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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제도만이 교육문제의 전부인가
대입제도만이 교육문제의 전부인가
  • 이강재 서울대·중문학
  • 승인 2018.08.2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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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입제도 개편안 발표에 부쳐

지난 금요일 2022년 대입제도 개편안이 발표됐다. 학생중심, 공정, 단순이라는 세 가지 기본 원칙에 근거해 대입 전반에 대한 개편안과 고교교육 정상화 방안이 교육부총리의 입을 통해 발표된 것이다. 이미 8월 3일 시민참여단 공론화 결과의 발표와 이어진 7일의 국가교육회의 권고안이 알려졌기 때문에 이번 발표의 내용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다. 정시의 수능위주전형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권고한다거나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는 대학 자율로 한다는 것, 그리고 현행과 마찬가지로 영어와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에 대해서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등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이 발표되기 전부터 그간의 과정에 대한 부정적 언급이 적지 않았고 시민참여단의 공론화가 타당한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아마 앞으로도 이번 개편안 내용 자체에 대해 수많은 논란이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수험생이 50여만명이라 해도 가족 친지와 관련 종사자를 포함할 경우 수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논란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고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개편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여러 논란을 보면서 여러 가지로 아쉬운 마음을 갖게 된다. 

그것은 수백만 명이 관련된 사안에 대해 교육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우리나라 교육 문제가 대입제도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면에 대한 우려이다. 지금 우리에게 입시제도보다 더 중요하게 논의돼야 할 교육문제가 있을 것인데도 그러한 문제는 크게 중시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불만이다. 가령, 1960년대에 만들어진 국민교육헌장에서 밝힌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한 역사적 사명”으로서의 교육이 아직도 유효한 것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이제 우리는 어떤 시대적 사명에 입각한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논의도 여기에 속한다.

산업화만이 가장 중요한 교육의 목적이었던 시대를 넘어섰다면 이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시민교육헌장이 나와야 할 때이다. 이는 입시제도보다 관심을 갖는 사람이 적을지라도 국가의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것이기에 입시제도 개편보다 훨씬 더 본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처럼 교육의 목표와 방향에 대한 논의를 거친 이후에야 입시제도가 어디로 가야할 지에 대한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입시제도는 각자가 사는 지역, 자녀의 성적이나 학교, 그리고 각자 처한 환경이나 직업 등에 따라서 절대 같아질 수 없는 의견 차이를 보일 것이며 그에 따라 어떤 결론도 마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수많은 반대에 부딪치고 또한 끊임없는 논란에서 벗어날 길이 없을 것이다.

또한 지금의 대학은 과연 미래에도 여전히 존재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입시제도라는 것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제도라고 한다면 어떤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진정 미래의 경쟁력을 갖고 살아갈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 그럼에도 전통적으로 우수한 대학이라고 부르는 몇몇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이 최선인 양 모든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나 역시 대학에서 교육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대학은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 여전히 알 수 없는 곤혹스러운 상태에 있다. 

이처럼 대입제도만이 교육의 문제인 것처럼 보이는 현재의 교육계는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모습이다. 이 때문에 기왕 대입제도의 개편안이 나왔고 여러 가지 반대 의견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도 해도 이제 ‘입시 넘어 교육’을 논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교육 문제는 교육 그 자체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논의가 이뤄져야하는 분야이다. 즉, 교육은 국내외 사회 전반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국가 전체의 장기적인 발전과 올바른 세계 시민을 양성하려는 것 등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이유도 단순히 교육이라는 한 분야만을 다루는 장관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와 함께 교육 문제를 다루는 자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에 대한 논의는 ‘교육 넘어 교육’을 다루는 것이어야 하며 그것이 궁극적으로 교육으로 수렴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제 ‘입시 넘어 교육’, ‘교육 넘어 교육’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이강재 서울대·중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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