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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어찌개’식 대입제도…교육부의 문제적 兩是論
‘섞어찌개’식 대입제도…교육부의 문제적 兩是論
  • 이해나
  • 승인 2018.08.17 2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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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 발표

수능 선발 30% 이상 확대, 기하·과학Ⅱ 수능 포함
"여론에 기댄 탓 이도 저도 아닌 개편"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의 윤곽이 드러났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수능 위주 전형의 비율은 3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권고됐다. 과학기술계와 진보 성향 교육 단체 사이 설전을 불러일으켰던 기하와 과학Ⅱ는 수능 선택과목에 포함됐다. 절대평가는 제2외국어와 한문으로만 확장됐고, 국어, 수학, 탐구 과목은 현행 상대평가를 유지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광주 사립고의 내신 시험지 유출 건이나 서울 강남의 사립고 교직원 자녀가 성적이 급상승한 의혹 등 제도 근간이 되는 학생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바 있다. 이에 교육부는 △정규교육과정 중심으로 학생부 기재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기준과 선발 결과 공개 확대 △블라인드 면접 도입 등을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17일 오전 10시 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이하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절대평가 전환을 골자로 한 2022학년도 수능 개편안이 반발에 부딪혀 유예된 지 1년 만이다.

사진 출처=교육부
사진 출처=교육부

개편안을 들여다보면 대입제도를 두고 팽팽히 맞서는 의견들의 임시 봉합이나 다름없다. 남송우 부경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대입제도 개편을 두고 여론에 기댔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안만 따르기 어렵게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입 정책은 예측 가능한 개선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장호성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단국대 총장)처럼 교육부의 ‘안정지향적’ 개편안에 동의하는 의견도 있다. 

2019학년도 수능에서 25.1%, 2020학년도 수능에서 27.5%로 정해진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은 2022학년도 수능에서 30% 이상으로 소폭 상승했다. 공론화 과정에서 1안(수능 위주 전형 45% 이상 확대)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던 것과는 대비된다. 교육부는 “1안과 2안(대학 자율) 사이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고, 시민참여단 응답자의 누적통계 기준 68.5%가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의 적정 수준으로 ‘30% 이상’을 선택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기하와 과학Ⅱ가 수능에 포함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선택 과목이라는 점을 강조해 진보 교육 단체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이었던 절대평가 방식은 ‘과목 쏠림 현상’을 근거로 비주요과목인 제2외국어와 한문으로만 확장됐다. 내신 성적 조작이나 시험지 유출 문제는 △평가 관리 일원화 △학교 내 별도 평가관리실 설치 △모든 고교 평가관리실에 CCTV 설치 △고교 교원의 자녀 재학교 배치 금지 등을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부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하기에는 미흡한 조처다.

개편안 발표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 추진에는 제동이 걸렸다. 2022년 전면 도입될 예정이었던 고교학점제도 2025년으로 연기됐으며, 수능 선택과목에서는 문·이과 구분이 폐지됐어도 대학이 어떤 선택과목을 지정하느냐에 따라 사실상 고교 현장에서는 문·이과 구분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공정하고 단순·투명한 대입제도를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동의하는 이들이 많을지는 미지수다.
 

대입제도 개편 ‘풍선효과’, 고입 판세도 바뀐다

교육부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은 급격한 변화를 배제하고 혼선을 줄이려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사실상 현행 유지’라는 평가를 받는 개편안에 ‘국민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구실을 위해 공론화 과정에 투입된 예산은 약 20억원에 달한다.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개편안이라는 점도 문제다.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과 기하·과학Ⅱ 과목 수능 제외를 주장하는 진보 성향 교육 단체나 수능 위주 전형 대폭 확대를 주장하는 보수 성향 교육 단체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교육부의 개편안에 따르면 모든 공은 대학의 결정으로 넘어왔다”고 진단했다.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할지, 수시의 학생부교과전형을 30% 이상으로 늘려 정시를 줄일지 여부가 대학 자율에 맡겨졌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은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늘리고, 지역권 대학은 현행 비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수능에 강세를 보이는 특목고·자사고 선호 현상도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 진보 성향인 전국 시도교육감들의 정책 방향은 특목고·자사고 폐지를 향하고 있어 갈등이 불가피하다.

고교학점제 등이 중장기과제로 전환됨에 따라 2025년 고교에 진학하는 현 초등 6학년생 학부모도 고민이 필요해졌다. 일관성 없는 교육 정책 탓에 불확실성으로 고통받는 건 학생과 학부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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