는 심한 말싸움과 논쟁을 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현 시점에서 눈을 돌려, “과연 이 대입제도 개편이 과연 무엇을 위하고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이제까지의 대입제도 개편 과정의 기저에, 좋은 일류대학을 들어가야 성공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와 고착화된 학벌중심의 사회풍조, 내 자식의 성공을 위해서는 내 자식에게만 유리한 대입제도 요구, 자질과 적성보다는 성적일변도의 입시제도, 아이에게 적합한 전공이나 학과보다는 일류대학 명칭이 우선시되는 구습적 인식, 대학에 대해 진정으로 원하는 아이의 교육수요보다는 학교 이름이 더 중요한 부모 및 사회의 그릇된 인식 등이 혼재돼, 급격하게 변화하는 전 세계적인 추세를 수용하지 못하고 과거 답습적 인식 시스템 테두리 안에서 헤매고 있는 결과라고 본다. 

굳이 새삼스레 4차 산업혁명시대, 학생 수의 급감, 이미 수년에 걸친 수십만명의 청년실업, 학생들의 대학진학에 대한 관점 변화 등과 같은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대해 논하지 않더라도, 현재와 같이 대입제도 개편에 대해 엄청난 양의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의 매몰은 잘못됐다.

수시·정시 통합이니 수능위주의 전형비율 정도,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과목, 정시 확대 등의 논의는 대학교육의 출발점일 뿐, 정작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성적 1점이라도 높은 학생을 어떻게 해서 선발할 것로 그쳐서는 안 된다. 다양한 특장점을 가진 학생들을 어떻게 구별·선발해 적확한 전공과 능력을 갖춘 전문가로 육성할 것인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고등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전문대 역시 마찬가지다.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할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판단하고, 이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기 위한 전공과 능력을 갖출 수 있게 교육하기 위해 다양하고도 적합한 선발 시기와 선발 방식을 독자적으로 발굴·시행해야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전문대의 입시는 입시일정이나 입시제도를 굳이 일반대와 맞추려고 할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 능력을 발휘해 사회에 유능한 인재로 육성하기에 적합한 선발시기와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종엽 전문대교무입학처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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