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서민들이 즐기는 생선
누가 뭐래도 서민들이 즐기는 생선
  • 권오길 강원대 명에교수
  • 승인 2018.07.0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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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04. 꽁치
꽁치 과메기. 사진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꽁치 과메기. 사진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뜬금없이 한여름에 웬 꽁치를 굽는담? 내가 비림을 무척 싫어하는지라 집사람도 신경을 꽤 많이 쓰는 편인데 오늘 따라……. 가을겨울보다 여름 생선비린내가 더 물씬 진동하기에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고, 단걸음에 창가로 달려가 문을 열어젖힌다. 본성은 못 속이고, 고칠 수 없다더니만…….

거무스름하고 노릿하게 구운 중치 두 마리를 밥상에 올리면서 ‘국산’이라 한 번 사봤으니 먹어보라신다. 역시 덜 비린 것이 먹을 만하다. 그런데 왜들 굳이 ‘국산’을 찾을까? 알고 보면 항생제가 든 인공사료를 덜 먹인 외국산쇠고기보다 훨씬 비싸면서 사료범벅인 한우를 찾는다. 그렇다. ‘입맛은 가장 보수적’이라 한다. 어릴 때부터 먹어와 입에 인이 박힌 탓에 국산을 찾는다. 어릴 때 먹어보지 않은 음식은 커서도 꺼리게 되어 입 짧은 사람이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창 크는 어린애들에게 고루고루 먹여 잡식하도록 해줘야 한다.  

꽁치(Cololabis saira)는 꽁칫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난류와 한류가 엇갈리는 곳에 많이 서식한다. 북태평양에서 알래스카에 걸친, 아시아(한국, 일본)와 북아메리카 대륙을 잇는 해역에 나고, 우리나라에서는 동해에서 많이 잡힌다. 영양이 풍부할 뿐더러 값이 싸기 때문에 보통사람들이 널리 애용하는 생선이다. 꽁치는 구이나 조림으로 많이 쓰고, 꽁치통조림은 안 비리고 뼈째 먹을 수 있어 필자도 썩 좋아한다. 특히 한겨울에 푹 삶은 시래기와 섞어찌개를 하면 일미다. 지금 내 입안엔 군침이 한가득 고였다!

꽁치(pacific saury)는 등은 짙푸르고, 배는 은백색인 속칭 ‘등 푸른 생선’의 일종이다. 하늘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검푸른 감청색을 띄고, 바다 속에서 물안경을 끼고 위쪽을 쳐다보면 해면이 햇빛을 받아 은백색으로 반짝인다고 한다. 그래서 고등어나 꽁치 등색깔이 하늘에서 내려다 본 바다색과 같은 짙은 감청색이고, 뱃바닥이 밑에서 올려다 본 해면과 같은 은백색이기 때문에 바닷새나 제보다 큰 물고기에 먹히지 않는다. 보호색으로 僞裝(camouflage)하는 기찬 생존전략이렷다. 

바꾸어 말하면 물고기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등과 바다 밑 어두운 색이 섞여 잘 보이지 않고, 물밑에서 위로 보면 배의 밝은 색과 환한 하늘색이 뒤섞여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이런 현상을 방어피음(防禦被陰,counter-shading)이라하고, 이 원리를 처음 발표한 테이어(Thayer)의 이름을 따서 ‘테이어 법칙(Thayer’s law)’이라 한다. 이렇게 날짐승이나 길짐승들이 위아래 등배가 흑백배색을 하는 까닭이 있었고, 드높이 하늘을 나는 갈매기의 몸 색도 마찬가지다.

꽁치는 가늘고 길쭉한 것이 몸길이는 25~28cm 정도이고, 옆으로 납작(側扁)한 편이며, 입이 작고, 양턱은 다소 뾰족하며, 아래턱이 위턱보다 길다. 위(胃)가 없다시피 하고, 창자도 어지간히 작고 짧아 씁쓰름한 내장이 퍽 적다.

옆줄(側線,sideline)은 몸 중심에서 조금 아래쪽으로 처져있고, 옆구리에는 선명한 푸른색 얼룩무늬(斑點)가 퍼져 있다. 암컷은 아랫입술앞쪽 끝이 선명한 올리브빛이고, 수컷은 오렌지색을 띠며, 암컷은 아랫입술 끝이 뾰족하고, 수컷은 둥그스름하다.보통 가까운 바다(近海)에서 무리지어 생활하고, 계절 따라 이동하는 습성이 있어서 일본남부해역에서 겨울을 나고, 봄여름에 북쪽으로 이동하여 5~8월경에 우리 동해안에서 알을 낳는다. 알은 지름이 2mm 정도이고, 알에서 부착사(附着絲,filament)라는 가느다란 실이 나있어 알을 해초(海藻類)나 부유물들에 붙인다. 

그래서 울릉도나 동해연안에서는 산란기가 되면 일부러 해조류를 바다에 깔아(띄워)놓아 거기에 산란하려 옥시글거리며 몰려드는 꽁치를 맨손으로 잡았으니 이를 ‘손꽁치’라 하고, 그렇게 집은 꽁치를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꽁치는 갓 잡은 것이라 반드르르한 것이 더할 나위 없이 물이 좋다. 그리고 그물을 수면에 수직으로 펼쳐서 潮流를 따라 흘려보내면서 물고기가 그물코에 꾀이게 하여 잡는 흘림걸그물(流刺網)과 꽁치가 불빛에 모이는 성질을 이용하여 가운데가 깊고 오목한 보자기 모양의 그물(捧受網)로 꽁치를 잡는다.

알에서 까인 치어는 바다에 떠다니는 동물성플랑크톤을 먹으며 나날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주로 수표에 노닐면서 점차 몸집이 커지면 작은 갑각류나 다른 물고기알과 어린새끼고기를 잡는다. 그리고 오징어나 다랑어 같은 포식자에 호되게 쫓기는 날이면 떼거리로 미끄러지듯 쏜살같이 해면을 스치면서 도망치니 날치고기를 닮았다 하겠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11월~12월이 꽁치 철로 제 맛을 낸다. 예로부터 구이나 찌개, 통조림을 해서 먹었고, 포항을 중심으로 동해안에서는 겨울철에 청어대신 꽁치를 바닷바람 내리치는 그늘에서 얼렸다 녹였다하며 말려 쫀득쫀득한 과메기를 만든다. 

그리고 꽁치가 날선 칼 모양으로 길고 푸르기에 ‘秋刀魚’, ‘청갈치’라고 하고, 밝은 불을 쫓는 성질이 있어 ‘秋光魚’라 불리기도 한다. 초겨울에 잡히는 꽁치는 지방성분이 20%나 되기에 맛이 좋고, 불포화지방산인 DHA(docosahexaenoic acid)가 풍부하며, 항산화작용으로 노화를 방지하는 비타민 E와 야맹증에 효과가 있는 비타민 A 등의 영양소가 다양하게 들었다한다. 꽁치는 누가 뭐래도 서민들이 즐기는 생선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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