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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서관 空洞化 현상 막으려면 전문사서 인력 확보 시급”
“대학도서관 空洞化 현상 막으려면 전문사서 인력 확보 시급”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8.07.16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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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명환 전국국공립대학도서관협의회장 인터뷰

지난 2월 20일부터 전국국공립대학도서관협의회(이하 국대도협)를 이끌게 된 양명환 국대도협 회장(제주대·체육학과)는 실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학령인구 감소, 대학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 압박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대학도서관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사서들이 말하는 현장의 문제들부터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국대도협 회장을 맡으며 제주대 도서관장을 겸임하게 됐기에 더욱 사서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해마다 가파르게 오르는 학술DB 구독료, 다음해부터 본 평가로 전환되는 대학도서관 평가 등 산적한 과제가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사서의 전문성이 강화돼야 하고 이들의 일과 가정이 兩立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양명환 회장. 사서의 삶의 질 보장 차원을 넘어선, 국공립대도서관 공동화 현상에 대처하기 위한 그의 실질적인 고민 해결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개관해 제주대 학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며 만남의 장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중앙디지털도서관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주=글·사진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국대도협은 어떤 단체인가요?

창립년도는 1962년이고, 1981년에 국대도협으로 개칭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국 54개 국공립대 대학도서관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고요, 학술정보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각 대학도서관들과 연구, 교류를 하고 있어요. 매년 학술세미나를 개최해 국공립대 도서관의 현안을 논의하고, <국립대학도서관보>도 발행하고 있습니다. 

△회장으로 파악하신 국대도협의 현안은 무엇인가요?

대학에서 도서관에 투자되는 비용이 너무 적다는 거죠. 아무리 대학 재정이 어렵다고 해도, 교수들이 학술DB를 참조하지 않고는 우수한 논문을 낼 수가 없는데요, 최근 5년 사이 급격하게 학술DB 구독료가 인상됐고, 국가 예산은 감축됐어요. 과거보다 점점 더 자료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는데, 안정적 재원확보 방안이 국가적으로 지원돼야 세계 유수 학자들과 견줘서 실적을 낼 수 있을 텐데요. 국대도협 만이 아니라 한국사립대학도서관협의회, 전문대학도서관협의회,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와도 의견 교환을 수시로 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에도 국대도협의 고충을 전하고 있고요. 학술DB의 경우 교육부의 KERIS 시스템을 사용해 왔는데, 대학도서관 현장 목소리는 듣지 않고 과기정통부의 KISTI로 일원화하라는 권고가 내려와서 문제가 된 적도 있습니다. 국대도협도 목소리를 내겠지만, 대교협 총장협의회 차원에서 교수들의 연구를 지원할 방법을 강구해주기를 요청 드립니다. 

△대학도서관 평가가 다음해부터 본 평가로 전환됩니다.

일단 잘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교육부에서 인센티브 형태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도서관도 나름의 자구책을 강구하고 협력 기구를 활성화 시킬텐데, 지금은 대학 자체에서만 하는 상황이니까요. 도서관 입장에서는 너무도 절박한 사안이기에, 국대도협 과장 협의회에서 교육부의 대학평가 항목에 도서관도 넣어달라고 요구했는데 교육부는 대학자율을 해치는 거라고 거부하고 있어요. 대학 측에서 도서관은 이미 지어진 곳이고 예산을 더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라, 국대도협에서는 대학도서관 진흥법 시행령 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서 실무자들의 부담이 느는 건 감수해야죠. 도서관의 발전을 위해서 그런 어려움을 안고서라도 발전적으로 나가려는 겁니다. 사서들의 열정만큼 교육부나 대학당국도 도서관 지원을 제도화해주면 좋겠습니다.

