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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대중화와 교육정책
과학의 대중화와 교육정책
  •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 승인 2018.08.1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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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BBC> TV를 보면 90이 넘은 노신사가 자연사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노신사는 데이비드 애튼버러(David Attenborough)(1926~)로 지난 60년 동안 전 세계의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생물의 생활양식, 행동과 적응에 대해 이야기했다. 애튼버러는 케임브리지의 클레어 칼리지에서 수학한 후 1952년에 <BBC>의 방송연수과정을 거쳐 프로듀서가 되었다. 그는 1954년에 파충류관의 관장인 <잭 레스터>와 함께 동물원과 야생의 동물을 담은 「동물원을 찾아서」 시리즈물을 제작했다. 이후 「지구의 생명」, 「살아있는 지구」와 「생명」 등을 포함한 훌륭한 시리즈물을 선보였는데 동물과 인간의 행동, 민속학, 고고학, 관광 그리고 정치 영역까지를 필름에 담았다.

애튼버러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의 대중화에 지대한 기여를 했으며, 교육 프로그램의 범위를 확대시켰다. 자연사 연구에 기여한 애튼버러의 공을 기려 15개의 種과 屬의 이름에 ‘애튼버러’가 들어 있다. 그를 기려 명명된 식물로는 브레콘비콘스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고산조밥나물인 Hieracium attenboroughianum와 세계에서 가장 큰 낭상엽 식충식물인 Nepenthes attenboroughii 등이 있다. 

애튼버러 같은 과학의 아웃사이더가 과학을 대중화시켰다는 점은 특별하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과학을 일반인의 영역 내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저자인 빌 브라이슨(Bill Bryson)(1951~) 역시 과학자가 아니라 작가다. 그 자신의 표현을 빌자면, 브라이슨은  과학에 대해 상당히 무지하다. “나는 양성자 또는 단백질이 무엇인지 몰랐고, 지질학자가 협곡 벽의 암석층을 어떻게 조사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며, 그것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여러분에게 설명할 수도 없다”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서문에 적었다. 그러나 브라이슨은 많은 현상에 대해 강렬한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해 훌륭한 과학 대중서를 출판했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을 ‘작은 과학자’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라이트먼은 사람들이 초보일 때 눈과 귀가 가장 활짝 열려 있으므로 과학자건 예술가건 초보자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초보자는 어떤 선입견도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과학자에게 있어서 최고의 업적은 그들의 젊은 시절에 이뤄진 것이 많다. 젊을 때는 이미 알려진 법칙이 강요하는 전통이나 도그마가 별로 없고 어떤 의문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특정 학문 분야에 정통해 있으면서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시각을 지닌 학문적 아웃사이더가 필요하다. 객관성에 대한 논의에서 알바타는 불변의 개념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사회, 예술, 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교육에서 학생들에게 논쟁과 조사방법 등을 교육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연역법과 귀납법 사이의 본질적 차이, 임계실험의 개념 또는 필수 대조군에 대해 교실에서 배운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은 수학과 과학으로부터 괴리돼 있고, 그로 인해 명백한 추론에 의해 분석적인 질문을 하고 답을 이끌어내는 일에 서투르다. 비판적 사고에 대한 강조가 적고 기계적 암기에 의한 학습을 강조한 결과 학생들은 과학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 

최근에 수능 출제범위 개편안이 발표됐다. 핵심은 언어와 매체, 기하, 과학Ⅱ 등을 수능 출제 범위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목들이 수능에서 배제된다면 학교 현장에서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질 것인가? 수학과 과학교육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해 없이 산술적으로 과목 축소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과학은 논리적 사고 능력 배양을 통해 인간의 품위를 높일 수 있는 본연의 역할을 갖고 있다. 이런 면에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수학과 과학의 수준과 교육범위를 낮추겠다’는 방식은 지양돼야 하며 과학계의 폭넓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 과학과 사회는 공동 진화해간다. 성공적인 새로운 산업의 출현은 과학의 발전에 의해 제공되며, 이것이 미래의 경제적 번영을 약속하는 길이다. 이제는 ‘국가처럼 사고’하는데 익숙해진 관료들의 과학교육 정책에 대한 혁명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과학은 지속적인 탐구, 철저한 자기-비판적 태도와 신중한 방법으로 획득한 증거에 기반을 둔 방법론이자 철학이다. 과학은 우리 주변의 모든 현상에 대해 보편적인 시야를 제공해줄 수 있다. 과학은 지식의 경계를 밀어내 끊임없는 지식축적을 가능하게 한다. 사람들이 과학을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고 과학적 방법론에 의해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면 그들은 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새로운 사고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과학자이자 작가인 휘기에(Louis Figuier)(1819~1894)는, 과학은 태양으로 모든 사람이 과학의 따뜻함과 깨달음에 더욱 가까이 가야만 한다고 하였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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