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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용 판·검사들의 전성시대에 ‘사법부 독립’ 외친 150인의 판사들
어용 판·검사들의 전성시대에 ‘사법부 독립’ 외친 150인의 판사들
  • 양도웅
  • 승인 2018.08.20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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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년 전 사법부 독립 위해 저항했던 ‘사법파동’ 사료 공개
- 고 최영도 변호사 유족, '사법권 독립선언서' 등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기증
고 최영도 변호사. 사진 제공=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지선, 이하 사업회)는 ‘1세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 지난 6월 9일 별세한 고 최영도 변호사의 유족으로부터 고인이 우리나라 사법 독립과 인권 변론을 위해 활동했던 기록들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기증사료 중 특히 눈에 띠는 것은 1971년 여름의 ‘제1차 사법파동’ 사건 당시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재직 중이던 최 변호사가 직접 작성하여 민복기 당시 대법원장에게 제출했던 건의문이다. 사법파동 사건은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 소장 판사들이 사법권의 독립과 개혁을 요구하며 벌였던 집단행동을 말한다. 당시 판사 정원 450명 중 3분의 1인 150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1차 사법파동 당시 최 변호사가 작성했던 건의문은 후에 <사법권 독립선언서>라 불리게 됐다.

이번에 사업회가 기증받은 건의문은 1971년 7월 28일 작성해 30일 민복기 대법원장에게 제출하기 직전, 고인이 직접 한 부 복사해서 47년간 보관해온 친필 문서다. 이 건의문 문서 옆에는 최 변호사가 직접 작성한 메모지가 붙어 있다. “이 문서로 인해 1973. 3. 23. 유신헌법에 의한 법관 재임명에서 탈락, 해직판사가 되었다. 내 인생의 운명을 확 갈라버린 종이 두 쪽이다.” 이 메모에서 사법파동에 대한 고인의 소회를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최 변호사는 사법 독립 건의문 작성 건 때문에 판사임용에서 탈락했고, 그 이후 인권변호사의 길로 들어섰다. 

사업회는 사법파동 당시 제출했던 판사 사직서 사본, 동료판사들과 함께 민복기 대법원장을 면담했던 사진 등 사법파동과 관련한 생생한 사료들을 함께 기증받았다. 이밖에도 최 변호사가 인권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시국사건에 연루돼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백태웅 현 하와이대 교수와 주고받은 편지, 언론사 기고문, 언론사 기자로부터 직접 받은 사진, 저술한 책자 등 사료상자 2개 분량을 기증받았다. 

고 최영도 변호사 건의문. 사진 제공=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고 최영도 변호사 건의문. 사진 제공=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고인의 둘째 아들 최윤상 변호사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관은 고인의 뜻이 반영된 유품이 잘 보존될 수 있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기증 사유를 밝혔다. 남규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47년 전 사법부 독립을 위해 저항했던 고 최영도 변호사의 이른바 ‘사법권 독립선언서’ 육필 문서가 세상에 나오게 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이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지만, 고 최영도 변호사님처럼 사법권 수호와 인권변호를 위해 한평생을 바친 숭고한 희생을 하신 법조인들도 많다. 그 뜻이 담긴 사료를 잘 보존하고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 최영도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 겸 인권위원장(1992~1995), 한국인권단체협의회 상임공동대표(199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1996~2000),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부이사장(2001), 참여연대 공동대표(2002~2004),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2004)을 지냈으며, 국민훈장 모란장(2001), 봉래상(봉래부완혁 출판문화재단, 2003), 명덕상(서울지방변호사회, 2018)을 수상했다.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사료 기증 문의는 오픈아카이브(http://archives.kdemo.or.kr/inquiry/donate) 또는 전화(02-3709-7544)를 통해 할 수 있다.

사법파동 때, 대법원장 면담하는 판사들. 사진 제공=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법파동 때, 대법원장 면담하는 판사들. 사진 제공=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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