△국대도협은 사대도협에 비해 사서 수도 많고 예산도 넉넉한 편이라던데요

그렇지 않아요. 국대도협의 거점국립대학도서관 평균 사서수가 27명 정도인데, 저희 제주대 경우는 16명이에요. 평균의 함정이랄까요,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죠. 대학도서관에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인데요, 연구서비스를 위한 인력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게 국대도협의 요구사항입니다. 

△제주대의 경우 지난해 디지털도서관이 개관했고, 전남대, 충남대 등 국공립대 도서관들이 향후 1~2년 내 리모델링된 및 증축된 도서관을 선보일 예정이라고요.

서서히 진행되고 있죠. 제주대 디지털도서관은 지난해 10월에 개관해서 상당히 호평 받았고요, 많은 대학에서 견학을 와요. 트렌드는 계속해서 변화하니까, 제주대를 벤치마킹한 타 대학들은 좀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진화된 모델을 선보이지 않을까 기대가 큽니다.  

△사서들의 주52시간 근무가 제대로 확립돼야 국공립대학도서관의 공동화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7월 1일자로 근로기준법이 주52시간으로 변경됐음에도 국공립대학도서관만의 특수성이 있죠.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면서 일과 가정이 양립하라는 방향으로 가는데요, 지금 사서들이 윤번제로 근무를 합니다. 야간 연장근무, 주말 출근을 하는데, 반드시 전담인력은 아니더라도 보완해줄 수 있는 인력이 있어야 하는 거죠. 대학도서관 사서들에게는 적용이 안 되는 근로기준법인 셈입니다. 국공립대학도서관은 야간, 휴일 개방에 따른 전문 인력 확보가 꼭 필요합니다. 5세 이하 아이가 있으면 2년 휴직이 가능한데, 도서관에 근로학생만 있고 전문 사서가 없으면 결국 이용자인 교수들과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양질의 서비스는 결국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정부시책에 부응하려는데 직원은 없으니 깊은 고민이 생기죠. 사서 선생님들이 여성분이 많은데요, 사실 사서들의 삶의 질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정부대책에 호응하려면 그에 따른 대학도서관의 공동화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거예요. 오는 10월 안동대에서 열리는 세미나에서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입니다.

△미래의 대학도서관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끔 변해야죠. 자료 저장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사회는 감성을 중시하는 ‘스토리텔링’ 사회로 변화할 거예요. 학생들이 창의적 마인드를 갖게 하도록 대학도서관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보저장 역할을 벗어나 공유하고 지식문화 창출을 선도하는 데 앞장설 수 있어야 해요. 

△사서들이 갖춰야 할 전문성은 무엇일까요?

단순한 업무는 이미 기계가 맡고 있습니다. 사서들이 직접 개입 안 해도 학생들이 도서관을 잘 이용하도록 이용교육을 수시로 하고 있죠. 또 하나는 대학도서관이니까 연구자들을 더 지원할 수 있도록 스스로 준전문가가 돼야 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메이커스페이스라고 해서 융합 환경을 제공하는 걸 예로 들어보면요, 도서관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서 3D프린터, 레이저프린터를 두면, 학생들이 책 읽다 서로 토론하고,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어내요. 사서들이 이 부분에서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춰야겠죠. 자료들을 수합하고 전달, 보존하는 데서 벗어나서, 연구자들의 가이드를 할 정도로 전문가가 돼야 하고, 학생들이 자료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잘 엮어서 꿈을 펼칠 수 있는지 도와주는 게 앞으로 사서들이 갖춰야 할 덕목일 겁니다.

△학술DB의 최대이용자인 교수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연구투자는 세계 2위 수준으로 하는데 결과물은 20위권 수준이라는 한 연구결과가 있더라고요. 저는 그걸 연구비가 엉뚱하게 새는 게 아니라 교수들이 단기 연구에만 몰린다고 봐요. 이제는 연구 인프라도 중장기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렇게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사회 전체가 바뀔 수 있어요. 실패를 인정하는 사회가 돼야 해요. 성공을 위한 기반인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자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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