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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교육 축소가 진정 미래세대를 위한 길인가
과학교육 축소가 진정 미래세대를 위한 길인가
  • 하현준 대한화학회 회장·한국외대 화학과
  • 승인 2018.08.13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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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수험생이 될 중3 이하의 학생을 둔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은 수능 과목 채택과 관련해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실 것이다. 공론화위원회를 통한 그 결정 방법의 교육적 당위성을 차치하더라도, 교육부가 제시하는 몇 가지 안 가운데 과학교육과 직결된 문제를 한번 살펴보면 미래세대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을 수 없다. 고등학교 과학 교과에 대해 한 번 살펴보자. 현재 과학 교과로 대별되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중 최소 한 과목만이라도 심화 공부를 이어나가야 하지만, 즉, 각 과목 중 최소 한 과목이라도 'II'를 학생들이 반드시 선택하게 하고 수능에서 시험을 보게 해야 하지만, 현재 제시된 모든 안에 이는 빠져 있다. 

혹자는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교육에 관해선 뛰어난 교육자라고 일갈한다. 그럼 모두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과연 진짜 교육자다운 생각으로 문제를 보고 있으며 해답을 찾으려 하고 있는가. 정말 내 고민이 피교육생의 장래이며 이들이 미래의 주역이 됐을 때의 사회가 지금보다 더 멋지고 다 잘사는 나라가 되도록 하는 방향의 고민인지, 나의 편견은 없는지, 아니면 내가 선 위치에서의 생각만으로 주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 

진정한 교육자라면 학생들의 장래를 위해,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모순을 바꿔 나가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그런데 “심신에 부담을 주는 학습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쉽고 적은 양을 배우고 가르쳐야 사교육도 줄어들 것이며, 학생들이 어렵다고 느끼는 교과목은 학생들이 가능한 한 배우지 않아도 괜찮게 하자, 그리고 진정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이는 추후 대학 가서 가르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을 한다. 이 주장이 과연 학생의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교육자다운 생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얼핏 맞는 말 같지만 모두 거짓이다. 공부에는 배움의 시기가 있고, 그 시기에 배우는 게 가장 적절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어릴 때 배우는 게 더 큰 배움을 위한 기틀이 될 수 있다. 쉽게, 그리고 적게 배우는 것이 사교육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그 어떤 자료에서도 객관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 또한, 어떤 교육제도에서도 사교육 문제는 항시 있을 것이다. 오히려 가장 우려되는 바는 그 배움의 양이 축소될수록 창의적인 문제해결 과정보다는 틀리지 않기 위해 정답만을 맞추는 반복훈련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대학에 가서 배우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이 일면 맞아 보이기도 하지만, 고등학교에서 요구되는 학습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은 학생들의 대학 진학은 대학교육의 비정상화와 부실화를 가져오고, 대학 졸업 후 직장에서 이들의 경쟁력이(그 직장의 경쟁력 또한) 약화될 우려도 다분히 있다. 이 우려는 현재 일부에서 현실로 드러나는 중이다. 

우리들의 선배들, 과거 기성세대들의 많은 학습량, 특히 과학에 대한 깊은 학습은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 및 산업 경쟁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이끌어 대한민국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것을 충분히 아는 분들이 어떻게 자라나는 세대에게 모두가 과학기술 영역에 종사하지 않을 터이니 과학은 최소한의 양만 가르치자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인지, 그러한 주장이 진정한 교육자다운 주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 이런 문제의 직접적 당사자들이 살아갈 세상은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새로운 환경에서, 그 어떤 세대가 살았던 세상보다 산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그리고 문화 영역에 이르기까지 과학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교육자의 자세로 진지하게 미래 주역들이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보자. 수능에서 과학의 비중을 줄임으로써 발생하는 과학 학습의 부실화가 우리 미래를 망치게 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따져볼 일이다. 

하현준 대한화학회 회장.
한국외대 화학과에 재직 중이며, 대한화학회 회장 및 기초과학학회협의체 회장을 역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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