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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고등교육 키워드, "성장·다양화·구조변동"
독일 고등교육 키워드, "성장·다양화·구조변동"
  • 김상무 한독교육학회 회장/동국대(경주)·교직부
  • 승인 2018.08.0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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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고등교육 ➀ 2018 독일 교육보고서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교수신문>은 고등교육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지평을 제공하고자 세계의 사례를 칼럼 형식으로 연재합니다. 첫 칼럼은 2018 독일 교육보고서를 다룹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기고를 원하시는 분들은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에게 연락 바랍니다. 
 

독일은 2006년부터 2년에 한 번씩 ‘독일의 교육’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OECD에서 2000년부터 3년을 주기로 실시하고 있는 PISA(15세 학생 대상 국어, 수학, 과학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평가)에서 나타난 독일 학생들의 부진한 학업성취도 평가결과가 이 보고서 발행의 주요 배경이다. PISA 결과에 충격을 받는 독일 교육계는 통계 등 경험적 자료를 바탕으로 독일교육 전반의 현황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교육정책 추진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목적으로 이 보고서를 발간해오고 있다. 2018년 보고서를 중심으로 독일 고등교육의 동향을 살펴보자.

최근 독일 고등교육계의 동향은 성장, 다양화, 구조변동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대학입학생 비율과 대학 수 증가로 대변될 수 있는 고등교육의 성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속되고 있다. 1995년 약 28%였던 대학진학률은 1999년 30%를 넘기 시작해 2008년에는 40%를 넘어섰고 2016년에는 56.7%를 기록하고 있다. 1995년 약 26만명이던 대학 신입생 수는 2013년 이후 계속해서 약 50만명을 넘고 있다. 1995년 종합대학 수준의 대학은 159개교, 전문대 138개교에서 2016년 각각 181개교, 222개교로 증가했다. 이런 대학 수 증가는 사립대 수, 그 중에서도 사립전문대학의 수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90% 이상의 학생들은 주립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각 연방주가 운영하는 주립대학의 평균 학생 수가 사립대학에 비해 14배 이상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등교육 수요 증가는 대학교육에 대한 사회적 수요의 증가, 대학시스템의 제도적 변화,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다양성 증대는 여러 지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학사, 석사 및 다른 자격증 수여를 포함해 2017/18년도에 1만9천개가 넘는 과정이 개설돼 있다. 이것은 대학교육 수요자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이기도 하고, 그럼으로써 대학의 중도탈락자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또한 학생집단 구성의 다양성을 들 수 있다. 여학생 비율도 증가해 남학생 비율보다 더 많은 상황이다. 외국인 학생도 증가해 2016년의 경우 대학 신입생의 약 20%에 달한다. 직업과 대학교육을 병행하는 학생들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25세 이상의 나이에 입학하는 학생의 비율이 약 14%에 이르고 있다. 대학으로서는 이러한 성장과 다양성에 부합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도전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다양성에 부합하는 비율을 차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 독일에서 거주하고 있는 사람 중 외국인이거나 이주배경을 지닌 국민의 비율은 약 20%에 이른다. 그런데 대학 신입생 중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이에 못 미치고 있다. 또한 부모 중 어느 한쪽이 대학교육을 받은 가정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는 비율이 그렇지 못한 가정 자녀들의 3배에 달한다. 이는 독일 대학의 사회적 개방성의 정도가 아직 제한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 고등교육정책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대학생 수와 진학률 증가, 노동과 고용시장 변화에 부응하려는 방향으로의 대학구조변화는 “아카데미화”라는 다중적인 의미의 개념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는 대학졸업자 증가가 취업과 고용시장에서 대학교육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에 잘 드러나 있는데, 아직 뚜렷한 증거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졸업 자격으로 석사학위만 있던 독일의 학위제도를 유럽연합 차원의 볼로냐협약 체결 이후 학사와 석사제도로 개혁했는데, 고용시장에서는 계획했던 것과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 대학에서의 학사학위 취득 이후 취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와는 다르게 학사학위가 취업에는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석사학위 이상을 취득해야만 취업과 진급에 유리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 교육보고서는 유아교육부터 초ㆍ중등 학교교육, 고등교육, 성인교육에 이르기까지 교육전반의 현황을 구체적인 계량적 자료를 바탕으로 개관하며 분석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절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한국도 이런 보고서가 필요하다.

 

김상무 한독교육학회 회장/동국대(경주)·교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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