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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학을 위해 물러 납니다”
“후학을 위해 물러 납니다”
  • 교수신문
  • 승인 2001.03.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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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07 11:57:24
정년을 남겨놓고 후학들을 위해 교수들이 명예퇴임을 결심해 대학가에 잔잔한 화제를 불러오고 있다.

1979년에 숙명여대에 임용된 이래 도서관장을 역임하는 등 대학과 학과의 발전에 기여한 이순자 교수(문헌정보학과·사진)는 후학들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정년을 4년이나 앞두고 올해 명예퇴임을 했다.

재직시절부터 2001년에는 퇴임을 하겠다고 밝혀온 이 교수는 지난 27일 이대학 행정관에서 명예 퇴임식을 가졌다. 이 교수는 “문헌정보학은 학문 발전 속도가 빠르고, 나보다는 젊은 후학들이 가르치는 것이 학생들에게도 훨씬 낫다”고 명예퇴임을 자청한 이유를 밝혔다.

“비록 후학들은 가르치는 것이 뿌듯하고 배우는 것도 많지만 20세기의 사람은 21세기에 맞는 젊은 학자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당연하다”며 애써 자신의 퇴임에 대한 의미부여를 사양했다. 이번 퇴임으로 이 교수는 숙명여대의 개교이래 명예퇴임제도를 이용하는 첫 사례로 기록됐다.

지난 명예퇴임식에서는 학과의 제자들이 마련한 이 교수의 홈페이지(http:// lis.sookmyung.ac.kr/~prolee)를 봉정하는 이색 행사가 열렸다. 평소 “퇴임기념으로 만드는 논문집은 스승과 제자에게 경제적인 부담만을 남겨주는 낭비”라고 주장해온 이 교수의 뜻을 이어 제자들이 지난해 가을부터 준비해 온 것.

홈페이지에는 몰래카메라로 담은 이 교수의 수업광경과 함께 각종 매체에 기고했던 글과 사진, 저서, 연구논문, 에세이 등이 담겨있어 이 교수의 재직 시절을 되돌아 볼 수 있는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퇴직이후에도 이 홈페이지를 통해 제자들과 더욱 활발한 토론을 벌일 계획인 이 교수는 ‘이달의 잔소리’라는 사이버 칼럼을 연재할 예정이다.

한편, 임형식 강원대 교수(자원생물환경학부)도 지난달 28일 정년을 3년 앞두고 후학양성을 위해 명예퇴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6년에 부임한 임 교수는 32년간 강원대에 재직하며 교무처장과 농과대 학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임 교수는 “외국의 우수한 대학을 졸업해도 자리가 없어 고생하는 후학들과 세대가 교체돼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농약이나 폐기자재로 인해 오염되는 농토에 관심을 기울여온 임 교수는 퇴직 이후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농촌 환경 보호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김미선기자 whwoori@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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