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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울대는 과연 영원한 1등인가'를 읽고
[기고] '서울대는 과연 영원한 1등인가'를 읽고
  • 이장규 서울대 교수
  • 승인 2003.06.13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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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도 발전하고 지방대도 발전하려면.."

이장규/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참여정부에서는 대학교육의 기본 정책 방향의 하나로 지역간 대학 균형 발전을 내 걸었다. 성장 보다는 분배에, 권력집중 보다는 권력분산에 무게를 두고 있는 정부에서 추구할만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군사정권이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지속되었던 성장제일주의와 권력집중 정책은 시정되어 마땅할 때라고 믿어진다.

문제는 지역간 대학 균형 발전을 잘못 이해하여 그것을 왜곡시키려 드는 일부 정책 입안자나 언론 보도에 있다. 예를 들면 정부에서 지급하는 연구비의 지방 할당 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참여정부의 정책에 부합하는 지름길인양 생각하고 있다. 연구와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방 대학의 연구비는 늘어야 한다. 그러나 수도권 대학 교수들에게도 꼭 필요한 연구비를 떼어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다.

문제는 지역간 대학 균형 발전

교수신문이 지난 주 '서울대는 과연 영원한 1등인가?'라는 기획특집을 냈다. 그동안 대교협, 중앙일보 등에서 대학을 평가하여 나름대로 새로운 대학 서열화를 꾀해본 것과 같은 맥락의 기사다. 그러한 류의 평가나 보도가 범하는 오류는 불합리한 평가의 잣대로 대학을 서열화 시켜 보려는 것으로 지역간 대학 균형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한국과학기술원, 포항공과대학교, 가톨릭대학교와 같이 특성화된 대학과 일반 종합대학의 교수1인당 과학논문색인(SCI) 논문수 또는 논문의 피인용수라는 잣대로 단순 비교하여 서울대는 결코 1등이 아니라고 주장한 특집은 이런 점에서 똑 같은 오류를 범한 것이다. SCI 논문 전체의 약 50%가 의학과 생물학 분야이며, SCI 논문수나 피인용수가 분야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으므로 분야를 넘어 단순 비교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교수들은 잘 안다. 그 잣대로 서울대가 1등이라고 우기는 것도 또는 서울대가 10등이라고 우기는 것도 다 같이 잘못된 것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그 나라 국민 개개인의 타고난 능력에 있지 않다. 철저한 교육을 통해 타고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모든 국민을 우수한 사람으로 만든 것이 선진국이요, 그렇지 못한 것이 후진국이다. 우리나라가 지난 50년 사이에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3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교육의 힘이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고자 한다면 서울대에 들어온 학생이건 지방대에 입학한 학생이건 자기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또한 교육 받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교수들은 어느 대학에서 봉직하든 자기 강의실에 들어온 학생을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대학은 입학한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교육시켜야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서울대도 발전해야 되고 지방대도 발전해야 되는 것이다.

하향평준화는 모두 망하는 길

선진국이 되자는 구호는 난무하지만 밑거름이 되는 교육 투자에는 과감하지 못하고 멈칫거리며, 할당된 적은 교육비를 요리 쪼개고 조리 쪼개면서 잔머리만 굴리고 있다. 그렇게는 선진국이 되지 않는다. 2002년 1년 동안 우리 정부에서 대학에 지원한 예산 총액이 하버드대학과 동경대학 등 1개 대학의 1년 예산보다 적은 형편에 어떻게 그 나라들을 따라 잡겠다고 나서는가? 이 상황에 그나마 서울대 SCI 논문 발표수가 세계 34위요, 200위 안에 들은 우리나라 대학이 3개나 된다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넉넉지 못한 연구비를 어떻게 쪼갤까 궁리만 할 것이 아니라 대학 연구비 총액을 늘릴 방도를 강구해야 된다.

군사정권부터 지금까지 저지른 잘못을 되풀이 하지 말고 지방대 육성을 긴 안목으로 탄탄하게 시작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참여정부가 임기 내에 효과 볼 정책에만 매달리다 보면 모든 것을 그르칠 수 있다. 교육은 하루 아침에 그 효과를 볼 수 없는 것이다. 5년 후 또는 10년 후에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좋은 정책을 이 정부에서 시작만 하면 된다. 그래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는 참으로 내실 있고 훌륭한 지방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는 정책을 세워나가기 바란다. 하향평준화는 모두가 망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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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자리 2003-06-14 17:15:24
이장규 교수의 글은 여러모로 중요한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고, 사실 옳은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자세히 살펴보면 현재 체제 안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당연하게만 들리는 제안으로도 들린다.

먼저 SCI 논문수에 따른 서열 평가에 대한 의견: 맞다. 근데 이 평가를 통해 그동안 가장 주목받다가 이제야 이런 식의 평가는 옳지 않다는 이중적인 자세는 무엇인가. 물론 이 교수가 개인적으로 늘 SCI 평가 방식이 옳지 않다고 생각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서울대가 1등이라고 했을 때, 내부적인 자성의 목소리를 내셨는가. 일간지에서 보지 못했지만, 꾸준히 내셨다면 이 의견을 과감히 접겠다.

둘째, 수도권 대학의 연구비를 떼내어서 지방대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반대한다. 그런데 이 돈 없는 나라에서 다른 방식이 있는가. 그게 반드시 하향평준화를 부르는가? 일단 숨통을 트여주고 기반을 닦은 다음, 이 교수가 말한대로 장기적으로 보면, 다른 성과를 기대할 수있지 않은가.

서울대는 지방 국립대는 물론 사립학교를 포함해서 한국에서 최대 부자학교이거나 그 중 하나인데, 그럼에도 그 간단한 그리고 가장 체계적으로 매겨져 있다는 SCI 방식으로도 1등 못한다면 뭔가 문제 있는 거 아닌가.

분명히 말해서 한국의 대학 교육은 서울대의 희생 내지 개혁을 불모로 한다. 서울대가 자발적으로 못하기 때문에 현재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가장 중요한 점이 서울대 구성원들에게 제대로 인식되고 있는지에 대해 잠시 회의적인 생각을 해보게 된다.