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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선 검·경만 말해야 하는가… “국민적 공론화 거쳐야”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선 검·경만 말해야 하는가… “국민적 공론화 거쳐야”
  • 양도웅
  • 승인 2018.07.1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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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입법학회 주관 ‘검·경 수사권 제도 개편에 관한 현안 간담회’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21일 검경 수사권 제도 개편 조정 합의문을 전격 공개한 바 있으며, 국회는 법사위 등 상임위 구성 합의를 마치고 수사권 관련 6개 법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한국입법학회(회장 임지봉) 주관으로 검경 수사권 제도 개편에 관한 현안간담회가 국회 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진행됐다.

기조발제에 나선 정재룡 국회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검찰에게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주어져 있는 현 체제에서는 경찰이 검찰을 견제할 수 없으며, 검찰도 경찰을 자신의 손발로 이용하는 데 중점을 두다 보니 경찰의 잘못을 묵인하는 상호 공생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진단한 뒤, “잘하고 있는 수사에 불필요하게 검찰이 간섭하거나 가로채기 하는 경우도 문제며, 사건이 말이 되든 안 되든 검찰에 송치해버리면 그만이라는 경찰 측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경찰에 자율적 수사권을 주어 검경이 상호 견제와 협업 및 책임의식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며 “다만, 정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경우, 경찰수사과정의 법령위반, 인권침해, 현저한 수사권 남용을 시정조치요구, 징계요구 등으로 제어하기 위한 장치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경찰 권한 확대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는 좀 더 구체적인 해법들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1토론자로 나선 김재규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단장은 “검찰을 인권옹호기관으로 상정해본다면 검사는 수사가 인권존중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는지 감시하는 자가 돼야지 수사까지 담당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전제하고 “검사가 경찰을 협력 대상이 아닌 하위기관 구성원으로 취급하는 행태, 검사에 의한 수사 방해와 왜곡 또한 결코 작지 않은 문제”라고 일갈했다. 

제2토론자인 김한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인권미래정책연구실장은 “검경 수사권 문제를 논함에 있어 경찰 부실수사나 검찰의 권력남용 사례를 드는 것까지는 이해되지만, 군사쿠데타 시절이나 일제강점기의 인권침해 사례까지 끌어와 현재의 수사권 구조개혁의 논거로 삼는 행태는 심히 유감”이라며 “수사권 조정 문제는 헌법 제89조에 따른 국무회의 심의사항인데 정부 조정안은 이를 거치지도 않았고 국민 여론 수렴 절차도 가벼이 여긴 측면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헌법 제89조는 “행정각부간의 권한의 획정”, “행정각부의 중요한 정책의 수립과 조정” 등은 국무회의를 심의를 거치도록 명시해놓고 있다. 

김한균 연구실장은 특히 “정부 조정안은 정부가 개혁법안을 발의하지 않고 국회에 입법을 맡기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결국 국회 법안 논의 과정에서 악마(디테일)적 수정에 직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검경 수사권은 의약 분업처럼 양분될 사안이 아니므로, 국민적 공론화를 거쳐 제도적 정당성을 확보해가는 게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제3토론자인 임석기 동국대 교수(경찰사법대학원)는 “경찰의 1차적 수사종결권을 인정하되, 고소·고발이 없는 경찰의 인지수사 종결권에 대한 견제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마찬가지로 검찰의 인지에 의한 직접수사도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더불어 “정부 조정안과 같이, 송치 전 단계에서의 검찰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되, 사실상의 수사 활동이면서도 내사활동 형식으로 행해지는 경찰의 자의적인 수사권 행사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 내사활동의 요건과 절차의 통제 등을 법률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특히 법률의 위임범위를 넘어선 대통령령인 ‘수사준칙’이 법률에 맞게 정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4토론자로 나선 박성용 서강대 법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수사권 제도 개편의 핵심은 검찰과 경찰의 권한에 대한 민주적 내부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영국의 경찰민원심사청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검찰과 경찰의 자구적 혁신과 인권수호 의지를 기대하기 보다는, 시민이 직접 실질적으로 검찰과 경찰의 내면을 관리감독을 해나가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참관인 자격으로 발언한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는 “수사권은 범죄를 단죄하기 위한 장치이고 범죄를 단죄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검찰과 경찰이 헌법정신을 서로 적극적으로 수호하는 경쟁을 하게 만드는 게 수사권 제도 개편의 방향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동일하게 참관인 자격으로 발언한 황창근 홍익대 교수(법과대학)는 “정부의 모든 행정서비스가 문제시되는 경우 사법부의 사법적 판단을 받기 전에 행정심판 등 행정부 내부의 자체 통제를 받도록 돼 있다. 그 가운데 경찰 수사행정만큼은 행정심판보다는 검찰통제 방식을 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 통제를 배제하고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강화된다면, 당연히 이를 대체하는 민주적 행정통제 장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수사권 문제가 검찰과 경찰 그리고 피의자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범죄 피해자와 고소인, 고발인,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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