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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책의 수출 길 여는 민간 노력 지원해야
한국 책의 수출 길 여는 민간 노력 지원해야
  •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 승인 2018.08.20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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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한국 출판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학습지, 학습참고서, 문제집 같은 교육출판이 전체 출판시장의 3분의 2가 넘고, 나머지 단행본 시장은 나날이 축소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나마 팔리는 책이라고는 실용서와 번역서다. 출판산업을 떠받쳤던 교육출판 분야도 급속한 학령인구 감소, 보습학원들의 출판사-서점 직영을 통한 자체 재생산 확대, 예견되는 교육제도 변화 등으로 인해 앞날이 불투명하다. 국내 출판시장의 불황을 보전해줄 글로벌·디지털 수익도 주요국이나 타 업계에 비해 부실하다. 

출판 선진국들의 경우 해외 시장이나 디지털 출판이 종이책 출판에서의 침체를 어느 정도 보완한다. 영국은 종이책 출판시장의 약 40%가 해외 수출에서 나오고, 덤으로 저작권 수출은 ‘집계되지 않는 엄청난 보너스’다. 독일과 프랑스도 영국만큼은 아니지만 종이책 수출과 저작권 수출이 만만치 않다. 또한 출판산업에서 디지털 출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이 30% 이상, 일본이 15%에 이를 만큼 높은 편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어린이 학습만화 등 아동서의 저작권 수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실용서 분야까지 포함한 출판 저작권을 주로 아시아권 국가들에 판매한다. 비영어권 출신자를 위한 영어 교육(English Language Teaching) 교재 수출도 있다. 그렇지만 전체 출판 저작권 수출액은 미미한 수준이다. 디지털 출판도 신통치 않다. 디지털 출판이 성장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전체 출판시장에서의 점유율이 두 자릿수에 근접하려면 아직 멀었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출판 저작권 수출 활성화를 위해 ‘찾아가는 도서전’을 해외 각지에서 개최하는 등 각종 정책 지원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정책 실효성을 어떻게 높일까 하는 문제다. 법·제도 혁신을 제외한 인위적인 지원정책들은 그 성과가 대부분 더디고 가시성도 낮다. 특히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책의 확장성을 키워가려면 국제도서전 같은 단발성 행사 못지않게, 해외 실정에 맞는 전략적이고도 지속적인 맞춤형 사업 실행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든든한 현지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그런데 최근 확인된 사실로 보면, 정부 산하 기관들의 인식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다. 한국 문학과 한국 책의 일본 내 확산을 위해 장시간 노력하며 박경리의 『토지』 전집을 간행중이기도 한 출판사 쿠온의 김승복 대표는 민간 외교관이라 해도 좋을 만한 위상을 쌓았다. 그의 활동을 상징하는 ‘K-북 진흥회’ 멤버들의 맨 앞에는 다테노 아키라 선생도 있다. 번역가로서 한국 책과 출판 정보를 50년 가까이 일본에 소개하는 데 앞장선 80대의 현역이다. 2001년에는 한국 출판문화를 해외에 소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외국인 최초로 문화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이들의 활동에 힘입어 한국을 사랑하는 ‘애한파’ 출판인, 번역가, 독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

‘K-북 진흥회’는 여러 해에 걸친 활동을 업그레이드한 사업 계획을 만들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등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뚜렷한 답을 듣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다. 이들은 2011년부터 종이책으로 발행해온 <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 책 50선>을 웹사이트에서 매달 5종씩 소개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해 책 정보 소개의 확장과 지속성을 담보하고자 한다고 했다. 또한 서점과 일반 독자들의 요구에 따른 한국 책 가이드북 소책자의 발행 횟수 확대(기존 연1회에서 4회로), 작가와 편집자 인터뷰를 통한 한국 책의 깊이 있는 소개와 웹사이트 활성화, 지역 독서 모임 활성화, 일본 내 주요 책 축제에서 부스 및 프로그램 운영을 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렇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지원 신청한 예산은 수천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진흥원은 김승복 대표가 국내 사업자나 단체가 아니고 예산 편성 시기도 아니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제문화교류 전담 기관인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는 일본의 10~20대에게 한국 문학을 알리기 위한 오디오북 제작 보급 지원을 요청했으나, 마찬가지로 묵묵부답 상태다.

<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 책 50선>은 한국 책의 개요를 일본어로 소개한 책자로 지금까지 280종을 소개해 약 60종이 일본 출판사와 계약하는 적중률을 보였고, 다양한 한국 출판 정보를 소개해 성과가 높았다. 기존에 어떤 글로벌 출판 지원 정책에서도 거두지 못 했던 성과다. 소설가와 번역가 등 일본 내 유력 인사들이 한국 책에 대해 소개함으로써 주목도를 높인 점이 주효했다. 출판인들을 대상으로 했던 이 소책자를 일반 독자로 확대하고자 하는 시도는 중요하다.  

매년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 문학 책은 1천200종 정도지만(대한출판문화협회 납본통계 기준 2016년 1천199종), 일본에서 번역 출간되는 한국 문학은 고작 수십 종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문학의 일본 번역 출판을 활성화시키고 비문학 도서에 대한 관심을 확장시키는 데 기여하는 현지 관계자들의 순수한 노력을 지원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해외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출판정책, 문화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

 

백원근 서평위원/책과사회연구소 대표·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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