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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구성원의 적극적 참여 없이, 어떻게 대학이 발전하나”
“학내구성원의 적극적 참여 없이, 어떻게 대학이 발전하나”
  • 양도웅
  • 승인 2018.07.1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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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회를 찾아서_⑲권승구 동국대 교수협의회 회장

지난 4월 중순, 다른 취재 차 찾은 동국대 서울캠퍼스 본관 앞에선 청소노동자들이 천막농성을 하고 있었다. 인원 감축 때문이었다. 좀 더 따지고 들어가면, ‘직접고용’을 약속한 학교 측이 약속 이행을 차일피일 미루며 이른바 ‘말 바꾸기’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며칠이 흐른 4월 26일, 학교 측은 “기존 약속대로 8월 말까지 검토 및 방안을 마련하고 9월 1일부터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2019년 2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며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로써 청소노동자들의 86일간의 농성은 일단락됐다. 

그리고 약 두 달이 지난 6월, 동국대 교수협의회(회장 권승구, 이하 교협)는 총학생회 및 직원노조와 구성한 3자 협의체에서 오는 가을 차기 총장 선출을 위한 선거 일정 및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세칙을 발표했다고 전해왔다. 일정을 간략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오는 10월 2일 교협, 직원노조, 총학생회 등은 각각 3인의 대표를 추천해 선관위를 구성한다. 이어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 입후보자 등록 기간을 진행하고, 약 10일간의 선거운동 및 공청회 기간을 거쳐 11월 8일부터 9일까지 사전투표, 11월 13일 1차 투표를 진행한다. 개표 결과, 1위 후보가 만약 과반 미만 득표라면, 이튿날인 11월 14일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학내구성원 다수가 동의하고 계획한 이번 총장직선제 일정에 대해, 재단 측은 현재 묵묵부답이다. 지난 10일 동국대 서울캠퍼스 만해관 130호에서 만난 권승구 회장은 “지난 2월 관련 내용을 재단 측에 전달했지만, 재단 측은 7월 현재까지 가타부타 어떤 대답도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우리 의견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생각은 없다. 명확하게 입장을 공표해주셨으면 하는 게 현재 바람”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21일, 동국대 3자 협의체는 ‘총장직선제와 대학의 민주적 거버넌스를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는 권승구 교협 회장의 모습. 사진 제공=동국대 교협
지난해 9월 21일, 동국대 3자 협의체는 ‘총장직선제와 대학의 민주적 거버넌스를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는 권승구 교협 회장의 모습. 사진 제공=동국대 교협

'지난' 직선제를 보완하지 못한 '현' 간선제

청소노동자들의 파업, 그리고 교협·직원노조·총학생회로 구성된 ‘동국대학교 총장직선제를 위한 3자협의체’의 총장직선제 추진 합의 등으로, 재단과 학교 측은 상당히 당혹스러워 할 것 같다는 기자에게 권 회장은 “재단과 학교 측이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 12년 동안 간선제가 진행됐지만, 학내구성원들의 이해와 의견이 재단과 학교 측에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며 “재단·학교와 학내구성원이 분리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86일간의 농성 끝에 타결된 청소노동자들의 장기 파업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다. 

동국대는 과거 오랫동안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했다. 물론, 최다 득표 2인 가운데 한 사람을 재단 측에서 선택해 총장에 최종 선출한다는 점에서 불완전하기는 했다. “하지만 재단 측은 학내구성원들의 의사를 수용해 최다 득표한 후보를 선택해 왔다”고 권 회장은 설명했다. 그런데 2006년 제16대 총장 선거부터 간선제로 총장 선출 방식이 바뀌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011년 동국대 한 고위 관계자는 모 언론에 “교수가 직접 총장을 뽑을 때는 후보 교수가 다른 교수들을 찾아다니며 굽실거리거나 보직을 약속하는 등 대학 발전에 대한 논의보다 선거 전략 짜기에 바빴다”며 과거 직선제의 폐해를 지적했었다. 

권 회장도 “직선제는 분명 불완전한 제도”라며 직선제가 불완전하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지난 12년 동안 간선제를 하며, 학교 운영에 학내구성원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로 인해 학내구성원의 사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저하됐고, 학교 운영과 발전에 대해 학내구성원들은 점차 무관심해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내구성원이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대학은 발전할 수 없다”며 “과거 직선제가 갖고 있던 문제들을 보완해, 학내구성원의 의견을 잘 반영할 수 있는 '개선된 직선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국대학교 총장직선제를 위한 3자협의체’의 회의 모습.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정도 현 총학생회 회장, 김정민 전 총학생회 회장, 권승구 교협 회장, 김준 교협 부회장, 박건 직원노조위원장. 사진 제공=동국대 교협  

직선제 총장은 재단·학교 측과 대립할 것이라는 오해

과거 직선제 폐해를 보완하는 방법 중 하나가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이라고 권 회장은 밝혔다. 또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 2016년 본격 시행돼, 대외적으로도 과거 직선제가 갖고 있는 문제들이 발생할 소지가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고 권 회장은 지적했다. 학교 안팎으로 과거 직선제보다 나은 직선제를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총장 선출과 관련된 어떤 논의도, 재단 측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 있지 않다. 재단 측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권 회장은 “재단 측이 오해하고 있는 게 있다”며 “직선제로 선출된 총장은 분명 학내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총장은 재단 측과 각을 세우며 대립할 수 있는 위치에 구조적으로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당초 지난 4일로 예정됐던 한태식(보광) 동국대 총장의 2심 첫 공판은, 한 총장 측의 요청에 따라 다음달 22일로 연기됐다. 지난 2016년 한 총장은 조계종의 총장 선출 개입과 자신의 논문 표절 의혹 등을 제기한 학생 4명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는 과정에서 변호사비를 교비로 지출했다는 의혹을 받아, 지난 4월 12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1심 재판에서 벌금 100만원의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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